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그녀의 에로틱한 글쓰기
이요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내 아내는 할리퀸 중독자다. 그런 아내와 나 사이에는 딱 하나의 교량이 있다. 아들.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는데 바쁜 남편은 아들이 없으면 뗏목도 만들지 않을 남자이다. 에궁. --;




이 책은 내가 아내에게 준 선물이자, 나에게 할리퀸의 매력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소설이라 하겠다. 번역이 엉망인 진짜 삼류 할리퀸 보다는 우리글로 탄생한 신토불이 할리퀸이 좋겠다는 단순한 내 생각에서 발굴된 것이라 하겠다.




아내는 정말 매니아적인 면이 있다. 주말에 밥하고 빨래하고 그러면서 몇 번 큭큭거리더니 이내 다 봤다고 나한테 준다. 아 표지만큼, 제목만큼 재밌으면 좋으련만... 뭐 액션이나 하드코어적인 면을 기대하진 않지만 말이다. 가끔 나도 예전 연애할 때와 같은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싫을 리가 없지하고 생각했다.




책 표지 뒤편에 저자의 간략한 synopsis 가 나왔다. 소설의 설정인 것이다.

32세의 노처녀 여자 작가 오자인은 에로계의 거성 ‘오인’이라는 남자 작가로 활동한다. 또 28세의 단역 무명 배우인 정호수는 ‘오인’의 골수팬인데 미래에 대한 계획이 전무하다.




이런 설정이라면 TV 드라마의 단편처럼 주변에서 같이 살고, 어쩌다 친해져서 좋아지는 뭐 그런 내용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지 한 장 한 장 넘기니 정말 그런 내용이다. ‘아니, 이거 생각대로 되니 오히려 miss-rate 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지네’ 하면서 계속 읽게 된다. 아내도 옆에서 그런 내 모습이 귀여워 보이는지 간식을 가져다 준다. 윙크로 감사를 표한다.




음, 드디어 나도 다 읽었다. 아내와 나 사이에 딱 하나의 교량뿐이기 전에는 몇가지 교량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만화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내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하게 되었다. 최근 1년간 함께 만화책을 읽은 적이 없었다. 오늘 이런 질문을 했다. “마눌~ 할리퀸이 좋아 만화책이 좋아” 돌아오는 답변이 이랬다. “나야 할리퀸이지, 만화책은 당신이 좋아해서 겸사겸사 봤던 거야” 그랬던 거구나 싶다. 이 책을 보면서 여자들은 섬세한 표현을 잘하고 좋아하고 즐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할리퀸을 읽지. 그에 비해 남자들은 시각에 집중된 만화, 영화 등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보통 남자들이 좋아할 것 같진 않다. 여자들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로맨스를 소망하는지 조금 알 수 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주인공 호수가 에로소설의 광팬이란 것도 실제로는 현실적이지 않지만, 그가 홀어머니 밑에 자랐다는 설정이 다소 설득력을 키우는 것 같다. 그 만큼 이 책은 작가가 많이 고민하고 다각도에서 많이 생각한 글이다 싶다. TV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남자들을 위해 만화책 버전도 만들면 좋겠다. 그 이유는 여자들의 상상력이나 가슴 뛰는 설레임이 남자들에게는 글만으로는 전달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이 있다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겠다. 단 몇 마디만 말해도 그건 완전한 스포일러이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즐겁게 읽은 소설이라 내용보다 훨씬 더 감사할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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