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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아빠가 늦게 온 이유는 말이야 ㅣ 한림 저학년문고 30
이치카와 노부코 지음, 김버들 옮김, 하타 고시로 그림 / 한림출판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어젯밤, 아빠가 늦게 온 이유는 말이야
나는 매일 저녁 늦게 퇴근한다. 7살 아들은 언제나 내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사무실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7시. 7시 반쯤되면 아들은 내게 전화를 건다. “아빠, 어디야?” “응, 사당” 8시쯤 집에 도착한다. 2살배기 아들은 환한 미소로 나를 맞아준다. 그때 7살 아들은 거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있다. 회식을 하거나 일이 조금 많아서 늦게 되면 거의 9시, 10시가 된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나와 같은 아빠의 이야기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멋지게 아들에게 변명하는 법을 배울 수 있으려나 싶어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책이 집에 배송되었을 때 나보다 아들이 더 좋아했다. 집에 택배가 오면 엄마, 동생, 아빠 순서로 물건들이 돌아가는데 이번에는 자기의 것인 줄 어떻게 알았는지 포장을 뜯었다. 자신의 예감이 적중하였는지 “야싸~”라며 책을 들고는 나의 손목을 잡는다.
자, 오늘 밤 동화책은 “어젯밤, 아빠가 늦게 온 이유는 말이야”로 낙찰되었다. 글씨는 꽤 크다. 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 정도의 글씨 크기일까? 그림도 중간중간 나오는데 흑백과 칼라가 교대로 나오는데 꽤 내용 설명에 부합된다. 딱 100페이지 분량이다. 구연동화를 하듯이 신나게 목소리를 바꿔가며 연기를 시도했다. 때때로 아빠 목소리와 아들 목소리가 구분이 없다. 우리 아들은 연신 그런 내 연기에 신이 났다. 딱 1시간이 걸렸다.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는데 세이프다.
늦게 귀가한 첫날, 자고 있는 아들에게 미안해 하며 다음 날 아빠는 아들에게 고백한다. “어젯밤, 아빠는 땅을 파다 늦었단다.” 늦게 귀가한 둘째 날, 역시 아빠는 아들에게 변명한다. “어젯밤, 아빠는 노를 젓느라 늦었단다.” 또 늦게 귀가한 셋째 날, 아빠는 다시 “어젯밤, 아빠는 홈런을 쳤단다”라고 이야기한다. 또 또 늦게 귀가한 넷째 날은 “어젯밤, 아빠는 봄을 불러왔단다”라고 고백한다.
아빠의 변명 속 환상의 이야기는 아들을 기쁘게 한다. 억지로 꾸며 냈다고 하기에는 등장하는 동물이나 인물들이 아들의 동화속 주인공들과 너무 닮았다. 아빠가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고서야 아들의 만족감은 쉽게 얻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아빠는 이야기의 끝에 꼭 약속을 한다. “주말에 아빠랑 땅을 파자구나(?)”, “주말에 함께 배를 타자구나”, “주말에 함께 캐치볼을 하자구나”, “주말에 나무타기를 하자구나” 모든 약속들이 이야기와 일치한다. 아빠는 약속을 지킨다. 아들은 아빠가 늦게 귀가해도 엄청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라 오히려 기대가 된다.
자녀에게 신뢰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의 정성과 아빠의 보이는 거짓말에도 행복해 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동화지만 큰 깨달음을 얻는다. 정신없이 읽은 1시간 동안 아들은 또 읽어 줄 것을 기대한다. 나 또한 동화 속 아빠처럼 아들에게 약속한다. 신뢰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