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와시다 고야타 지음, 김정화 옮김 / 와우라이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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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아버지 생각이 났다. 우리 아버지는 어느덧 은퇴 하신지 20년 가까이 되셨다. 명퇴 후 거의 20년간 아르바이트로 현재까지 지내신다. 늘 이것도 하고 싶은데 여유가 없구나 저것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막상 하려니 불안하구나 등등 말씀을 하신다. 처음에는 늘 진지하게 받아들여 힘내시라고 돈은 걱정 마시라고 말씀 드리지만 막상 아버지나 나도 여유가 없었다. 그런 미안한 마음이 10년이 넘었다.

 

그렇게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정작 나에게 더 도움이 된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은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생각된다.

1.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완전히 모르는 사람들에게

2.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사람들에게

3.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4.     자신이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5.     자신을 모르고 현실도 모르는 꿈 많은 사람들에게

기타 등등의 유사하거나 다른 제목들이 가능할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이런 다양한 제목에 부합하는 사람이다. 나와 아버지는 상당히 유사한 유전적 특징을 갖고 있다. 늘 일탈을 꿈꾸지만 용기없고 현실을 핑계로 생각만 많은 특징을 갖고 있다. 다행인지 나는 매우 현실적인 아내를 만났고 그 아내의 지혜로 내가 잘하는 일을 정확히 알고 직업으로 하면서 살고 있다.

 

내 아버지는 완고하시고 현명한 아내의 조언을 끝없이 놓쳐버리신 분이다. 하지만 당신께서도 이제는 달라지려 하신다. 누구보다 닮은 나이기에 아버지를 도울 방법을 찾은 것이 이 책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더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내가 받은 감동은 바로 이것이다.

내가 현재 하고 있고 가장 잘하는 것을 계속해서 하자. 매 순간 시시해 보이고 남들과 비교해 대단한 일이 아닐지라도 그 일에 사명감을 갖자. 그렇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나의 인생이다. 생각한대로 믿음대로 후회 없이 열심히 살자.

 

내게 있어 가장 큰 사고의 기준은 남의 이목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이기심과 이타심을 가장한 이목에 신경을 곤두세워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새 마흔 살을 코 앞에 두고 보니 내가 현재까지 해 온 일이 가장 재미있고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 이 일로 두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해 줄 수 있는 경험이 생겼다. 오랫동안 시시한 일이라 생각했던 나의 일이 점점 의미 있는 일들이 되고 있다. 오직 믿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방법이 정답임을 새삼 크게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모대학의 철학과 교수님이다. 많은 제자들과 상담자들의 직업과 향후 진로 고민들을 상담하고 느꼈던 생각들을 이제 원로 교수가 되어 참으로 편하게 이야기한 책이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정곡을 찌른다. 고등학교 시절 어느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과도 겹치는 면이 있다. “일단 대학에 들어가라. 원하는 전공이 아니라도 분명 네게 주어진 인생의 길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대학 좋은 전공을 마쳐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가 어려워졌다. 들어가는 것만이 끝이 아니다. 결코 성공이 아니다. 아직 남은 인생이 있지 않은가.

 

고등학교때 펜팔로 지낸 친구가 있었다. 전교1등을 하던 친구인데 서울대에 진학하여 외무고시 공부를 했던 친구였다. 모두들 졸업 전에 합격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허리 디스크로 고생했고 그 후 시험을 포기했다. 그 뒤로 모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오래 일했고, 해외로 유학을 떠났다. 그후로 연락이 끊어졌는데 최근 그 친구의 소식을 들었다. 귀국후 급성 폐렴으로 죽었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이 몇 달간 계속되었다. 그때 이후 불만에 가득했던 나의 마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현재의 내 모습에 감사하게 되었다.

 

이 책은 결국 내게 겸손을 알게 해 준 책이다. 나와 같이 오랫동안 다른 일을 꿈꾸며 이중적인 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솔직하게 자신의 현실과 자신의 재능을 다시금 점검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바로 이 책이 그 기회를 줄 것이다. 나는 내게 책 읽기를 즐기는 재능이 있음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하루하루 누군가의 경험과 문장을 만나는 재미에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 또한 조금씩 성장하는 내 모습이 좋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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