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안네 - 60년 만에 발견한 안네 프랑크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
베르테 메이에르 지음, 문신원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굿바이, 안네

 

이 책의 표지에 이런 글이 쓰여있다.

“60년 만에 발견한 안네 프랑크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

 

이 책은 안네의 일기 후속편이 아니다. 표지글에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 베르테 메이에르 여사는 만으로 4살 정도의 나이에 안네 프랑크와 같이 베르겐 벨젠 수용소에 있었다. 이미 이전부터 이웃에서 서로 알고 지냈다. 그런데 나이 차이는 10살 정도가 났다.

 

우선 제목의 의미를 설명해 보려 한다. 안네가 죽던 날 어쩌면 꼬마 베르테는 잘가, 안네라는 말을 했을 수 있다. 그래서 제목이 이렇게 정해졌다면 이 책은 안네의 이야기를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380 페이지 분량의 이 책은 완전히 베르테씨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제목은 안녕, 나의 과거로 재해석이 될 것 같다. , 안네처럼 나치 수용소에서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이제는 그 상처, 트라우마를 훨훨 날려버리자는 의미로 생각해 본다.

 

이 책의 가장 적절한 제목은 베르테의 일기가 어떨까? 베르테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안네만큼 바로 이해되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

 

주인공 베르테는 자신의 이름이 베르로 시작한다는 것만 겨우 기억해 냈다. 부모님과 동생과 함께 겨우 4살의 나이에 베르겐 벨젠 수용소로 끌려갔다. 동생은 당시 1살이었다. 그후 부모님 모두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들 자매를 살리셨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7살에 수용소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시작된다. 그후 수십년의 이야기를 60년이 지나서야 책으로 출간되게 된 것이다. 그 기간 그 고통의 시간들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생각하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베르겐 벨젠 수용소는 2차대전 말 전세가 기울어가는 독일군에게 유대인 말살 및 증거인멸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들은 가급적 빨리 유대인들을 말살하여 전후 그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생존자들을 없애려 했다. 그러나 전세는 너무도 빨리 기울었기에 독일군은 아우슈비츠의 만행을 강행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그저 수용인원을 몇 배씩 늘리고 생활환경을 극도로 나쁘게 하여 영양실조와 병으로 사망할 것을 꾀했다. , 100명 수용 막사에 1000명을 수용한 것이다. 안네 프랑크의 언니 마르고트는 당시 침대에서 떨어져 죽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확한 실상은 이 책에서 설명한다. 단순히 영양실조 상태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2층 침대에서 함께 자고 있었고 단순히 마르고트만 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 곳에서 안네 프랑크도 희망을 놓아버렸다.

 

베르테는 수용소 이후 네덜란드의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너무도 어린 나이에 지옥을 경험하여 이후의 생활은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뭔가 계속해서 자신을 괴롭혔고 자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살아갈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야 했다. 대중교통은 언제나 수용소행 기차를 연상시켰고 많은 사람들은 매번 수용소의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세퍼드를 보면 수용소의 군견들을 연상했다. 현대에 와서 일반화된 정신적 외상의 경우였다. 어릴 때 경험한 모든 것들이 트라우마가 되어 그녀의 생활을 간섭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냉장고에 음식을 가득 채웠고 대중교통을 피하기 위해 일찍부터 운전을 시작했다. 가급적 먼거리 여행은 자제하였다.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고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어린 피해자들. 그들이 가까스로 살아 돌아왔지만 그것이 다행이고 축복인 것일까? 오랜 수용소 생활로 인해 수동적으로 변해 버린 일부 사람들은 자유로운 현실보다 과거가 오히려 행복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딱 이 경우에 맞는 것 같다. 아픔은 나눠야 되는 것인데 이들은 제대로 나눠 보지도 못했다. 일종의 금기였기 때문이다.

 

베르테는 이후에 재정적으로 여유로운 많은 친척들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결코 그 아품은 해소되질 않고 있다. 책 속에는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베르테의 면면이 나타난다. 삶에 애착이 대단하고 재능이 많은 사람이다. 중간중간 갑자기 나타나는 그녀의 트라우마만 없다면 이 책은 자유연애에 빠진 한 십대소녀 시절의 회고록으로 봐도 좋을 책이다. 1950년대 이후의 유럽 역사와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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