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Mr. 후회남 - 둥시(東西)
오늘도 쩡광쎈은 자신의 손으로 자기 입과 따귀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늘 그렇듯이 그의 입이 사고를 쳤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입으로 곤욕을 치뤘던가.
그의 아버지가 홍의병에게 끌려갔다. 아버지가 어머니 몰래 옆집 누나와 동침했다는 소문을 퍼트린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몇몇 선전대의 전시 상품마냥 곳곳에 끌려 다녔다. 누구의 고자질로 그렇게 된 줄도 모르고 며칠을 맞고 또 맞았다.
그의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가 싫어 집을 나갔다. 일하던 동물원의 골방에서 기거했다. 거처의 옆 방 남자가 때때로 수작을 걸었다. 쩡광쎈은 그날도 그 모습을 보고는 어머니에게 입방아를 찧었다. 며칠후 아버지의 그 사건에도 꿋꿋했던 어머니가 자신이 기르던 호랑이 우리로 뛰어들었다. 그때 어머니가 데리고 있던 여동생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어머니의 그 사건 이후 쩡광쎈은 어머니 대신 동물원의 사육사로 취직했다. 그의 어머니처럼 동물원의 쪽방에서 기거했다. 생전 처음 자신의 이야기를 성실히 들어주는 친구도 생겼다. 어느날 다른 곳에 볼일이 있어 기르던 개를 친구에게 맡기고 여행을 다녀왔다. 그후로 자신의 개가 친구를 더욱 따르는 것이 목격되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동물원에는 쩡광쎈에 필적하는 아줌마가 한명있다. 그 아줌마가 어느날 친구와 쩡광쎈의 개가 연애질을 한다며 입방아를 찧었다. 쩡광쎈은 그제야 왜 자기 개가 친구를 따르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후 친구는 자살했다. 자신의 말을 누구보다 잘 들어주던 친구인데 말이다.
이렇듯이 주인공 쩡광쎈의 주변에는 늘 사건과 사고가 터진다. 그때마다 그에게는 친구도 동료도 친척도 없다. 모두 떠나거나 죽는다. 팔자란 말로는 설명이 안된다. 원인은 그 놈의 입 때문이다. 쩡광쎈은 솔직하다. 쩡광쎈은 거짓말을 못한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입에다 주먹질을 한다.
설상가상으로 쩡광쎈은 줏대도 없다. 아니 없다기 보다 적절한 때에 있어야 할 줏대는 없고 없어야 할 때만 있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어 그녀의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그만 강간범으로 몰렸다. 그래서 감옥에 갔다. 2년간 그 가벼운 입을 닫아 버렸다. 자신의 변호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그래서 9년이 지나 무죄로 석방되었다. 형기는 결국 다 채웠다.
도대체 이 친구에게는 누가 친구가 되어줄까? 그런데 이 책 속에서 쩡광쎈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상대방은 참으로 잘 들어준다. 아이쿠 그러면 그렇지. 안마시술소의 아가씨를 돈으로 사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란다. 주저리주저리. 아마도 너댓 시간은 그렇게 이야기 한 것 같다.
불쌍한 쩡광쎈. 스스로도 고백하길 어느덧 50이 되었단다. 15세부터 사고치던 그 쩡광쎈이 이제 50이 되었단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참으로 불쌍하고 측은하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에게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싼 입에 누가 견딜 수 있을까?
참 오랜만에 맘껏 웃어본다. 그런데 그 웃음이란 게 참 씁쓸하다. 왜냐면, 나도 때로는 쩡광쎈이었다. 이 책을 읽는 많은 남자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왜 그때 그런 말을 해서는... 왜 그때 그 말을 못해서... 그때 만났던 그녀는 지금 뭘 할까? 등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