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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 버튼 - 문명을 거부한 소년
앨릭스 바즐레이 지음, 제니퍼 우만.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김서정 옮김 / 다섯수레 / 2013년 6월
평점 :
제미 버튼 : 문명을 거부한 소년
실화를 동화로 만들었다. 1830년대에 남미의 작은 섬에 살던 소년을 영국의 신사들이 그들의 나라로 데리고 갔다. 물론 납치는 아니다. 소년은 약 3년간 영국 상류 사회의 문화를 배웠다. 3년간 많은 것을 배웠다. 영국인들은 그를 다시 그가 살던 땅으로 돌려 보냈다. 자신들의 문명이 원시 부족들에게 전파되기를 기대하면서... 그러나,
대략 이런 내용의 실화를 동화로 그대로 옮겼다. 모든 그림은 판화 기법을 이용하여 제작된 것 같다.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줄줄 외우던 판화기법 중 실크스크린 기법이 아닌가 싶다. 비슷한 영국 남자와 여자를 무수히 많이 찍어 내고, 오직 제미 버튼만은 자몽색의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군중 속의 고독 같은 표현이기도 하겠지만 내게는 오직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주인공으로 보여진다.
모든 이야기와 글들은 한장에 몇 줄이 되지 않는다.매우 단순하지만 인상적인 화풍을 갖고 있다. 2명의 화가(일러스트레이터역도 포함)들의 공동 작품이어서 그런 것인지 큰 그림과 작은 그림이 교차로 나타나고 그림의 원근이 달라질 때 스타일도 바뀐다.
이런 개성있지만 뭔가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을 내 아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궁금했다. 아니는 그냥 뭔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성급하게 무언가 질문하기 보다 그냥 골똘히 생각해 보는 것 같다. 무엇을 생각한 걸까? 이런 호기심이 들었을 때, 아들이 제일 먼저 던진 질문이다. “왜 제미 버튼은 키가 작고 혼자만 자몽 색의 피부를 갖고 있어요? 그리고, 왜 영국에 머물고 얼마 안되어 수염이 생겼어요?”라면서 2~3개의 질문을 던진다. “키가 작은 것은 남미의 키 작은 부족 사람이라 그런 것 같고, 자몽 색의 피부도 늘 옷을 벗고 뜨거운 태양 아래 살아서 빨게진 것 같애. 수염은 성인 남자가 되고 싶어 그냥 부쳤거나 사실은 수염이 날만큼 나이가 많았던 것은 아닐까?” 뭐 이런 식의 대답을 했다.
그런데, 질문을 받고 생각하는 가운데 제미 버튼을 소년으로 이해한 것은 이 책의 작가와 당시 영국인들의 눈에 비친 제미 버튼의 키와 외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키가 작고 동글동글한 부족민을 보면서 성인 영국 남자와 달라 어린 소년으로 오해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아이는 한참 뭔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정작 정글북이 생각난다는 예상 밖의 이야기로 나와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다. 나는 그가 영국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다가 돌아와서는 그저 예전처럼 돌아간 것일까 하고 궁금했다.
누군가가 조선시대에 살던 나를 데리고 영국에 갔다면 나는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일단은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동화되고 돌아와서도 그들 문화를 전달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제미 버튼은 그냥 3년간 다른 것을 경험했지만 그저 돌아왔고 그후로 이전과 같이 맨몸에 그들 말을 하고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한다.
아들은 덤덤히 그냥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저 이해할 수 없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어느새 나는 3년이란 시간을 아까워서 버리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게 되었다. 이전 것을 보수라며 새로운 것만을 쫓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오늘 밤은 제미 버튼처럼 하늘의 별과 달을 쳐다볼까 싶다. 그냥 그렇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