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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질주하는 법
가스 스타인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에 본 소설중 가장 상큼했다. 페이퍼백의 가볍고 시원시원한 글자 크기에 주인공 엔조의 탁월한 말빨. 참 즐겁게 읽었다.
제목에 대한 호기심도 이 책을 쭈욱 완독하는 동기를 제공했다. 『빗속을 질주하는 법』. 처음 도입부에서 주인공 엔조(개)의 주인인 데니의 직업과 그의 탁월함이 소개된다. 그는 자동차 관련 세일즈를 주업으로 하면서 틈틈이 카레이싱 학원의 뛰어난 조교로 활동한다. 더불어 아마추어 레이싱 경기에서 다소 실력있는 루키로 통한다. 특히 그의 빗속 질주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즉, 앞서가던 경쟁자들을 빗속 커브 길에서 완전히 따돌려 버리는 매우 뛰어난 기술이다.
제목 『빗속을 질주하는 법』과 관련하여 소설의 메시지이자 내가 느낀 주제는 끝에서 정의하고 싶다. 이 책에서 엔조와 데니는 때때로 레이싱과 관련한 의미심장한 말들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 있다.
1. ‘내가 증명할 것은 앞에 있다’
⇒ 앞으로 한 걸음 나가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기쁘게 받아들여 성취한다.
2. ‘차는 눈이 가는 곳으로 간다’
⇒ 레이싱에서 코스를 이탈하거나 벽에 부딪히는 것은 운전자의 시선이 길이 아닌 다른 곳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코스가 어렵고 장애물이 나타나도 눈이 갈 곳을 향하면 능히 위험을 벗어나 목적지로 가게 된다.
3. ‘레이싱은 훈련과 지략의 싸움, 단순히 누가 더 속도를 잘 내는지 겨루는 경기가 아니다.’
⇒ 레이싱의 코스는 직선 활주로만 있지 않다. 코너와 장애물 등 그런 각각의 변수에 대한 경험과 기술, 예지력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4. ‘첫 번째 코너를 잘 돈다고 반드시 승리하진 않아. 하지만 거기서 실수하면 이기기 어렵지.’
⇒ 목표를 이루기 위해, 레이스를 끝까지 돌고 승리하기 위해 우선 출발하고 첫 번째 코너를 돌아야 한다. 물론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지.
5. ‘장거리 레이스에서 겨우 첫 바퀴를 돌았을 뿐’
⇒ 한 고비 넘기고 맥을 풀면 레이스의 목적인 완주가 멀기만 하다. 또한 지나간 레이스는 잊고 앞으로 할 레이스에 집중하자.
6. ‘레이스는 마지막 깃발이 휘날릴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마지막 깃발이 휘날리기 전에 레이스의 고비를 넘었다고 해도 아직 지거나 이길 가능성은 넘치도록 많다. 기름이 없거나 타이어가 펑크나거나 앞선 내 경쟁자가 포기하거나...
이러한 모든 말들과 이야기가 전개되는 상화이 매우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하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들뜬 마음에 일종의 스포일러로 돌변해서야 이 책의 감동을 각자가 다시 느낄 일에 크나큰 방해만 된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레이스와 관계는 없지만 인생과 사람들에 대한 엔조의 탁월한 식견도 다음과 같은 말로 들을 수 있다.
1. ‘매일 죽음에서 훔쳐낸 듯이 살자.’
⇒ 시한부 성고를 받은 사람과 고난의 삶 속에서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사람은 차이가 없다. 그저 받아들이고 체념할 것인가 극복하려 노력하고 매진할 것인가...
2. ‘사람들은 상대의 대화를 계속 샛길로 빠지게 만든다.’
⇒ 듣기보다 말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상대의 이야기 핵심이 아닌 몇가지 첨가물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고 그렇게 옆으로 새게 만드는 인간들의 대화법에 대해 쓴소리 한마디...
주인공 엔조는 날 때부터 일반 개들과는 구분된 인성과 영혼을 가지 개였다. 형제들과 어미의 젓을 먹을 때고 엔조는 달랐다. ‘참 악착같이 먹네’하는 식으로... 또한 선천적인 기형으로 인해 생명이 다되어 가는 동안, 10년의 인생동안 참 열심히 살고 생각한 엔조. ‘난 다음 생에서 인간으로 태어날거야. 그리고 지금의 경험들 모두 기억할 거야’. 소설의 끝에 엔조의 주인 데니와 어디선가 나타난 꼬마 소년 엔조의 재회(?). 멋진 영화의 엔딩을 보는 느낌이었다.
『빗속을 질주하는 법』= 고난의 인생길에서 근성과 목표의식으로 능히 해결하는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