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교과서 - 초등학생을 위한
머레이 챈들러.헬렌 밀리건 지음, 송진우 옮김 / 바이킹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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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체스 교과서


초등학생을 위한 이란 수식어가 한편으로 반갑고 한편으로 수준 미달이 아닐까 생각케 한다. 내 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보드게임, 그 중에 체스가 아닐까 싶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누나와 형이 있는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장기를 배웠다. 친구는 형에게 배웠다는데 무척 잘 했다. 그 덕분에 장기는 나도 조금은 두게 되었다. 바둑은 배우질 못했다. 재미난 사실은 나의 아버지는 장기, 바둑 어느 것도 하지 못하신다.


아들이 어느 날 체스를 했다며 자랑을 했다. 유치원생이었던 아이가 유치원에서 배웠다면서 체스를 하자고 졸랐다. 다음 날 마트에 가서 체스판을 샀지만 나도 잘 모르는 체스를 아들이 기억하는 몇가지 룰에 따라 함께 하면서 예전에 장기를 친구에게 배웠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알려준 룰이 장기와 많이 비슷하다 싶어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선 위에 두는 장기와 면 위에 두는 체스는 확실히 달랐다. 퀸이 있는 것도 달랐다. 마치 같은 놀이가 서양 문화와 동양 문화 속에서 각자 다른 길을 걸어 4000년을 흘러 버린 결과라 생각되었다. , 4000년이 어디서 되었냐면 이 책의 마지막 표지에 그렇게 설명이 나온다. 4천년 역사를 지닌 체스.


아들과 체스를 재미나게 두고 싶은데 막상 책을 구하려니 적당한 책이 없었다. 나도 그렇게 책까지 사면서 하고픈 생각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아들고 할 수 있으면서 내게도 도움이 되는 것을 돈이 아깝고 시간이 없다고 안할 수도 없었다. 마침 윈도우7에 체스가 깔려 있어서 규칙도 배울 겸 한 동안 아들과 신나게 두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서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단 아들이 보기에 적합하다 싶어 좋았다. 제목이 보여주듯 글씨 크고 그림으로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것이 딱 좋다. 어른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알찬 내용의 책이다. 어른은 마음 먹으면 하루만에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동화책 보듯 천천히 읽어도 일주일, 길면 한달내로 책도 보고 체스도 익힐 수 있다.


이 책에서 일단 눈에 들어오는 내용을 몇가지 전하고 싶다. 퀸의 위치는 왕의 옆인데 체스판의 칸 색깔과 퀸의 색깔을 같게 하면 된다. 즉 흰색 퀸을 선택한 사람은 자신의 편 흰색칸에 퀸을 두면 된다. 결국 상대편과 마치 거울로 비춰보듯 말을 두게 된다. 왕의 오른쪽이 퀸이란 식이 아니다. 따라서 왕은 자신의 색과 반대의 색깔 칸에 위치하여야 한다. 폰이란 병졸은 제일 처음 2칸을 전진할 수 있다. 이 후에는 한칸만 전진 가능하고 체스판의 끝까지 도착하게 되면 퀸으로 승진할 수 있다. 한마디로 힘없는 폰으로 체스의 끝까지 전진할 수 있었다면 왕은 못되도 여왕의 권력을 부여할만 하다는 것이다. 신분 귀천도 노력여하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꽤 건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캐슬링이나 앙파상이란 익숙치 않은 규칙들도 설명이 나온다. 책을 천천히 즐기면서 본다면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아들과 체스를 두었다. 룰을 몰라서 우왕좌왕하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하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 좋다. 가끔 서로 룰을 몰라 우기면서 다투던 일도 이제는 없다. 앙파상을 알고 부터는 왠지 내가 체스의 전문가가 된 기분도 들었다.


자녀에게 놀이로 학습동기를 부여하거나 판단력, 이해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좋은 책이 아닐까 싶어 적극 추천한다. 체스판은 품질에 따라서 5천원부터 수만원까지 매우 다양하니 부담없이 즐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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