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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에버트 - 어둠 속에서 빛을 보다
로저 에버트 지음, 윤철희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4월
평점 :
로저 에버트
600 페이지가 넘고 55개의 장들로 구성된 자서전. 정말이지 이번 3일간의 연휴동안 작정하지 않고는 도저히 다 읽지 못할 책이었다. 그런데, 정작 나조차도 이 사람이 누구인지는 처음에는 몰랐다. 다만 70세의 한 미국인이 쓴 자신의 이야기를 그냥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나의 아버지와 같은 나이의 어른의 글 말이다.
표지에는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한명의 남자 얼굴이 등장한다. 턱이 조금 이상한데 꽤 큰 수술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나이는 70세라고 보기에는 아직 생기있고 젊은 느낌을 준다. 바로 로저 에버트씨이다.
그가 누구인지 아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http://rogerebert.suntimes.com/)를 방문하는 것이다. 시카고 선타임즈 신문사에 속해있는 로저 에버트 전용 서버이다. 그는 영화평론가이다. 90년대 가장 인기가 있었고 현재도 인기가 있다.
다음은 인터넷 검색에서 찾아낸 로저 에버트의 소개글 2가지 이다.
[첫번째 소갯글]
시카고대학과 일리노이대학에서 영화를 강의하고 있는 로저 에버트는 수십 년간 <시카고 선 타임즈>의 전속 영화평론가로 몸 담았고, <시스켈과 에버트>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트레이드 마크가 된 ‘Thumb Up or Down’으로 영화 비평계의 지평을 대중적으로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두번째 소갯글]
로저 에버트는 영화 평론가로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인물입니다. 그만큼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평론가 중 한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1975년부터 영화평론가 진 시스켈과 함께 TV 영화비평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평론가가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Siskel & Ebert'라는 제목으로 가장 잘 알려졌습니다. 한 영화를 두고 두 명의 평론가가 논쟁을 벌이다가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거나 밑으로 내리는 것으로 영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단순명쾌한 비평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대부분 두 사람이 다른 판단을 내리지만 간혹 두 사람 모두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거나 두 사람 모두 엄지 손가락을 밑으로 내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1999년 진 시스켈의 사망 이후 한동안 로저 에버트 단독으로 진행하다가 2000년 이후 리차드 로퍼(Richard Roeper)라는 평론가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로저 에버트는 다른 평론가들과 달리 일반 대중들도 알기 쉽고 재미있는 비평을 하기로 유명합니다. TV에 출연해서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알기쉬운 영화 비평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유명한 것입니다.
이 책은 자서전이다. 책 표지와 책의 마지막 장을 보면 그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고백한다. 뭐 의사들이 쉽게 던진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열정이 넘치며 활동적인 사람이다. 최근에는 에스콰이어지를 통해서 자신이 건재함을 알리기도 했다. 수술후 목소리를 잃고 식사도 호스로 하지만 그는 매일매일 영화평론을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다. 어느 때부터 자신의 인생과 고백들이 블로그에 더 많이 남겨지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서문)
만 70세. 나의 아버지와 같은 연세이다. 나의 아버지처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내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충분히 해 주신 적이 없다. 로저 에버트는 자신의 70년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하고 있다. 그는 매우 힘든 수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이후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를 찾았던 것 같다. 자서전은 인생의 겨울에 접어들면 쓰게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건강한 우리 아버지는 구지 자서전을 쓰실 필요가 없다. ^^; 감사합니다. 아버지.) 로저 에버트씨는 놀라운 기억력의 소유자라 생각된다. 그가 이 책에 쓴 이야기들은 55가지 제목으로 어떻게 이런 것도 기억할까 싶은 것들이 담겨있다. 어린 시절 기억하던 자신의 아버지 말버릇이나 친척들의 성격 같은 것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과연 내가 70세가 되어 인생의 겨울에 접어든다면 이런 이야기들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쓸 수 있을까 궁금하다.
이 책에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미국의 중산층의 생활상을 상세히 엿볼 수 있다. 또한 미국의 꽤 유명한 중년 영화 배우들의 일화와 성격도 아주 세심하게 소개된다.
사실 이 책은 읽기가 결코 쉽지 않다. 로저 에버트씨를 잘 모르거나 미국 생활의 경험이 없는 한국인에게는 공감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70년을 살아온 인생의 선배로서 자신의 일을 즐기고 현재 암과 투병중인 한 사람의 담담한 인생 고백은 600 페이지로도 모자라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저자가 좀더 오랫동안 건강히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다른 이들에게도 행복을 전해 주었으면 좋겠다. 오래된 좋은 영화는 두고두고 다시 볼만 하듯이 로저 에버트씨의 친근한 글과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기쁨을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의 긍정적 생활태도는 반드시 그에게 기적과 같은 일들을 불러 올 것이라 기대한다. 그의 즐겁고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함께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