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랜덤 - 마법에 걸린 떠돌이 개 이야기
J.R.R 톨킨 지음, 크리스티나 스컬 & 웨인 G. 해몬드 엮음, 박주영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한 아이가 있었다. 납으로 만들어진 강아진 장난감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다. 어느 날 아이는 형과 함께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파도와 모래성, 조그만 조약돌 등에 한껏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주머니 속의 작은 강아지가 슬그머니 빠져 나간 줄도 모르고...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그 이름은 ‘로버’이다. 떠돌이 개들의 대명사격인 그런 이름이다. 하루는 허름한 옷을 입은 한 할아버지를 향해 시끄럽게 짖어대더니 그만 바지 가랑이를 물고는 조그맣게 뜯어 버렸다. 강아지는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랐던 모양이다. 알았다면 그런 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아르타제르젝스’이다. 이름으로 미루어 보아 페르시아 출신인가 보다. 그는 어느 여름날 강아지 한 마리에게 바지 가랑이를 뜯기고는 매우 화가 났다. 그래서 울컥하고는 강아지를 조그마한 장남감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떻게 그렇게 했냐고? 사실은 당시 꽤 알려진 3명의 마법사 중에 하나였는데 꽤 모진데가 있었다.

한 착한 마법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프사마토스이다. 영어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모두 그를 사마토스라고 불렀다. 그때마다 그는 ‘프’를 넣어 발음해 달라고 당부했다. 왜냐면 그의 이름은 그리스 말로 ‘바닷 모래’ 란 뜻이고 그리스식 발음은 아마도 그렇게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외모는 매우 특이했는데, 토끼 귀에 발도 토끼처럼 생겼다. 늘 바닷 모래에 몸을 묻고는 잠을 잤다.

또 한명의 착한 마법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달사나이. 그는 달에서 살았고 은둔자처럼 달의 한 편에서 반대편의 성가신 용을 얌전하게 하는 일을 했다. 그 일 외에도 달 토끼들을 키우거나 아이들의 꿈속 여행에 기꺼이 달의 한편을 빌려주기도 했다. 또 이런 말을 늘 했다. “달빛들을 귀찮게 하지 말고 내 흰 토끼들은 절대로 죽여선 안 된단다. 배가 고프면 집으로 오렴. 지붕 창문은 늘 열려 있으니까!”

과연 이러한 인물들이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서로 연결될지 궁금하지 않은가?

강아지의 실수로 강아지는 장난감이 되었지만, 착한 마법사의 도움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크기는 여전했지만... 그후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기까지 달여행도 하고 바다 여행도 한다. 여행지에서는 또 다른 마법사와 또 다른 ‘로버’라는 같은 이름의 강아지를 만난다. 즉, 달 강아지와 바다 강아지가 등장한다. 이름 때문에 서로 싸우지만 매번 우리의 주인공 강아지는 ‘로버랜덤’(이곳저곳 다니는 방랑자)이란 이름을 갖게 된다. 책의 제목처럼 말이다.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J.R.R 톨킨은 반지의 제왕보다 앞서 이 책을 집필했다. 장난감 강아지를 잃어버리고 실망해 하는 둘째 아들을 위해 그는 기꺼이 아이와 장난감 개, ‘로버’를 소설에 등장시킨다. 실제로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그때그때마다 상황과 설정을 달리하며 강아지의 모험을 묘사한다.

톨킨은 언어학자 특유의 말장난(언어유희)을 즐긴다. 어원이 같은 단어를 적절히 활용하거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말(고어)을 활용한다. 민담과 설화 속에서 등장하는 소재들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또한, 그의 이야기는 그의 머리속에서 하나의 그림이 된다. 그래서 때때로 이야기 속 공간을 지도로 그리거나 이야기 속 풍경을 삽화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 아이를 사랑하는 아버지로서 따뜻한 정과 사랑이 녹아든 작품이다.

며칠 전 내 아내가 아이에게 ‘뽀로로’ 장난감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의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이다. 아이는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밤에 잘 때도 어디에 갈때도 주머니에 꼭 넣고 다녔다. 그런데 그만 장난감에 금이 가버렸고 붙어있던 점토들은 가루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뽀로로’를 찾는 아이에게 나와 아내는 이 책의 내용처럼 ‘뽀로로’가 잠시 여행을 갔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잠시 톨킨을 흉내 내려했던 것 같다. 아이도 ‘뽀로로’가 돌아올 동안 다른 장난감을 갖고 놀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는 몰래 또 다른 ‘뽀로로’를 만들어야 하겠지만... 아니면, 우리도 동화책 한권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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