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두려운 사랑 - 연애 불능 시대, 더 나은 사랑을 위한 젠더와 섹슈얼리티 공부
김신현경 지음, 줌마네 기획 / 반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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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두려운 사랑


이 책 제목만 보면 수필인지 소설인지 장르가 감이 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시대 평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여성학 전문가이다. 98학번이니 왕년에 대학가에서 여성학 교수로 활동한
그런 분들과는 분명 세대가 다르다. 물론 이분도 대학가에서 강의를 하시는 분이다.
하지만, 내가 대학을 다니던 90년대 초에는 고등학교에서 가정과 선생님이 학위를 취득하고
교수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여성학 전문가라 말은 하지만, 진정한 페미니즘에 대한
고민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감히 말해 본다.


확실히 이 책의 저자가 사용하는 문체는 매우 강연가와 여성학 세미나 전문가를 연상시킨다.
또한 다양한 강연 경험과 대학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우 전문적인 연구를 한 것이 확인된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표지에서 나온 아래의 문장으로 기인한다.
"<접속>에서 <치즈 인 더 트랩>까지 대중문화 텍스트로 읽는 연애의 불안, 공격, 모순, 가능성"
그냥 좋아하는 영화 속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해석한 부분들에 대해서
남들의 생각, 아니 여성을 대변하는 저자의 생각이 궁금해서 읽게 된 것이다.
그런데, 초반에 나의 의도와는 다른 대학 강의실에서 만나는 매우 특수함을 느끼게 되었다.
마치 여대생만 가득한 강의실에 혼자 수강 중인 40대 남학생 같은 그런 것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남자를 대변하여 뭔가 의견을 말했다가는 큰 사고를 칠 것 같았다.
그게 남자들 생각인가요 하며 집중 공격을 받을 것 같다. 아니 나만 그래요 해서는 강의실 밖으로 쫓겨날 것 같다.
그냥 가만히 숨죽이고 열띤 강의실 현장을 모니터만 할 수는 없는데,
차츰 여성들의 생각에 동료되면서 각종 영화들이 얼마나 남성 중심인가 반문하게 된다.
좀 그런가? 아니 내가 급물살을 타고 있나?


이 책에는 <응답하라>와 같은 TV 시리즈 속의 개성적인 등장인물들과 그들간의 관계 설정,
연애관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그저 온가족이 주말이면 함께 모여 열심히 집중하는
그런 가벼운 드라마가 되서는 곤란해진다. 저자는 매우 진지하게 주인공 여성이 바른 모습인지,
아니면 소위 현대적인 속물들을 대변하는 것인지, 그저 특수상황에서 연극배우 같은 꼴인지 등을 분석한다.
십대 시절부터 바둑기사로 고액 연봉을 받는 남성 스러움이 부족한 남편 후보1과
남성스러워 여자 주인공보다 라이벌 남자친구까지 신경쓰는 미래의 항공기장인 남편 후보2를 두고
주인공 여자는 후보1을 선택한다는 설정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분석한다.
당시에도 방송사 인터넷 게시판에 많은 시청자들이 쓴 댓글로 인해 이야기가 정돈된 사실을 감안하면
그런 결정은 그저 해프닝에 불과한 일이지만, 이 책은 그냥 넘어가지를 않는다.
이와는 달리 <나쁜 남자>의 감독 김기덕과 주연배우의 연기와 영화속 남자들의 여주인공을 향한
시선과 카메라 앵글에 대한 남다른 분석은 매우 정확히 남성 위주의 영화속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즉, 감독은 시종일관 주인공 남자가 삼류 건달강패인 최하위 계층의 남자임에도 대학생인 여주인공을
위에서 내려보는 각도를 취한다는 분석으로 남녀가 평등과는 거리가 먼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소유하려는 남성의 끊임없는 욕망을 보여줌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저자는 남과 여의 사랑이 평등하고 바로 된 모습보다는 영화속의 왜곡된 모습들이
실제 현실에서도 현재 진행형임을 책의 제목을 통해 결론짓고 있다.
여전히 남성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강제하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규정짓지만, 때에 따라서 늘 모순투성임을 이야기한다.
IMF라는 시기 이전과 이후의 영화속 불륜에 대한 처분 또한 전혀 다르다는 설명은 또하나의 현실 반영이 아닐까 싶다.
IMF 이전에는 불륜이 그저 누구의 잘못에 대한 처분이 없이 그저 흐지부지 일 수 있었다면,
IMF 이후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무한 노력하는 남편을 배신한 아내(영화 해피엔딩 속)는 철저히 단죄한다.
그시기의 불편한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게 된다. 현실도 그렇다.
미투가 활발한 요즘의 시기에서는 더욱더 그런 상황이 극명해진다. 이재명과 김부선도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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