고맙습니다, 아버지 - 세상의 모든 아버지에게 바치는 감사의 글
신현락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고맙습니다, 아버지.


제목에서 뭔가 결연한 느낌이 감돈다. 대학시절 막심고리끼의 어머니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을 한편 보았다. 그런데, 한참 대학에 입학해서 늘상 술을 마시고 철 없이 지냈던 때라 지나고 보면 왜 그때 그 연극을 보게 되었던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자세한 내용도 기억이 나질 않고 원작 소설도 겉표지만 보고 읽지 않았지만, 그후로 어머니께 좀더 성실했던 것 같다.


어느새 내 나이도 마흔이 되었다. 어머니는 몇 해전에 소천 하셨고, 아버지는 아직까지는 건강히 고향을 지키시고 계신다. 내가 스물 두살이 되서 아버지와 아버지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었다. 그때가 가장 아버지와 친했던 때였던 것 같다. 아버지와는 어릴때부터 대학생이 되던 때까지 어색하고 불편한 사이였다. 80년대 시절의 아버지와 아들은 거의 그랬던 것 같다. 내 친구들 또한 각자의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단 한 명의 동무는 그런 불만도 할 수 없었다. 초등학생 때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친구는 내가 부럽다고 한다. 아직도 건강한 아버지가 계시다고 말이다.


오늘 소개하려는 이 책은 읽는 내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만약 나 또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읽는 내내 책을 눈물로 적셨을지 모르겠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버지는 50대인 저자의 평범하면서 절대적인 분이다. 지금 현재도 저자에게는 종교와 같은 분이고, 자신의 절반을 표현하는 그런 존재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과 가족의 기억을 합치는 과정에서 많은 불일치를 경험하였다고 말한다. 그래서 결국 아버지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한 것이 되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입장에서 과거를 기억하고 정리하기에 같은 사건에 대해서 다른 기억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저자의 어머니는 지극히 평범한 자신의 남편에 대해 아들이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어쩌면 모든 아내들은 자신의 남편들을 그렇게 정의할지도 모를 일이다. 반 평생 이상을 함께 했지만 그 가치를 누군가 되새겨 주지 않으면 다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부부인지 모르겠다.


저자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우선 그 뒷모습이라고 한다. 언제나 일찍 일어나 일터로 나가시던 그 뒷모습. 언제나 앞에서 길을 터 주신 그 모습 말이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평범하게 자녀들을 키우고 본인의 철학을 고집하면서 손녀까지 사랑해 주셨기에 다른 누구보다 귀한 아버지가 된 것이라며 감사함을 하늘로 전한다.


이 책을 보면서, 시인이 수필을 쓰면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되는구나 느끼게 되었다. 저자의 아버지가 십대부터 만주와 일본 북해도를 다니며 고생했던 것과 비슷하게 저자도 일찍부터 신문배달도 하면서 보통의 학교생활도 못한채 고생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고 현재와 같이 시인이자 작가가 된 모습이 그들 자녀에게는 귀감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억척같이 살면서 자신의 고난을 그저 감내하고 가끔 술 한잔에 속 마음을 털어 보지만 그것조차 여유가 없던 우리내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를 다시금 깊이 느껴 본다.


이 책을 내 아버지께 선물하고 싶지만 아버지는 나와 다른 느낌에 책을 밀어 두실지도 모르겠다. 내 아버지도 나의 할아버지께 섭섭한 것이 많은 분인데, 아직까지 그러실 것 같다. 여전히 젊은 기운이 가득한 나의 아버지는 이 책을 어떻게 받아 들이실지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서 언젠가 나 또한 내 아이들에게 주인공 아버지와 같은 신앙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들어 더욱 열심히 노력하며 살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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