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패턴 - 루스 베네딕트 서거 60주년 기념, 새롭게 탄생한 문화인류학의 고전
루스 베네딕트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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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패턴이란 말을 좋아한다. 누군가는 내가 패션 업계에서 일하나 하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혹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가라고 생각할지도... 후자가 어느 정도 맞기에 박수를 보낼 수 있겠다. 내 업무는 규칙적인 데이터의 반복을 검출할 수 있게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일이다. 즉 여러 개의 데이터 중에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것도 열심히 분석하여 결국에 찾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전혀 유사성이 없는 2개의 데이터에 대해서 동일한 검출 패턴이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구분이 불가능해 진다. 보조 패턴을 찾아 구분을 시도한다. 어쩌면 내가 찾지 못한 제대로 된 패턴이 있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패턴이 아예 없는 경우일 수도 있다.




너무 서론이 길었나? 이 책의 저자 루쓰 베네딕트는 문화인류학자로서 이 책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주장한다. 제목은 『문화의 패턴』이지만 저자는 규칙성과 일반성을 위해 이 패턴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나에게 이 책은 전공자가 들고 다닐 교양서적이란 생각이 들만큼 다소 어려운 책이었다. 특히 첫 페이지부터 하나하나 이해하고 넘어가는 내 성격상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어렵게 400 페이지의 책을 완독하고 끝부분에서 발견한 《해설》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이란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순서 무시하고 도부 족(제5장), 콰키우틀 족(제6장), 주니 족(제4장)의 민족지학 자료를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석 장에 제시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고 그들은 왜 이렇게 행동할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머지 이론을 다룬 다섯 장을 마저 읽게 될 것이다.’ 이다.




맞다. 모두 읽고 보니 그랬다. 처음 역자의 말을 읽고 루스 베네딕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고, 추천사를 보면서 루스 베네딕트의 스승인 ‘프란츠 보아스’를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문화 인류학 분야의 분위기와 이들 학자의 저작 의도와 연구 방향을 알게 된 것이다. 감사의 말에서 정직하고 원칙적인 저자 루스 베네딕트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제1장이 시작되었고, 그 내용은 문화인류학의 정의인 「관습을 연구하는 학문」을 통해 기본을 알게 되었다. 제2장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와 결론 일부를 보게 되었다. 이쯤 되니 특유의 문체와 전개 방식에서 독서의 인내력이 요구되었다. 문화인류학에 문외한인 나로서 용어가 어려웠고 왠지 공격에 대비하여 방어적 자세로 글을 쓴 듯한 서술 방식이 다소 부담되었다. ‘기존 학자들의 반발을 많이 의식하고 쓴 것일까? 아 좀더 쉽게 읽을 방법이 없을까?’ 이런 생각이 마구마구 들어도 방법이 없었는데... 100페이지가 조금 넘어서야 인디언 부족의 실제 예시가 시작되어 읽기가 수월해졌다.




맞다. 이 책은 반드시 4⋅5⋅6장을 먼저 보아야 한다. 독서는 즐거운 것!




역사를 통해서 많은 학문들은 기득권 세력의 구호와 정책의 지원물로 활용되었다. 히틀러나 막스의 경우 인문⋅사회적 주장을 위해 자연⋅과학적 가설을 사실처럼 활용하였다. ‘인종 우월주의’ 등이 그러한 경우가 되겠다. 저자와 저자의 스승은 그러한 학문의 악용을 철저히 거부했다. 많은 민족의 문화를 연구하고 인류를 연구하면서 결코 이전 학자들의 사고나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서구 문명 일부를 예로 들어 전체를 설명하려 하지도 않았다. 다만, 자신들이 직접 인디언 부족(서양 문화에 비교적 덜 노출된 민족)들과 생활하면서 수집한 실제 데이터를 통해 각각의 부족 특색과 다양성을 설명하였다. 인디언이란 비교적 유사한 인종 집단에서도 너무도 다른 다양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 부족에서 인정되고 바르다고 생각되는 것이 타 부족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았고 오히려 부정되기도 하였다. 예를 든 3개의 부족은 정말 모든 면(인성⋅종교⋅소유⋅가족⋅언어⋅예술⋅법 등)에서 달랐다.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많이 범한다. 경험이 미천하여 현재까지 알게 된 것들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보고 미리미리 앞서 추측을 한다. 때로는 그것이 사실인 것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옳지 않다.




이 책은 70년 전에 출간된 책이다.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당시 문화인류학계에서는 가장 선진적인 연구결과 였으며 저자의 사고 또한 현재 여성인권을 선두하는 인사들에 못지 않은 면이 많다.




다른 문화, 다른 인종, 다른 사람을 이해할 때 반드시 주의할 것이 있다. 바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 결코 선입견이나 자신의 문화⋅관습⋅습관에 견주어 판단해서는 이해가 아닌 오해만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7장과 제8장에는 사회속의 개인과 기성세대와 다른 다양성과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사회의 일탈자들을 향한 조언도 한다. 이 책이 단순한 전문서적이나 논문이 아닌 그 이상의 고전이 될 수 있는 것도 이 부분에 나타난 저자의 생각과 합리적 의견이 현재에도 잘 맞는다는 것이다.




「현 제도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더욱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자신의 일탈을 좀더 침착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가 겪는 고통이 그의 잘못이 아니라 전통적인 관습의 지원 부족탓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한다면 그는 점점 덜 고통스러운 차도를 보게 될 것이다.(중략, 제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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