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고민이란 말은 생각보다는 걱정에 가까운 용어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생각에 가까운 의미로 이 말을 사용한다. 세상 속에서 시대에 따라 죽어가는 말들이 있다. 고민도 저자와 같이 현재 60대 전후의 분들에게는 생각에 가까운 용어일지도 모르겠다. 내 경우에는 이미 걱정에 가까운 말이 되었다. 저자의 이야기 속에 청춘이라는 말도 있다. 청춘이라는 말은 젊음과 유사한 말이다. 하지만 어느새 이 말은 부정적 의미가 생겨나 철없는 시기라는 의미를 갖는 듯하다. 그래서 “자네 청춘이야”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내가 최근에 이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몹시도 추운 겨울에 양말도 신지 않고 슬리퍼 차림에 동네 잡화점에 들렀을 때이다. 나이드신 분이 웃으면서 하셨는데 표정을 보지 않았다면 잔소리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저자는 1900년 전후를 살아간 2명의 지식인을 이야기한다. 한명은 일본의 작가, 나쓰메 소세끼이고 다른 한명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베버이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사회의 급격한 발전에 대해 미리 그 부정적인 면들을 간파하고 경고적인 글과 주장을 펼친 사람들이다. 바로 금권주의가 그들이 거부한 것이다. 요즘같은 시기에 청빈이란 말또한 죽은 말이 되었다. 조선시대 선비가 아니고서야 청빈이 사람의 덕목이 되기도 어렵고 돈없이는 도대체 이 사회속에서 생존이란 것이 가능할까 의문이 된다. 현대는 양과 속도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시기이다. 저자는 십대시절 이런 빠르고 경쟁적인 사회속에서 어느 정도 부적응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재일교포로 일본속에서 또하나의 섬으로 살아간 존재여서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 십대때는 다시금 돌이켜보면 더디고 꼬여있고 앞으로 나가질 못하던 때가 아닌가 싶다. 즉, 이 책의 제목처럼 고민하고 답답해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런 그 시절에 저자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나쓰메 소세끼의 책들에 빠졌있었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막스베버의 사상에 취하기도 하였다.




저자는 독일에 유학하여 자신이 고민하던 많은 것들에 대해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는 현재 일본 동경대의 정보학연구소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런 그가 책 속에서 한 이야기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정보통이란 과연 지식인인가? 정보를 많이 안다는 것이 과연 지식이 풍성하고 지혜로운 기준이 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Information과 Intelligence는 왜 구분이 되는가? 40대의 아버지가 아들과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인터넷을 잘하는 아이에게 여행지에 대한 정보 조사를 부탁하였다면 아버지는 아들보다 지혜가 부족한가? 과학이 발달하고 물질이 풍요로워지면서 사회속에서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계층은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신경쇄약에 걸리기도 한다. 벌써 1세기 이전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두명의 대가들 또한 신경쇄약을 언급했다고 한다. 1세기를 앞서 살면서 이미 현재의 모습도 예견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내가 생각할 때 1세기 전에는 참으로 격동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모든 것이 지금보다 더 급하게 바뀌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현재 보다 질과 양은 적더라도 문화적 감수성이 달랐던 그 시절 사람들에게는 그시기가 오히려 폭풍전야와도 같지 않았을까 한다. 사람들 사이의 불신과 불안 등이 더욱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을까한다. 현대는 그런 면에서 많이 무뎌지지 않았을까? 저자가 말한 2명의 대가들과도 맥을 같이 하는 분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염상섭 선생님이 그런 분이 아니었을까? 학창시절 늘 버릇처럼 왜우던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그런 유사한 글이 아니었을까 한다. 표현의 차이이겠지만 앞서 살아가신 이들 어른들은 저자의 표현처럼 “말류 의식”의 소유자가 아닐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