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의 판도라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4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정창 옮김 / 들녘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콩고의 판도라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콩고라는 나라를 내가 알고 있던가? 글쎄,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열대우림의 나라. 그렇다면 판도라는? 그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이겠지. 그렇다면 콩코의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 상자처럼 열려서는 안될 무엇인가가 콩고에서 열려버렸다는 뜻이 되겠네.’ 뭐 이런 식의 내용 유추를 하면서 처음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600 페이지의 두툼함과 하드커버의 단단함 등의 예쁜 외모에 처음 마음이 끌렸다. 더욱 좋았던 것은 갖고 다니기에 부담되지 않는 무게였다. 거기다 이렇게 두꺼운 책이 절반 밖에 안되는 책들과 가격이 같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자 이제 넌 앞으로 3일간 내 노예다.'




최근에 수술을 받았다. 뭐 대단한 수술은 아니지만 한 사나흘 집에서 얌전히 있어야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수술 전날 그간 책이라도 읽자는 마음에 고른 이 「콩고의 판도라」는 내게 감동 그 자체였다. 거기다 600 페이지라는 분량은 수술후 통증과 더디게 가는 시간을 참 빨리도 가게 만들어 주었다.




주인공은 토마스 톰슨. 대필작가이며 천애 고아이다. 이제 갖 스무살이 되어 보육시설에서 나오자마자 살아갈 방도를 찾는 그런 신세였다. 그에게 처음 주어진 일이 바로 대필작가인데 그 당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노예작가란 자조적 표현을 대체로 사용했다. 그만큼 고생만하고 남는 건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필작가들은 실제 처지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주인공 톰슨에게는 대필작가란 직업이 먹이 사슬의 최 하단 직업이었고 그나마 그일이라도 하기위해서 최 상단 유명작가의 눈치와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톰슨은 어느날 자신에게 매일매일 8페이지 분량의 글을 쓰도록 요구하면서 시나리오를 주고가는 불쌍한 유부남을 찾았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었다. 여러 명의 아이를 키우는 불쌍한 작가로 그는 믿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 작가가 약속한 날에 나타나지 않았다. 작업한 글을 넘기고 푼돈이라도 받으려던 그날에 톰슨은 자신의 머리 위로 놓여있던 먹이사슬 전체를 볼 수 있었다. 그 작자는 총각이었고 어떤 이유로 죽어 있었다. 속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지만 그 작가에게 일을 준 윗선을 찾아 나섰다. 참으로 기괴하게도 그 사람도 사고로 죽었다는데 또 그 위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오르고 올라서 최고 윗선의 유명 작가를 독대하게 되었다. 그에게 악다구니를 하고 돌아서는데 노튼이란 이름의 변호사를 만나게 된다. 그는 콩고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담당하고 있다며 마커스 가비라는 사람의 변호를 맡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마커스를 위해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다고 말한다. 톰슨은 자신의 처녀작인 ‘콩고의 판도라’와 이 사건이 같은 콩고에서 일어난 일이란 공통점을 느끼면서 일을 맡게 된다. 그렇게 죄수인 마커스 가비를 정기적으로 만나 자신의 온 정성을 다해 책을 쓰게 된다.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차세계대전이다. 톰슨은 마커스 가비가 콩고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어느 정도 글로 마무리하던 시점에 군인으로 전선에 나가게 된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입대하고 얼마되지 않아 천식 판정을 받아 제대하게 된다. 그런 와중이라 마커스 가비의 재판 또한 판결이 계속 늦춰지고 있었다. 가비 입장에서는 사형을 피해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후 출간된 마커스의 이야기는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 덕분에 여론은 마커스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과연, 콩고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마커스 가비와 함께 갔던 귀족 윌리엄과 리차드는 소설 속의 묘사처럼 잔인한 인물들이었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지하세계의 텍톤족은 과연 실제하는 것일까? 암감이라는 텍톤족 여성은 마커스 가비와의 사랑을 쉽게 포기할 수 있었을까?




소설은 온갖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모험 소설에 시대를 투영하고 풍자와 해학도 담겨 있고 스릴까지 있다. 헐리우드 영화같은 로맨스와 에로도 함께 있다.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던 스포일러만큼 소설의 결론을 확 말해 버리고 싶은 충동도 생겨나게 한다. 반전에 반전. 수술의 통증으로 잠시 인상을 쓰다가도 이내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뭔가가 이 책에 있었다. 더운 여름 날씨에 즐겁고 재미난 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는 그런 소설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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