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이세벽)




낯선 이름의 국내 작가의 소설 한권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책 표지는 붉은 색을 띄고 있는데 꼭 세벽녘 태양이 솟아 오를 때의 그런 느낌이 든다. 작가의 이름과 느낌이 통하는 것 같다.




소설은 이솝우화 같은 느낌이 든다. 우화는 대체로 풍자적인 면이 있다. 이 책도 그런 면에서 풍자적인 면이 충분하다. 그러나 동물농장의 시끌벅적한 동물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쥐나 고양이 같은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황금쥐라는 이름의 거대 재벌이 등장한다. 그의 최측근 부하는 은색쥐이고 이사나 상무들도 은색쥐이다. 다만 고정 출연자 은색쥐는 딱 하나이다. 은색쥐의 아들 은실장도 있다. 모두 곡간의 곡식들을 탐하는 쥐들로 묘사된다. 이들을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도 판사도 아니다. 어두운 뒷골목을 지배하는 조폭 고양이 들이다. 쥐들은 돈의 힘으로 이들과 균형을 이룬다. 고양이 조폭들도 레벨이 있어 미국 마피아 수준의 붉은 고양이파에서부터 회색 고양이파 등등 다양한다. 어쨌거나 고양이들은 쥐들을 가볍게 보지만 쥐들의 돈에는 머리를 숙인다. 그런 계약 관계가 없을 때에는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이들 이외의 배역은 어떨까? 더 이상의 동물 출연은 없고 나머지는 모두 사람이다.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 6살에 버려져 7년을 지하철에서 노숙자로 살고 있는 철수, 사업이 망해 지하철에서 숨어사는 송 이사, 오직 실력과 원칙으로 승부하는 부장판사. 현재의 우리모습을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배역들이지만 물질만능인 세태를 풍자하기에는 더도 덜도 없이 적당한 캐스팅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일까?




주인공 철수는 6살에 동대문운동장 지하철 역에서 엄마와 헤어졌다. 모두들 버렸다고 이야기한다. 엄마의 이름만 알뿐 나이도 주소도 모른다. 어느덧 13살이 되었지만 키는 여전히 유치원생 정도이다. 지하철 노숙자들은 철수가 황금쥐를 닮았다고 한다. 황금쥐는 사촌이 발견한 금광을 독식하여 현재의 대 재벌이 되었다. 말투는 정주영 왕회장과 비슷하다. 그만큼 나이가 많다. 외모는 당연히 쥐를 닮았다. 앞 이빨을 내고는 이것저것 갈가 먹고 싶어한다. 심지어 그 욕심은 지하철이정표에 까지 미쳤다. 조폭을 동원하여 전세계 모든 지하철 이정표를 훔치고 먹어치웠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지하철을 탈 수가 없다. 방향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황금쥐는 지하 세계의 왕이 되려한다. 그 외모만큼이나 전략도 어울린다.




이쯤 내용을 들어보면 저자가 얼마나 풍자적인 작가인지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이름처럼 계몽적인 내용의 소설이다. 물질만능 주의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요구하는 느낌이 든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았어야 했다는 식의 넋두리에 그치지 않다. 오히려 끝까지 열어두었어야 했다는 것이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이다. 과거 국난이 있던 시기에 계몽소설이 유행이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이 바로 경제 국난의 시대이다. 물질만능인 현재에 이보다 큰 국난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참 시기적절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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