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은 렌탈 로봇 읽기의 즐거움 7
다키이 사치요 지음, 미키 겐지 그림, 김보경 옮김 / 개암나무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내 동생은 렌탈 로봇

 

제게는 두 아들이 있습니다. 7살 형과 2살 동생. 5살이나 차이가 납니다. 첫째는 어머니가 키우셨는데 그때 5살된 여동생 아들이 언제나 옆에서 같이 놀아주었습니다.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제 조카는 그때부터 제 아들에게 그 사랑을 조금 나눠주게 되었습니다. 원해서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기에 하늘에서 떨어지듯 등장한 동생을 귀여워하면서 미워도 했습니다. 몰래 제 아들을 때리기도 했지요. 그런데 제 아들이 앞니가 아래위에 각각 2개씩 생기면서 제 조카는 다리며 팔을 물리게 되었습니다. 착한 5살 꼬마는 2살 아기에게 그렇게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 2살 꼬마가 이제 7살이 되었고 그 옆에는 4개의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2살 빡빡이가 생긋 웃고 있습니다. 상황이 바뀐 것이죠. 제 큰 아들은 언제나 동생을 피해 도망다닙니다. 때리지는 못하고 당하기 전에 손으로 제압하기 바쁩니다. 때로는 다 큰 형이 웁니다. 동생의 이빨에 물려 그 억울함을 그렇게 풉니다.

 

오늘은 제가 큰 아들에게 재미난 동화책을 한 권 선물했습니다. 제목은 내 동생은 렌탈 로봇입니다. 겐타라는 초등학생이 주인공입니다. 동생이 없는 겐타는 우연히 로봇 대여점을 지납니다. 어떤 로봇이 있을까요? 정말 다양한 안드로이드가 가득 있습니다. 책 표지에 나오는 다양한 인간형 로봇들. 형 로봇, 할아버지 로봇, 아기 로봇, 누나 로봇, 아빠 로봇, 형 로봇, 강아지 로봇 등등. 겐타는 그 중에 동생 로봇을 고릅니다. 초등학교 1학년생으로 자기보다 5살 정도 어린 로봇입니다. 사람처럼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키도 큽니다. 그 동안 모은 동전이 가득찬 돼지 저금통과 바꾸기로 합니다. 이 동생의 이름은 스토무입니다.

 

7살 아들은 어느새 이야기에 푹 빠져 있습니다. 저 멀리서 열심히 기어 오는 동생을 보지 못할 정도 입니다. 드디어 동생이 책을 향해 헤엄치듯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얼른 들어서 방문 밖에 두고 옵니다. 물론 곧바로 문을 닫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이 책은 침에 젓고 찧어질지 모릅니다. 다시 저는 책을 읽습니다.

 

스토무를 집으로 데려가는 겐타는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대여점 점원 누나의 말처럼 엄마는 마치 동생이 처음부터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스토무를 겐타의 동생으로 대합니다. 아빠도 친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느새 스토무는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합니다.

 

이때 제 아들은 엄마와 재미있게 놀고 있는 동생을 확인하고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엄마들은 동생이 더 좋은가봐. 요새 엄마는 나랑 안놀아줘. 맨날 우진이만 이뻐해”. 다시 책을 더 읽어 달라고 합니다.

 

겐타는 스토무에게 점점 더 질투를 합니다. 스토무에게 해서는 안될 말로 공포를 줍니다. 바로 너 대여점에 반납할거야라고 말입니다. 그런 일이 몇번 반복되더니 겐타는 스토무를 끌고 대여점에 갑니다. 정말 동생을 반납해 버립니다. 돌아오는 길에 뭔가 아쉽고 미안하고 마음이 복잡합니다. 오는 길에 만나는 친구들도 이제는 스토무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엄마도 역시 그렇습니다. 자기 방에서 한참을 울던 겐타는 침대에 놓인 스토무의 편지를 발견합니다. “형 사랑해”. 스토무를 다시 찾으러 대여점에 간 겐타. 스토무는 그 사이 노부부의 손자로 입양이 되었습니다. 스토무는 이름도 바뀌었고 기억도 지워졌습니다.

 

책을 읽던 저는 눈물이 조금 났습니다. 먼 유럽에서 살고 있는 제 동생이 떠올랐습니다. 제 큰 아들은 어느새 마루에서 굴러다니는 동생을 안아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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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2-04-2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