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누구야? - 미국에서 내 아이 당당한 한국인으로 키우기
한윤정.신동혁 지음 / 푸른향기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엄마, 난 누구야?




나는 서점에 자주 들린다. 주로 신간 서적들을 보러 간다. 책을 쭈욱 훑어보다가 손이 가는 책들이 있다. 내가 읽기 위해서, 때론 선물하기 위해서 이다. 지금 이 책도 선물을 하기 위해 선택한 책이다. 주기 전에 일단 내용은 조금 알아야 되겠다 싶어 조심조심 읽었다.




얼마전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동생은 먼 타국으로 이민을 간 상태이다. 얘들 교육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점점 우리말보다는 영어로 이야기 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직 어린 조카들이 한글을 읽고 쓰는게 부족할 때에 이민을 간 상황이라 외국에서 이내 받아들인 영어에 많이 익숙해져 버린 듯 했다. 몇 년간 얼굴도 못보고 지내니 얘들이 얼마나 컸는지 영어는 얼마나 잘하는지 잘은 모르겠다. 때때로 전화통화에서 버터를 삼킨 듯한 발음에 "Oh, native tongue!" 하는 식의 촌스런 칭찬이 고작이었으니... 참 삼촌으로 한심한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 책은 동생에게 선물하고 싶은 생각에 고른 책이다.




아주 즐겁고 재미나게 쭉 봐버린 책은 동생에게 참 적합하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받고 부담을 느끼진 않을 것 같다. 다만 책 읽기 싫어하는 동생 놈이 과연 다 볼지가 의문이다. 까짓 안본다면 조카들에게 읽히는 것도 괜찮겠다. 우리말이 서툰 조카들에게 이책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고 물을 사람도 있겠다. 사실 이 책은 저자의 아들 동혁이가 유치원을 다닐 정도의 나이부터 시작해서 쓴 일기를 바탕으로 저자의 상황 해설과 미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이 책을 우리 조카들에게 보여준다면 동혁이의 영어 읽기를 읽히는 것이 된다.




처음 이 책을 서점에서 골라 들고는 이민자 가정의 자녀교육에 대한 노하우를 꽤 많이 나열해 놓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묻어둔 체 동혁이의 영어 일기를 읽는 것이 더 재미있고 시간가는 줄 몰랐다. 글 속에서 아이의 고민과 시각을 옅볼 수 있었다. 또한 시적인 표현들도 매우 재밌었다. 어린 아이가 선택한 영어 단어 또한 영어 교과서의 표현과는 전혀 달랐고 미국 현지 표현이구나 싶었다.




책의 막바지 부분에 진지하게 저자의 의도가 나타나기 시작된다. 저자의 남편과 함께 일하는 사람의 자살을 이야기 한다. 이민 가정의 부모들은 기회의 땅 미국에서 자녀들이 자신들 보다 훨씬 더 성공하고 풍요롭게 살기 원한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는 뿌리와 자긍심을 아이에게 심어주기 보다는 자신들이 그러했듯이 미국 사회 속에서 미국인으로 빨리 적응하고 동화되기를 원한다. 그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참 공부에 열심히던 아이가 어느날 뜬금없이 ‘왜? 공부를 해야하지?’하고 반문하듯 ‘왜? 난 이렇게 외롭게 살고 있지? 난 누구지? 어머니, 전 누군가요?’ 하고 말한다면, 그 사람이 어느덧 20대를 넘어 30대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교포사회에서는 이런 문제가 매우 큰 고민이자 걱정일 것이다.




이 책속에는 동혁이와 동혁 엄마(저자)와의 미국생활 에피소드를 통해 천천히 앞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현재 미국에서 한국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저자로서,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식 전개가 훨씬 설득력이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주변 미국인들에게 한국을 이야기하고 한국의 문화행사에 참여시키고 음식과 놀이등에 대해서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자긍심을 느끼는 일들이 하나의 예가 되겠다.




얼마전 읽었던, 〈어? 하버드에 들어가네〉란 책과 같이 철저하게 가정 내에서는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점이 아닌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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