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사이먼튼의 마음 의술
칼 사이먼튼 외 지음, 이영래 옮김 / 살림Life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칼사이먼튼의 마음의술(醫術)

원제 : Getting Well Again

부제 : 긍정적 기대는 어떻게 암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가?




당신이 암이나 그외 다른 질병에 걸렸다면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만약 이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서 듣고 생각하게 되었다면 아마도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일단 상황을 정확히 인지한다. 내가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것과 정리해야 할 것들을 해결한다. 그 후에 가족들과 상의한다. 살아남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 어쩌면 이런 과장 중에 지치고 낙담하여 나를 방치해 둘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의 답변은 무엇일까? 나도 매우 궁금하다.




사람들은 의사에게서 “상황이 안좋습니다”나 “지금 당장 입원해야 합니다” 등의 말을 듣기 전에는 평소와 같이 별 걱정 없이 살기를 원하고 그렇게 살고 있다. 운이 좋아 질병이 초기에 발견되어 외과적인 수술이나 약물로 쉽게 치료되면 매우 행복해 한다. “운이 좋다” 나 “이렇게 초기에 발견되다니” 등의 말이 매우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하여 정말 아무것도 아닌 병처럼 치료되어 다시 전과같이 생활 속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어떨까? 매우 열심히 생활하고 늘 심각하진 않지만 뭔가 괴롭히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고민들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사람에게 의사의 말은 어떻게 다가올까? “병이 너무 많이 진전되었네요”나 “다른 병원에 가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제 의학적 소견으로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등 말이다. 이런 식으로 말의 재주와는 담을 쌓은 의사들의 표현에 마음이 갈기갈기 찧어지는 환자는 과연 자신의 질병보다는 의사의 혀로 된 칼로 더 큰 고통을 느끼지 않을까? 심지어 병을 더욱 크게 만드는 꼴은 아닐까? 이런 수준의 의사들이니 이들 또한 질병의 고통 앞에서는 중이 제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제격인 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질병 앞에서도 ‘제 의학적 소견은...’ 하면서 마음 속에서 얼마나 독이 되어 굴러다니겠느냔 말이다.




이 책은 이런 고질적인 상황들에서 좀더 환자들이 행복한 자기 시간들을 가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행동지침들을 제공하고 있다. 통증이라는 자기 내부 속의 비명을 무시하거나 잊을 수 있는 방법들도 제공된다. 앞에서 내가 했듯이 질병선고에 대한 나의 처신은 다른 사람들도 비교적 유사하다는 사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병의 진행은 각자의 마음먹기에 따라 완전히 달랐다. 말기암 환자 중에도 10년 이상 건강히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적어도 이 책이 이야기하는 긍정의 힘을 끊임없이 사용한다면 지금보다 10년은 즐겁고 활기차게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있다. 앞으로 10년을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알차게 살 수 있다면 10년은 숫자일뿐 그 의미는 100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현재 시점에서는 환자가 아닌 환자의 보호자이다. 내 어머니는 대장암 4기라는 판정을 몇 년전에 받았다. 거의 1개월간 계속되는 변비로 인해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어머니는 너무도 당혹스런 의사의 소견을 듣게 되었다. 레지던트 1년차의 그 친구는 자신이 판독하던 CT 촬영 결과물과 환자의 상태 사이에서 뭔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젊은 친구의 머리 속에는 이렇게 큰 암세포가 있는데 환자의 말처럼 “똥 못싸서 배가 아파죽겠다” 외에는 별다른 점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혹시 뇌는 문제가 없나 식의 엉뚱하고 보호자를 미친개 수준으로 만들 그런 말들만 하고 있었다. 숙소에서 졸고 있던 고참 레지던트와 두꺼운 의학서적을 갖고 와서 자신의 판독이 틀리냐 옳으냐로 고민하는 2명의 얼간이들을 보면서 얼른 어머니를 다른 병원으로 모셔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무조건 큰 병원으로 모셨지만 병실은 없었다. 의사에게 문진하고 병실을 잡고 수술 일정을 잡는데 한 달은 훨씬 지나갈 것 같았다. 그 사이 환자는 이런저런 대화를 곁에서 옅듣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이 정도의 크기이면 7년전쯤 시작되었겠네요” 나 “암의 진행정도로 봤을때 4기네요” 등의 의사가 내뱉은 나름대로 객관적인 말들이 해당된다. 이런 말들에 어머니는 심하게 낙담하셔서 “언제 죽는다고 하냐?” 물으셨다. 글쎄다. 당시 그 상황에서 나또한 어머니의 상상을 무너뜨릴 적절한 말을 못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매우 긍정적인 상황이다. 벌써 몇 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간헐적인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중이다. 머리가 빠지셨고 고민이 많아지셨으며 잠을 잘못 주무시는 면들이 있다. 무엇보다 어머니 내부의 마음이 그전과는 많이 달라지셨다. 그 사이 어머니는 죽음에 대해서, 가족들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셨다. 스스로 살아남아야 될 명확한 이유를 찾으시는 중이다. 이전과는 달리 싫고 좋은 것에 대한 의사표현이 분명해 지셨다. 아버지와 내게 화도 내신다. 이점은 과거보다 좋아진 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환자들은 다음과 같은 치료방법 등을 이용한다.




1. 자신의 병과 백혈구, 치료제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본다.

2. 병이 생긴 후에 좋아진 점과 나빠진 점을 나열하고 비교해 본다.

3. 병이 확인되기 전인 1~2년 간 받았던 스트레스를 되짚어 본다.

4. 하고 싶은 일과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본다.

5. 내면의 또다른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6.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남아 있을 가족들을 생각해 본다.

7. 땀이 흠뻑나는 운동을 하고 늘 즐겁게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어머니는 아직 위의 치료방법들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으시다. 이 책과는 다른 책들을 통해 이와 유사한 내용들을 이미 알고 있을실 수는 있다. 내 생각이지만 구지 환자가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공부나 연구를 좋아하는 성격의 환자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나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은 각양각색이다. 내 어머니가 느끼는 자신의 현 상황은 나가 생각하는 것과 정확히 같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급한 마음에 이 책의 내용을 알려드리고 책 내용대로 뭔가 해 보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앞의 치료방법들을 옆에서 안내하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환자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좀더 긍정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간 어머니가 오랫동안 원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있는 중이다. 좀더 이기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어머니가 되실 수 있도록 말이다. 환자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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