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라이크 미 -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존 하워드 그리핀 지음, 하윤숙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블랙 라이크 미 (존 하워드 그리핀, 1920~1980)

부제 :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전세계 수천 학교에서 필독서로 선정한 우리 시대의 위대한 고전)




며칠간 꽤 심란한 마음에 이 책을 읽었다.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개운함이란 있을 수 없고 답답함만이 가득하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차별할 수 있을까란 생각만 머리 속에서 맴돈다.




교회 목사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이 책의 내용과 결합되어 더 강렬하게 기억된다. “아담과 하와는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었습니다. 그리고는 추방되었지요. 동산 한 가운데는 2그루의 나무가 있었습니다. 한 그루는 선악과 나무고 다른 그루는 생명 나무입니다. 영원히 살 수 있는 생명 나무는 내버려두고 뱀의 간교함에 금지된 선악과를 먹은 겁니다. 선악과는 죄와 허물을 밝히 보는 기능을 합니다. 그래서 아담과 하와는 자신들의 벗은 모습에 수치심을 느껴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게 됩니다. 에덴 동산에서는 전혀 필요없는 수치심이 그들 마음에 생긴 것입니다. 이후 수치심은 남의 죄를 판단하는 마음으로 변합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죄악입니다.”




남의 죄를 판단하려 한다. 남을 판단하려 한다. 기독교에서 금지하는 행위이다. 왜냐면 우리 인간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는 것이다. 월권행위이다. 신만이 갖은 권리를 사람이 동등한 사람에게 행사하는 것이니 죄가 되는 것이다. 남을 평가하려는 기질은 인간의 속성인 것 같다.




책을 보면서 성경 속의 인종의 기원이 생각났다. 노아에게는 셈, 함, 야벳이란 자식들이 있었다. 셈은 백인들의 조상이 되었고, 함은 흑인들의 조상이 되었다. 끝으로 야벳은 황인의 조상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유태인들은 세 가지 피부색을 갖고 있는 다인종이란 이야기를 이전에 들었다. 현재는 셈의 후손들만 살아 남았지만 2차대전까지만 해도 함과 야벳의 후손들이 살았다고 한다. 전쟁 중에 소수민족들의 박해로 모두 사라졌다고 들었다.




유럽의 역사는 백인들의 역사다. 그 유럽의 역사가 근대의 역사이다. 우리가 배운 세계사 내용에는 거의가 그런 백인들의 이야기이다. 흑인과 황인은 백인들의 역사에서 노예로 등장한다. 수고롭고 무거운 짐을 지는 일은 대체로 흑인들이 했다. 역사속의 많은 유물들중 흑인의 노동력으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을 것이다. 노동에 대한 적절한 댓가가 없어 그들은 이름도 남기지 못했고 번성하지도 못했다.




20세기 역사에서 항상 중심에 섰던 미국. 그들에게는 언제나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이 동행한다. 기회의 나라인 그 땅에는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로 표현된다. 그 땅에 토착민이던 황인들을 몰아내고 노동을 대신할 아프리카 흑인들을 영입했던 백인들. 그들 또한 유럽 역사속의 잔인한 백인들과 같았다. 노동의 댓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현재의 미국도 아무 이득없이 수고한 흑인과 황인들의 결과이다.




그러나, 상하 구조의 관계에서 모든 노동의 결과물은 지배자였던 백인의 몫이 된다. 그런 백인들이 두려워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피지배자들이 자신들의 몫을 요구하고 권리를 장전하는 일이 된다. 결국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는 사람의 노력이 패를 만들고 적을 만들고 종을 만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기회의 땅 미국에서 20세기에도 아직까지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 그리핀씨는 1959년에 책 표지에서와 같이 피부를 검게 변화시켜 흑인으로 7주간 미국 남부지역을 순회한다. 피부색을 검게 하는 멜라닌 약을 먹고, 변화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자외선 등을 쏘이고, 흰 피부가 드러나는 부분에는 염색약을 칠하면서 흑인으로 변한다. 고운 머리털이 문제가 될까 싶어 머리를 밀어 버렸다. 손등의 밝은 털도 면도기로 밀어 버렸다. 심지어 마음도 흑인이 되어 백인들의 눈치를 본다. 때로는 죽음의 두려움도 느낀다. 물을 마시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도 만만치 않다. 흑인 카페를 찾아야 겨우 물을 마실 수 있고 배고픔을 달랠 수 있다. 돈이 있어도 호텔에서 잘 수 없다. 헛간에서 자기도 하고 모르는 흑인의 거실 바닥에서 자기도 한다. 그나마 감사할 일이라고 이야기 한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거의가 백인들 전용이기 때문이다. 버스 정류소의 휴게실도 흑인용이 따로 있다. 그곳이 아니면 백인들의 따가운 시선과 독설에 몸둘 곳을 찾지 못한다. 미국에서 흔하게 하는 히치하이크도 그에게는 매우 불편한 일이다. 그 당시 미국 남부 지방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대부분 백인들의 것이다. 그러니 히치하이크를 하기도 쉽지 않고 할 경우에도 차 주인의 눈치를 보며 차 주인의 횡포에 이내 내리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가 그렇게 고생해서 경험한 이야기들. 흑인이 되어 맘속에 담아두었던 일들을 이 책속에 담았다. 책이 출간되고 어땠을까? 그리핀 씨는 그후 KKK단 같은 인종차별 주의자들로부터 위협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내가 그 시절 그 곳에 살던 백인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냥, 답답한 생각이 든다. ‘시간이 답해 줄 것이다’ 식의 기운 빠지는 생각만 잠시 해본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리핀 아저씨가 돌아가신 지도 30년이 지났다. 그리핀이 죽기 전 어떤 생각을 했을까? 현재 미국 대통령이 흑인이란 사실을 알면 어떤 생각을 할까? 잠시 생각해 본다. 코스비 가족이란 시트콤에서 왜 백인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던 그때와 지금은 또 어떻게 달라진 걸까? 할 베리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미국의 백인들, KKK단의 우두머리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의 오바마 대통령은 몇몇 예언자들 말처럼 신변에 위험을 계속 받고 있는 걸까?




끌으로 그리핀 선생님의 노고에 존경을 표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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