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서울 산책 - 오세훈의 마지막 서울 연가!
오세훈 지음, 주명규 사진, 홍시야 그림 / 미디어윌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오후의 서울 산책

 

오세훈 시장이 쓴 도보여행기라고 표현하면 간단한 소개가 될까? 출판사 속사정을 보니 최근 일련의 사건 이전에는 이 책의 제목이 오세훈의 서울 산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시간이 무섭게 흐르는 곳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구지 제목까지 바꿀 필요가 있을까 싶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사람들은 특정인의 이름이 책의 제목으로 등장하면 그 책의 가치를 폄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도 어쩌면 그런 책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나는 차가 없다. 벌써 두 아이의 아빠인데 차가 없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면 매우 신기해 한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 엄마가 힘들었겠다고 이야기한다. 사실이다. 지금도 아내는 누가 공짜로 차를 주지 않나 기대한다. 해외에서 일하시는 장인어른이 돌아오실 때 저렴한 중고차라도 끌어다 줬으면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금전적인 것이 문제이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서울에서 차는 고민거리 제조기란 생각을 갖고 있다. 좁은 이 서울 땅에 주차난이 매우 심각하다. 내가 사는 지금의 아파트에도 주차할 공간이 많지 않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지하 주차장을 몇 바퀴를 돌아도 빈 곳을 찾지 못한다. 기름값도 많이 들고 사고가 나면 예상 밖의 거금이 날개를 달고 날아간다.

 

이런 내 사정을 아는지 이 책은 내게 너무도 고마운 선물이 되었다. 주말이면 씩씩하고 모험심 많은 아들로 자라주길 원하는 게으른(?) 아내의 성화로 우리 부자는 인근 공원으로 자전거를 끌고 간다. 이제 아이에게 그 공원은 모든 대화의 중심에 있다. 아이의 세상은 나의 이기심과 게으름으로 인해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이 나와 내 아들에게는 보물지도와 같이 소중하게 되었다.

 

사실 이런 생각에서 과거 구매한 책들이 전혀 없지는 않다. “고궁산책같은 제목의 책들이 내 책장에 꽂혀있다. 아직 아들이 어려서 고궁은 처음 성공하고는 이후에는 실패를 거듭했다. 다른 고궁을 가도 내 아들은 그저 비슷한 오래된 궁전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고궁에만 가면 늘 낮잠에 빠져서 업고 다니기 일수였다.

 

자 새로운 보물지도를 펼쳐보니 친절하게도 사진들이 나타난다. 선택시 고민을 덜 할 수 있는 반가운 요소이다. 내 아내에게 아이를 데리고 나갈 때도 거부반응을 사전에 줄여줄 만한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무조건 이야기만 듣고 인터넷으로 출력한 종이를 들고 나갔다가 낭패를 본 적이 몇 번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열심히 보고 나니 차 없이는 곤란한 곳도 발견했다. 캠핑장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텐트랑 잡다한 물건들을 버스며 지하철로 옮길 수는 없으니 말이다. ^^; 뭐 일단은 아들이랑 다닐 곳을 이렇게나 많이 챙긴 것 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슬슬 스케일도 좀 키워야 겠다. 그래야 우리 아들이 아빠 멋져란 말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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