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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서 보는 내 남편의 아찔한 일기장
김종태 지음 / 인서트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내 남편의 아찔한 일기장
음, 이 책을 처음 들었을때 유부남이지만 매우 자유스런 연애생활을 하거나 매우 평범한 일상을 사는 남편의 솔직한 성담론서로 추측해 보았었다. 과거 배우 서갑숙씨나 마광수 교수의 책을 연상시켰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반가웠다. 마치 아는 형이나 선배의 글을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역시 평범한 이야기는 약간의 과장과 양념이 들어가야 제 맛인가 보다.
‘늪’(작가의 별명)님도 그런 창작행위를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본인은 자신의 필명이자 애칭인 늪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설명을 했다. 마치 자신의 진퇴양난같은 현실과 성격을 비쳐서 지었다고 말이다. 허나 내가 보기에는 과장과 양념으로 버무린 그의 글이 전형적인 늪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과연 늪님의 아내는 이 책속에 등장하는 그런 분일까? 적당히 통통한 것을 넘어 허리의 경계가 완전히 없는 몸매의 40대 중후반 여성. 그리고 남편의 헌신적 사랑(행위에 촛점을 맞춘)을 간절히 원하는 중년 여성일까 말이다. 또한 늪님의 묘사처럼 팔다리가 짧고 얼굴만 다소 또는 한때나마 봐줄만 했던 너무도 피곤해 도망치고만 시픈 양순한 가장. 이것은 왠지 너무 설정스러운 느낌이 든다.
마치 과거, 코미디 일번지에 등장하는 김형곤 아저씨나 그의 동료들같은 그런 느낌말이다. 그 코미디의 설정은 이보다 더 심해 아내와 본인이 60대로 나오지만 말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러한 설정 연기를 하셨던 김형곤 아저씨는 이후 엄청난 다이어트로 살을 뺐고 운동에만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현실이 더 코미디일 수는 있겠다.
이 책 속에 나타나는 많은 이야기를 그저 킥킥 거리면서 웃다가 내 아내에게 들켰다. 일단 내 아내는 늪님의 아내가 너무 왜곡되어 묘사된 것을 지적했다. 사실 나도 순수히 그냥 즐기면서 보던차에 전혀 거부감 없이 휴지에 물스며들듯 그냥 좋았었다. 이때까지 말이다. 허나 아내의 이런 지적 후에 방금과 같은 다소 엉뚱(?)한 평을 늘어 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허나 책의 초반부터 심각하게 거론된 섹스리스 커플에 대한 설정은 주객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부부가 그러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모 연극에서 50대 주부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보면 “가족끼리는 그러는 거 아니야”란 남편의 말에 울고 웃던데. 늪 님의 지적처럼 전쟁과 같은 극적 상황이 없다면 아내와 남편은 이제 순수한 가족내지 친척이 된 것은 아닐까 싶다.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과 방구, 트름, 발톱의 때와 관련한 액션들을 통해 밉거나 추하다는 생각을 넘어 그냥 가족스런 관계(?)로 전락한 오늘의 형편을 새삼깨달으면서 늪님의 결론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를 그저 기대하면 즐겁게 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 책의 결론은 글쎄 어떨지 궁금(?)하다? 각자 인터넷으로나 책을 통해 결과를 확인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