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사 - 칼라하리 사막의 !쿵족 여성 이야기
마저리 쇼스탁 지음, 유나영 옮김 / 삼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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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사 - 칼라하리 사막의 !쿵족 여성 이야기




!쿵족은 우리가 잘아는 부시맨족의 정식 호칭이다. 부시맨은 다소 편견을 갖은 표현이라고 한다. !쿵족의 ‘!’라는 표식은 그들 말의 독특한 발음을 고려한 표식이다. ‘!’는 치조구개음이라고 부르며 아이를 어를 때 혀끝으로 입천장을 차면서 ‘딱딱’하고 내는 소리와 비슷하다.




『니사』는 !쿵족의 한 여성 이야기로 저자인 마저리 쇼스탁이 1969이후 10년 이상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여 출간한 것이다. 초기에 출간된 책의 원제목이 『Nisa』이고 2000년에 쇼스탁의 유작으로 출간된 개정판의 원제목은 『Return to Nisa』 이다.




이 책의 장르는 인류학 서적이다. 하지만 그리 딱딱한 원론적인 대학 교재는 아니다.




나는 아내의 권유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에 550 페이지 분량의 두꺼운 책을 접했을 때 과연 이 책을 다 볼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그것도 아프리카의 한 부족의 본명인지도 알 수 없는 니사라는 여자의 이야기를 말이다. 과연 공감이나 감동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이 서평을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재미나고 감동이 있고 누군가에게 권할만한 책인 것은 확실하다. 책 두께 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강추한다.




처음 책의 첫 페이지를 열었을 때, 임신한 어린 여성, 니사가 등장한다. 추운 날씨에 가족이 깰까봐 집 밖에서 아이를 혼자낳는 상황이 아주 상세하게 묘사된다. 처음 여자들이 출산할 때 느끼는 감정들이 여과없이 묘사된다. 현대의 문명화된 도시의 모습은 아니다. 수백년전 우리나라 어느 시골의 모습이라고 보기에도 너무 생소하다. 그래도 여성이 느끼는 두려움은 구지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어느 시골의 모습이라고 보는 것이 비교할 만하겠다.




벌써부터 아내가 왜 이 책을 보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자기야, 이 부분보고 뭔가 좀 느끼라고 이 책 보라고 했지?” 그런데 아내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아니, !쿵족의 생활과 그 속에서의 여성들의 결혼, 연애, 출산 등에서 더 많은 감동이 있지. 그리고 남자들도 문명과는 동떨어진 부족이야기에서 뭔가 좀 배울 게 있을 거야. 일부다처제 같은 것 말고 말야.” 그 말에 좀더 진지하게 책을 보게 되었다.




!쿵족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시족이니 미개문명의 한 부족이니라고 평가할 수 없는 삶의 여유로움과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그들은 서구화된 문명에서 흔한 성인병이 없다. 그렇다고 영양실조도 없다. 그들은 수렵과 채집을 통해 살아간다. 욕심도 없다. 그래서, 많이 모아두지도 않는다. 주변 자연이 곧 그들의 냉장고이자 식품 저장고이다.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구하고 먹는다. 음식물은 항상 나누어서 먹는다. 글자는 없지만 그들 말에는 다양한 표현과 존댓말도 있다. 무조건 연장자를 공경하지는 않는다. 살면서 지혜가 풍부하여 존경할 만한 사람에게 공경을 표한다. 나름의 합리가 있다.




이 책이 다른 문화 인류학 서적보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저자가 높은 곳에서 내려 보는 시각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고 !쿵족 말을 배우는 등의 노력을 통해 그들 문화에 뛰어 들어 목격한 기록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객관적 관점을 견지하려 부단히 노력하였다. 문자가 없는 !쿵족 개인의 이야기 속 사실성을 다각도로 검증하였다. 니사 외에도 여러 명의 여성과 남성들을 인터뷰하여 공통점들을 뽑아낸 것이다.




이 책을 모든 어머니들과 그들의 남편들에게 권하고 싶다.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과는 전혀 다르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같지 않을까 싶다. 한 여성을 통해 본 여자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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