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한판 어때? - 집중력과 사고력이 자라는 어린이 바둑 신나는 방과후 13
전기현 지음, 이봉기 그림 / 파란정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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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판 어때?


내 방 책장에 오래도록 색이 바래져 가는 책이 한권 있었다.
거의 40년 가까이 된 바둑책이었다. 당시에 바둑 열풍이 불어서
아버지께서 바둑판과 이 책을 사셨고, 내게 물려 주셨다.
그 사이 아버지는 전혀 바둑을 두시거나, 책을 보신 적이 없다.
내 기억은 그렇다.
그렇게 먼지와 습기를 머금은 책은 나로서도 추억의 물건으로
두기에는 많이 곤란한 폐물이 되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우리집 바둑판은 오목과 알까기용으로만 살고 있다.


내 아이들이 어느새 십대들이 되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체스와 장기에는 나름 재능을 보여 주었다.
바둑은 내가 잘 모르니 아이들에게 가르칠 엄두를 못내었다.
대학시절에도 바둑과 기타, 당구는 기본적으로 배우는 소양인데,
나에게 바둑은 시간낭비이자, 구시대의 유물같은 놀이일뿐이었다.
결혼을 하고, 장인이 바둑은 할 줄 아냐고 물으실때까지 그랬다.
이제는 나도 대어를 기다리는 낚시꾼처럼 바둑을 배우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누군가와 머리싸움을 하면서 인내심도 기르고, 전략도 세워보고, 말은 없어도
뭔가 서로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매우 건전하고 놀라운 스포츠를 시작하려 한다.


장인어른은 10년 이상을 사위가 바둑을 배울 것이라 기대하셨던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시는지 아이들을 가르치신다.
나는 내 아이들보다 못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렇게 입문해 본다.


이 책은 아빠가 아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상황설정으로 내용이 진행된다.
매 장의 끝에는 연습문제가 나오고 해답이 있어 복습효과가 있다.
아이들 책이기에 그림이 많아 직접 자녀들에게 설명하기도 좋다.
중반 이후부터는 바둑 자체가 쉬운 것이 아니기에 다소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자녀와 아빠가 책 한 권을 끝내면,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바둑이란 건전한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스마트폰용 게임들이 쉽게 깔고 쉽게 지워버리는 것과 달리
진득하게 오랫동안 재미를 알아가는 과정이 마치 인생과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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