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초대
윤미솔 지음, 장성은 그림 / 떠도는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첫 번째 초대 (윤미솔)




수필같은 느낌의 책 한권. 표지에는 매우 추상적인 느낌의 그림이 한점 있다. 초록색을 주로 사용한 그림이다. 우주라는 바다를 바라보는 방파제 위 갈매기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괜히 이 책을 읽고 보니 〈갈매기의 꿈〉이란 책이 연상이 된다.




첫 페이지의 시작은 소설같은 느낌을 준다. 사랑하는 아버지와 함께 살지 못하는 주인공의 현실. 아버지는 버려두고 혼자 미국으로 와서 함께 살고 있는 엄마와의 갈등. 그런데도 잠시 생각이 드는 것은 분명히 저자도 한국인이란 사실이다. 왠 뜬금없는 소릴까 하겠지만, 부모님에 대한 호칭이 이렇기 때문이다. 아버지, 엄마. 주인공이 여자인데도 사랑하는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다. 미움이 가득한 어머니는 그래도 엄마라고 부른다. 나또한 아버지는 중학교 이후로 아버지이고 엄마는 지금도 엄마이다. 벌써 40이 다 되어 가는 상황에서도 그렇다.




어찌 되었건 그런 주인공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주인공은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에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한다. 보고 싶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느님께 기도로 부탁을 드린다. 방법을 알려달라고 앙탈도 부린다. 그러다 실신하고는 유체이탈의 체험을 한다. 유체이탈을 소재로한 일본 만화 「아스트랄 프로젝트, 월광」과 왠지 유사한 느낌이 든다. 점점 흥미진진해졌다.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까 궁금했다.




점점 읽는 속도가 붙게 되면서 이 책이 소설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구지 장르를 이야기하라면 수필이 되겠다. 주인공은 저자 본인이다. 글의 표현방식이나 어투가 20대로 느껴진다. 꽤 신세대적인 솔직함과 직설적인 면이 많다. 그런데 저자는 40대에 접어든 분이다. 대입 학력고사를 이야기하는 것과 대학생 시절 과외로 월 30만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들이 분명 나와 같은 30대 후반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저자는 매우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한 것 같다. 그래서 글이 보다 친근하게 느껴졌고 그녀의 이야기에 더 많은 진실성이 느껴졌다.




이 책은 유체이탈이란 독특한 소재로 시작되었지만 대체로 영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학창시절 기독교를 믿었다고 한다. 너무도 자유로운 성격이라 종교도 때때로 바꿨다고 한다. 카톨릭, 불교 등. 그런데 지금은 딱히 정해 놓은 종교도 없고 기독교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왜곡되어 거부감이 든다고 밝힌다.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 후 경험하고 깨달은 일련의 사실들을 통해서 영혼은 무한하며 윤회한다고 이야기한다. 신은 공평하시고 모든 영혼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현재의 고난과 어려움, 기쁨, 행복 등 모든 것이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한다. 우리가 육체를 갖기 전에 계획했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시작되고 때때로 예외사항과 애드립이 가미된다고 이야기한다. 종교에서 말하는 지옥은 영혼이 상처를 받거나 스스로 저지른 죄과에 대한 고통이라고 이야기한다. 영혼의 관점에서 시간과 규칙 같은 유한하고 제약된 것은 없다고 한다.




근래 서점가에 홍수처럼 등장하는 「비밀」시리즈들도 이러한 저자의 세계관과 같은 맥을 갖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저자의 이야기들이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무슨무슨 법칙이란 타이틀을 걸고 과거 유명한 인물들도 갖고 있던 믿음이란 식의 상업화가 왠지 진실되어 보이지 않는다. 영혼의 시각에서 내가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영혼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준비한 일들을 진행한 것이라고 이해하게 되었다. 동료와 반목하고 형제와 친구들에게 화를 내는 내 모습이 너무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테레사 수녀님같이 한평생 자신의 신념과 애초에 계획한 일들을 의심없이 실천한 영혼들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배풀면 내 영혼이 성장하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내와 아이를 더욱 사랑해야 할 근본 이유도 깨닫게 되었다. 나와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처음부터 모의한 영혼들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결코 함부로 할 수가 없게 된다.




각자가 믿고 있는 종교를 떠나서 더 큰 관점에서 자유, 사랑,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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