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 대한민국을 걷다 - 아들과의 10년 걷기여행, 그 소통의 기록
박종관 지음 / 지와수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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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

대한민국을 걷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개그콘서트의 아빠와 아들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은 대한민국을 걷다라는 문장이 곧 이어 나타난다. 다시 개그콘서트 이야기를 잠시 해 볼까 한다. 이 책의 부자와 개콘의 부자는 공통점이 있다. 각각의 부자들이 서로 좋아하는 것이 같다. 그래서 아빠와 아들이 공통 관심사와 함께 하는 일로 인해 서로 행복해 한다. 개콘은 먹는 것에 공감하여 행복을 느낀다면 이 책의 부자는 걷는 것에서 공감하고 기쁨(또는 성취감)을 느낀다.

 

얼마전 싸이의 노래를 하나 들었다. “강남 스타일도 들었지만 아버지란 노래이다. 싸이의 콘서트에는 아버지란 노래가 때때로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고 한다. 그 내용은 현대에 아버지들의 고단한 일상과 가장의 위엄이 사라진 측은함이 담겨있다. 요즘 아빠들은 낮에는 회사 일로 바쁘고 퇴근하면 자녀들과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야 되고 때로는 설거지며 빨래 등으로 연속된 노동 속에서 살아간다.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헌신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야 밥이라도 먹을 수 있는 아픈 현실이 있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아빠도 현재의 여러 아빠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노동의 연속에 빠져있는 아빠들에게 해답을 제공해 준다. 현대의 아빠들은 사실 첫 아이를 낳고 얼마간 아이와 아내에게 헌신한다. 그리 길지도 않지만 그 짧은 시간 헌신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이후 게으른 본 모습을 숨기기 위해 회사일을 핑계대며 늦잠을 자고 헌신의 모습도 줄어든다. 심지어 신혼 때까지 즐기던 취미 생활까지도 포기하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 가족에 대한 헌신도 부족하면서 늘 가족 탓을 하며 처저가는 뱃살과 나태한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 이 책의 저자는 다르다.

 

저자는 총각 시절부터 여행과 일기 쓰기를 좋아했다. 지금도 여행을 즐기고 있고 일기 쓰기도 계속해서 즐겁게 하고 있다. 다양한 여행을 좋아해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꼭 함께 여행하겠다는 젊은 날의 꿈을 실행에 옮긴다. 3살이 지난 아이와 함께 몇 킬로 떨어진 처가까지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도보 여행은 대한민국 한 바퀴가 되었다. 아이에게 애국하는 마음을 길러주자는 부수적인 계획을 세웠다. 너무 어린 아들이라 일단 1년에 한번으로 시작했다. 해가 지날수록 거리도 늘고 날짜와 횟수도 늘렸다. 어느새 10년이 되었다. 춘천에서 서울, 인천을 거쳐 서해안을 지나 남해까지 갔다. 제주도에도 들렸고 드디어 부산에 도착했다. 이제 동해안을 따라 북진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 사이 아들은 중학생이 되었고 키도 저자만큼 커 버렸다. (참고로 모든 여행은 중간 목표지 도착후 춘천 집으로 돌아오고 다음 출발시 이전 도착지까지 차로 이동하는 형식이다. 나도 이 점이 가장 궁금했었다.)

 

10년의 걷기 속에서 다소 고집있고 재미없는 아빠가 자신만의 소통법으로 아들과 사랑을 나누고 있다. 잘 표현하지 못하고 표현해도 오해받는 다른 아빠들과 다르다. (물론 저자도 표현을 잘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을 바꿔야 아이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고 들어서 알고 있는 답답한 아빠들과는 너무도 다르다. 저자는 결코 자신을 바꾸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아들과 가족(아내, )과 함께 했다.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기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 기록에는 아이와 함께 걸었던 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글들이 지금 이 책이 되어 우리에게 모범이 되었다. 글은 매우 깔끔하다. 걷기 여행을 했던 10년간의 순간순간이 매우 잘 기록되어 있다. 남의 집 옥상에서 텐트를 치고 잤던 일, 시립 도서관 잔디밭에서 텐트를 치고 잤던 일, 빗길에 힘이 들고 잘 곳을 못 찾아 헤맬 때 아들이 오히려 더 걷자고 했던 일들, 위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걷던 일까지 모두 기록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게으른 아빠들에게 자녀와 소통하는 방법으로 간단하면서 용기가 필요한 걷기 여행을 소개하는 이 책은 저자의 알짜배기 노하우가 가득 담겨있다. 십대 아들과 소통하는 행복의 비법이 이 책속에 담겨 있다. 많은 아빠들이 하지 못하는 소통, 그들이 어릴 때에 그토록 소망했던 그 소통의 비법이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저 같이 땀흘리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것. 바로 그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도 7살 아들과 서울시 한바퀴를 돌아 보려 한다. 더 늦기 전에 출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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