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세계화 - 글로벌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브루스 그린왈드 외 지음, 김원옥 옮김 / 세계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버블 세계화 (브루스 그린왈드 & 주드 칸 지음)




이 책은 한마디로 좋은 책이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던 것에 대해서 좀더 객관적인 사실들을 통해 진실을 이야기 해주어 좋은 책이다. 또한 들어서 익숙해져 버린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도록 한 책이라서 좋았다. 무엇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을까? 그것은 바로 세계화이다. 최초에 세계화란 말이 국내 신문과 언론에 출현하였을 때 기존의 국제화란 말과 무엇이 다른가 하고 반문되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외국 순방후 귀국하신 대통령께서 세계화란 말을 처음 사용하셨고 영어 단어 상으로도 세계화와 국제화는 달랐기에 그저 범위가 좀더 확대된 의미로 고착된 것 같다. 지금은 모두들 의심 없이 'Globalization' 즉, 세계화란 말을 사용하고 있다.




무엇이 세계화인가? 일단 피부로 느끼는 것은 10년 전보다 주변에 외제차가 많아졌다. 큰  부자가 아니라도 외제차를 타는 사람들이 주위에 몇몇 있다. 차 수리 또한 이전보다 쉬워졌고 매장 또한 곳곳에 보인다. IMF를 거치면서 금융기관조차 외국계가 많아졌다. M&A 등을 통해 외국계 기업이 되거나 다국적 기업들이 된 곳이 많아졌다. 패스트푸드 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또한 그 종류와 수준이 매우 다양해 졌다.




10년 전보다 확실히 공인영어 평균 점수도 많이 높아졌다. 모두들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영어를 실제 생활 속에서 많이 활용하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홍콩이나 싱가폴, 필리핀 등의 다국어 사용 나라라면 영어 활용도가 높겠지만 실제 우리 생활에 영어의 효용성은 10년 전과 비교해 그리 높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취업 필수란 생각에 다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떤 면에서 현재의 세계화를 거품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일까? 책은 대체로 경제부분에 초점을 맞춰 거품이란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을 한마디로 표현하여 책의 결론 부에 이렇게 나타난다. “현지의 노력이 전 세계적 노력보다 더 중요하며 세계화의 긴 역사를 살펴봐도 현지의 노력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화로 인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변화는 큰 의미가 없고 다만 각 지역의 생존욕구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효율성이 증대되어 자구책이 마련된다고 주장한다. 즉, 1차 산업과 2차 제조업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은 자동화를 통해 해결된다. 이로 인해 전체 산업 규모는 축소되어도 과거에 비해 생산량은 증가된다. 국내의 농사규모가 축소되고 농업의 가치가 떨어져도 다른 나라와의 경쟁 속에서 좀더 실리있는 작물 재배가 자생적으로 발생하게 되며 이런 생산물은 국내외 수요를 창출, 형편이 일면 나아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제조업 또한 저비용의 비숙련 노동인력을 동원한 가격경쟁력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경우도 신발과 같은 제품들은 상당량 중국에서 제조 및 수입되지만 디자인과 브랜드 차별화는 소수의 전문가 주도로 자국 내에서 모두 해결하기에 세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염려만큼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를 덧붙인다. 차츰 모든 산업은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제조업일지라도 공장을 통한 제품 생산 이상의 차별화된 영역들이 발생한다. 인터넷을 통한 주문자 맞춤 신발 등이 그런 예가 되겠다. 특히 이런 서비스업들은 결코 해외에서 진행 및 완료될 수 없다. 고객의 요청을 접수하고 판매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피드백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서 모든 것이 완료되어야 한다. 월마트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의 근접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월마트의 실적은 대체로 미국과 유사하여 좋은 편이다. 그러나 한국과 유럽에서 월마트의 실적은 그들의 세계화 전략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증명하는 결과가 되었다. 국내 이마트만큼 한국인의 취향을 철저히 파악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책은 이러한 여러 경우를 예로 들어 세계화가 얼마나 허무한지 증명한다. 또한 시장경제체제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철저히 신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규제나 세계화를 고려한 정책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과거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 책은 현재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한 정세에 대해서 안심할 것을 당부하는 측면도 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 당신이 속한 사회의 금융시스템이 상식적이고 효율적으로 동작한다면 곧 안정을 찾을 것이다.’ 이런 식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또한 세계 금융시장의 빅브라더인 미국의 경기전망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여파로 미국의 역량과 지휘가 시험받고 있지만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한 미국은 그 역할과 구조상 만성적자를 유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덕분에 다른 많은 나라들이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내공은 결코 시들지 않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거품과 IT 경기 거품 또한 자연발생적이며 그 또한 미국의 내공 유지에 큰 역할을 한 것이라고 부가 설명한다. 만약 기축통화국의 지휘를 내려놓아야 한다면 IMF가 그 역할을 대신하면 된다는 것이 저자의 논리이다. 일면 납득이 가면서도 극단적인 케인즈학파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IMF가 설립취지처럼 순수 국제기구인지 미국의 대타자인지는 저자와 나 사이에 확연히 견해가 다른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국제 금융시스템이 움직인다면 앞으로 한국 경기는 맑을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꼭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책의 번역 질에 대해서 쓴 소리를 하고 싶다. 책의 앞부분의 상당량을 읽으면서 영어 원서 그대로 읽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한 번역한 감수자들에 대해서 매우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들이 존경하는 스승님의 책을 이 수준 밖에 번역하지 못했냐고 이야기 해 주고 싶다. 주어와 목적어, 보어 조차 구분이 안되는 문장들이 많다. 오랜 기간 외국에서 거주하여 우리말에 서툰 것은 아닌지도 묻고 싶다. 한국 독자들이 읽는다고 생각한다면 미국인의 시각으로 번역해서는 안되지 않을까? 직역은 오역보다는 좋다. 하지만 국내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스터디용 임시번역서를 책으로 출간한 것에 대해서는 심히 불편함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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