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성이 간다 - 신주쿠 구호센터의 슈퍼히어로
사사 료코 지음, 장은선 옮김 / 다반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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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성이 간다”를 읽고




현수성, 참 생소한 이름이다. 재일교포인 그의 삶을 일면만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지금 이 글을 본 사람이라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현수성은 현재 40대 중반의 사람이다. 그의 아버지는 일본에 거주한 한국인 불법체류자였다. 몇년전 사망하였다. 어머니 또한 재일교포이다. 그런데 보통 이렇게 부모와 가족관계를 이야기하면 부모로 부터 물질적인 혜택은 없었지만 자수성가한 사람이란 식의 이야기 흐름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현수성의 부모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런 부모가 현재도 살아있고 한때도 같이 거주하긴 했지만 그에게 부모는 존재의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저 태어나게 해 준 것만은 감사해야 하지만 그 밖의 것들에 대해서는 감사할 만한 것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에게 폭행과 욕설, 내버림을 행하는 악인 중 하나였다.




일본내에서 한국인은 여전히 조센징이란 표현으로 구분된다. 날 때부터 배척받는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랑을 준 적도 없다. 아버지는 여러 여자를 전전했고 어머니 또한 여러 남자를 전전했다. 그러는 사이 현수성은 의붓 아버지 의분 어머니에게 노동 착취, 아동 학대 등등 좋지 않은 모든 것들을 경험했다. 먹지도 못했고 잘 쉬지도 못했다. 오직 정글에 버려진 야수와 같이 살아왔다. 그를 경험한 모든 사람들은 그에게 뭔가 결핍되어 있다고 한다. 아니 사람이라면 있어야 할 뭔가가 없다고 한다. 어느 조폭은 구워먹어도 먹을 수 없을 사람이란 표현을 썼다. 일본어 표현으로는 딱 느낌이 올 그런 말인데 우리말 번역으로는 좀 느낌이 없다. 그만큼 알 수 없고 뭔가 사람이 아닌 그런 존재라는 설명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그에게 현재의 일본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정확히 대다수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삶에 지쳐서 도움이 필요한 그런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책 속에서 설명하는 일본은 너무도 황량하여 마치 동남아 어느 한편의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되게 한다. 우리나라 어느 구석에도 이와 같은 일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궂은 날씨에 누군가는 따뜻한 집에서 부모님과 가족의 애정 속에서 숙면을 하는 사람이 있고 구석진 시멘트 바닥에서 그날그날을 겨우 버티며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국 일본 속에서도 그런 곳들이 있다. 현수성이 운영하고 있는 신주쿠 구호센터는 그런 아픔이 적나라하게 넘쳐나는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신분을 보면 확실해 진다. 호스티스, 호스트, 주점 종업원 등등. 한국의 강남 어디쯤에 밤이면 성업중인 그런 곳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현수성의 의뢰인이자 고객들이다. 아 신주쿠 구호센터는 비영리 법인이다. 한마디로 봉사센터이다. 그래서 누구나 방문할 수 있고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책 속에는 7년간 운영되었다고 설명이 나오는데 사실 이 책이 번역된 기간으로 인해 벌써 9년째라고 한다.




현수성은 어론에서 나왔듯이 거액의 돈을 벌어들인 후에 원인모를 백혈병에 걸린 후 회심하여 새 사람이 되었다고 책 속에도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새사람이 되었을까 하는 것이 이 책의 줄거리이다. 결론적으로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악하게 살아오던 사람이 지금 현재 선행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그는 매우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그를 찾아 오는 사람들은 죽을만큼 고통에 몸부림 치다가 그에게서 해결책을 얻어 갱생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현수성은 자신의 사무실 밖으로 거의 나가질 않는다. 그가 도와 주는 것은 종국에 각자에게 각오를 심어 주는 것이다. 약간은 물리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피신처를 마련해 주고 악덕 포주에게서 의뢰인을 위한 약간의 위자료를 받아 주기도 한다. 포주들은 조폭들과 연계되어 있다. 하지만 현수성은 그런 조폭들과도 단판을 벌인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떻게서든 비즈니스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 가장 합법적이면서 서로에게 뒤끝이 없는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과연 이런 것이 가능할까?




현수성은 2번의 결혼도 하였다. 그렇게 2명의 자식도 생겼다. 하지만 그에게 결핍된 그 무엇으로 인해 그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 보통의 사람들이 누리는 부모의 사랑말이다. 그는 정에 이끌리지 않는다. 정을 모른다. 그저 생존만 지금까지 생각해 온 사람이다. 단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돈 버는 방법을 연구한 사람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굉장한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돈을 모으고 구호센터를 운영하는 밑천을 마련한 사람이다.




현수성은 어릴 때 부터 한가지 좋은 신념을 갖고 있다.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결국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최선을 다해서 돈을 모았다. 자신이 되돌아보니 참 악하게 모았다고 한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고 한다. 후회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한다. 극은 극으로 통한다고 한다. 그렇게 최악으로 치닿은 그에게 최선이 연결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를 평가하는 사람들도 극과 극이다. 사실 현수성을 평가하는 것이 극과 극이라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현수성의 모습들이 극과 극이다. 악한 자는 현수성이 악인이길 원한다. 그래야 자기들에게 득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끝까지 이해하는 방법이 있을까 궁금하다. 자신도 누구인지 어떤 존재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시대이다. 나만의 변치 않는 믿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것이 있다면 분명 선할 것이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 나는 현수성이 태어난 것에는 이런 큰 뜻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법의 약점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돕고 있는 것이 결코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때 사람들의 노동을 착취했다고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가 희망을 주었고 자존감을 주었다고 한다. 현수성은 결과만을 중시하는 이성적인 사람이다. 그의 과거가 그를 만들었다. 결코 어떤 불행한 사람도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예시이다. 오늘 하루도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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