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묻고 답하다 - 세상을 읽는 119개의 키워드, 노교수의 핵심 강의 노트
니시베 스스무 지음, 정경진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학문, 묻고 답하다. - 니시베 스스무

부제 - 세상을 읽는 119개의 키워드




이 교수님은 전공이 뭘까? 출판사에서 책 한권 써달라고 부탁 받고는 후다닥 119개의 키워드를 선별하고 각각의 키워드에 서너 페이지의 자기 뜻을 깔끔하고 예리하게 적어 내려간 이 老교수 말이다. 동경대 경제학부를 나와서 동경대 교양학부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평론가이자 강연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몇 년전에 대학 선배가 나에게 교양이 없다면서 800 페이지 분량의 “교양(BILDUNG)”이라는 독일 학자의 책을 준 적이 있다. 아쉽게도 읽다가 포기했었다. 그런 일이 갑자기 기억이 나는 것은 이 책도 그 책과 비슷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교양” 보다는 훨씬 현세대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 공감이 더 많이 가고 읽기도 훨씬 편하다.




저자의 약력을 다시금 확인해 보고 싶어진다. 혹시 우리나라의 이어령 교수님처럼 국어사전에 해당하는 일어사전도 만든 언어 전문가는 아닌가 궁금해진다. 119개의 키워드를 설명하면서 대중이 알고 있는 해석과 자신만의 해석, 자기 해석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영어와 라틴어 어원까지 설명한다. 교수의 집요한 논조는 일이년 만에 완성된 것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서문에는 출판사의 요청에 흔쾌히 일필휘지한 책인 듯 소개하고 있다. 노교수가 일부러 자신의 내공을 숨기거나, 이 책의 출판에 너무 기분이 좋아 과장한 것은 아닌가 싶다. 다년간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들이 응축되어 이런 역작이 된 것이라 생각해 본다.




이 책은 제목처럼 누군가 119개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사전을 펼쳐 우매한 학생들에게 올바른 정답을 설명하는 듯하다. 저자는 일본의 현세대에게 따끔한 말을 서슴없이 한다. 관료라는 용어 설명 부분에서 공무원에 대한 잘못된 시각과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표현에 대해 자신의 뜻을 피력한다. 동경대 교수란 직업은 노교수의 입장에서는 영혼을 가진 공무원인지 노기띤 주장을 펼친다. 공무원의 의지가 나라의 행정을 조정하여 결국에는 정치력을 갖는다는 설명을 하면서 이런 자들이 어찌 영혼이 없다고 하겠는가 하면서 강하게 이야기 한다.




자국 일본에 대한 애정도 상당한 것 같다. 자국의 전쟁 전후에 대해서 자신의 뜻을 많이 피력한다. 다소 이 부분에서 내가 한국인이라 그런 것인지 거부감이 일면 든다. 하지만, 원문을 그대로 보았다면 더욱 그러했겠지만, 번역자인 정경진 선생의 노력으로 그런 거부감은 상당히 줄어든 것 같다. 태평양 전쟁을 대동아 전쟁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 번역자는 태평양 전쟁으로 적절히 변경하고 설명을 덧붙인다. 익숙하지 않은 일본의 근현대 인물들에 대한 논평 부분도 설득력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생략한다면 아마도 책 전체의 색깔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이런 부분들은 역자는 매우 적절히 번역한 것 같다. 노교수의 전반적인 사고와 의견이 원문 책과 동일하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어 다행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니시베 스스무 교수는 “일본이 추락하는 50가지 이유(1998)”라는 책을 썼다. 그 책에서 교수의 색다른 이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경대 학생회 위원장이며 전대협에 해당하는 일본 전학련의 중아집행위원. 소위 운동권의 선두에 섰던 인물이다. 이 책에서는 교수의 소개와 함께 그의 색깔을 이렇게 표현한다. “반미 보수 우익”. 참으로 짧지만 명확한 색깔 표현인 것 같다. 현재 우리 시대가 이러한 인물을 모범상으로 보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에서 “반미 보수 우익”을 찾으려니 “반미”에 해당하는 분은 없고 “친미 보수 우익”과는 다르면서도 현재의 경제위기 등을 극복할 만한 인물의 색깔로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쨌거나, 스스무 교수의 생각과 의견은 참으로 명확하다. 젊은 날에 다방면으로 많은 노력과 사고를 하고 나름대로 결론지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 같다.




그의 논조중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회의 모든 계층에서 하부 계층은 서로 위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공동체가 구성된다. 그러나 상부 계층은 서로의 목적에 부합하거나 그렇게 되도록 합의, 협상한 결과에서 인위적으로 조직이 구성된다. 그런데 현세대는 이런 본성을 무시하고 모든 계층에서 계약이 만연한다. 결국 모든 계층의 구성원들은 힘과 재력을 소망하게 된다. 뭐 이런 식의 그의 이야기에서 상당한 공감을 느끼게 된다.




스스무 교수의 119개 키워드에 대한 논의의 뒤편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과 서로 위하는 힘없는 소시민들의 유대에 대해서 그 가치와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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