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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던 책들 중에 품절이나 절판이 많아서 헌책방에서 찾은 책들이 있다.

우선 헌책방에서 건진? 책들을 보면, <영화의 해부>는 영화의 기본적인 개념이나 용어에 관해 정리한 평범한 책이다. 그리고  루이 브뉴엘 감독의 영화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장 크로드 카리에르의<영화 그 비밀의 언어>라는 책도 구했다. 전에 본 <루이 브뉴엘의 영화세계> 말고는 브뉴엘 감독에 대한 책들이 거의 없는 실정에서 반가운 책이다.  <인간과 성>로제 카이와의 책인데, 필요해서 찾았지만, 역시 품절이라 헌책방을 뒤져서 구했다. 독특한 사고력을 구사하는 인물로 보이는데, 잠시 이 사람의 정신 세계를 엿봐야 할 거 같다. 그의 다른 책 두권은 품절이 아니라 다행이다. 지젝이 영화를 통해 라캉의 예를 보듯이 문학에서 프로이트 즉, 정신분석을 읽는 <마녀들의 가마솥>도 왠지 흥미로울거 같다.  <생명의 기호>는 로버트 폴락의 책으로 DNA에 대한 기호학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비범한 발상을 가진 책이다. 

 

 

 

 

 

이젠 새책 차례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는 재미가 없다. 대개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이 담담하게 흐르듯 카메라(서양 영화와 다른 이질적인 카메라의 위치)에 담긴다. 이것이 서양 감독들이 한때 오즈 야스지로에 열광한 이유일까? 흥행의 공식을 쌓으면서 진화하는 헐리우드와 철학적 무게로 팽팽한 유럽 영화와 다른 그 무엇, 마치 영화에서의 노장사상 같은 영화였을런지도 모른다. 오즈 야스지로에 관한 책은 품절된거 빼고 현재 두 권정도 찾을 수 있다. 그 중 서양인의 시선으로 다룬 것이 궁금해서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세계>를 골랐다. 일본인이 쓴  <감독 오즈 야스지로>는 나중으로 미룬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세계>는 크게 대본(시나리오), 촬영, 편집을 중심으로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 접근한다. 작가가 발로 뛴 흔적도 보이는데, 다양한 스틸 사진은 물론  제작노트, 대본 등 보기 힘든 사진 자료까지 곁들여져 있다. 이 책이면 오즈 야스지로 영화의 안과 겉에 대해 조금이나마 건드려 볼 수 있을 거 같다.

 

 좌측부터 종경록 1, 2, 3, 4권. 알라딘은 1권이 품절이고, 현재 다른 인터넷 서점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발품을 팔아 몇 권 구했다.

 

 요새 불교에 관한 책들도 찾아서 보는데, 너무 광대한 영역이라 볼 것들이 꽤 많다. 선종에 대해 괜찮은 책이라길래 종경록(宗鏡錄)을 구했다. 우선 <종경록 2>와 <종경록 4 >을 샀는데, 두껍고 세로글쓰기라서 보기에는 편치 않다. 너무 의욕이 앞선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출판사 세계사에서 한 권으로 정리한 <종경록>이란 책이 있는데, 우선 이것부터 봐야할 거 같다. 그런데 많은 분량의 내용을 한 권으로 적당하게 줄인 건 보기에 부담이 없어 좋지만, 그나마 책의 반은 한문 원전이 실렸다. 어떤 깊은 맛을 느끼기엔 부족할 거 같다.

 

 

 

 

 

                                                불전해설사전     원효결서 1      원효결서 2      중국예술정신

대장경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진작부터 나와 있지만, 최근에야 필요한 것을 몇개 찾아보는 중이다. 그런데 더 깊이 읽기 위해서는 따로 해설서까지 봐야 할 거 같다. 일단 각 경전들의 특색을 쉽게 알아보려고 <한권으로 읽는 팔만대장경>을 샀다. 이 책은 고려팔만대장경의 성립과정과 부처의 일생을 간략히 앞에서 다루고, 대승, 소승 그리고 나머지인 보유잡장(밀교와 그외 경전들) 순으로 주요 경전을 설명한다. 대략 400페이지 이후부터는 '팔만대장경해제'인데, 총 1,514종 경전에 대한 아주 간략한 사전식 정리다. 이런 책은 대개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보다 필요한 부분을 그때 그때 찾아보기 마련인데, 뒤에 색인도 없고, 차례도 너무 큰 범주로 나누어서 특정 경전 찾기가 애매하다. 민족사에서 나온 < 불전해설사전>이 그런 면(색인 작업)에선 편리하고 정리가잘 되어 있다.  그리고 중국 불교, 특히 선종에 대해서는 정치와 문화적인 배경들도 알아야 할 거 같아서 <중국문화개론>도 골랐다. 전에 구한 <중국예술정신>과 같이 활용해서 봐야 겠다. 마찬가지로 불교가 인도에서 다른 종교들과 어떤식으로 교섭하고 영향관계를 가졌는지 <인도철학과 불교>를 통해 교과서적일거 같지만 참고하기로 했다. 이와 비슷한 책이 예문서원에서 <불교와 인도사상>이란 제목으로 나왔지만,  대형 서점을 비롯 거의 모든 서점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마음은 이렇게 움직인다>는 남방불교(스리랑카, 미얀마 등)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한중일 세나라의 불교와도 다르고, 티벳 불교와도 다른거 같다. 네덜란드 출신인 저자(니나 판 고오콤)는 타이에서 위빠사나와 아비담마에 대한 연구를 했다고 한다. 이 책은 아직 읽진 않았는데 마음에 대한 불교적 탐색과 해결에 관한 책인듯 싶다.  '아비담마' 혹은 '아비달마'는 불교에서도 특히 분석적인 성향이 강하다(존재를 5위 75법으로 나눈다느니..). 흥미는 가는데, 다소 어려워 보인다면, 이에 관한 기초적인 책을 봐야 할듯 싶다.

 <아비달마의 철학><아비달마불교>는 기본적인 해설서에 속한다. 하지만 '아비달마 불교' 자체가 대단히
분석적이기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아비달마구사론 계품>은 산스끄리뜨와 두 가지 한역본을
실었는데, 아비달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보는 것이 나을 거 같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을 위해서라면(오히려 직접 한글로 번역된 이 책들이 분량은 많지만 이해하기 더 쉬울 것이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 나온 <아비담마 길라잡이>나 <아비담마 해설서>가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우선 왜 '아비달마'와 '아비담마'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름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이다. 나도 이번 기회에 그 구분에 대해 알았는데, <아비담마 길라잡이> 서문을 참고해서 간략히 말한다면, '아비담마(abhidhamma)'는 남방의 교학체계에서 통용되는 용어이고, '아비다르마(abhidharma)'는 우리나라도 속하는 유부나 경량부 등으로 이어진 북방불교 쪽이다. 즉, 남방은 빠알리어로 전승되어 왔으므로 '아비담마'라 하고 북방은 산스끄리뜨어이므로 '아비다르마'라 하는 것이다.

<아비담마 길라잡이>는 약 10세기경의 <아비담맛타 상가하>를 (빠알리어에서) 각묵, 대림 스님이 우리말로 옮겼다(나는 이런 표현이 인색하고 어색한 편인데,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다). 이 책은 <청정도론>과 긴밀한 영향관계를 가지며, 위빠사나의 이론과 수행에 토대가 되는 책이라 알려져 있다. <아비담마 해설서>도 <아비담맛타 상가하>를 포함하지만, 편역된 것으로 아비담마에 관련된 다른 주요 텍스트들도 포함되어 있다.

<청정도론(Visuddhimagga)>은 위숫디막가라고 읽는 데, <해탈도론>의 영향을 받아 붓다고사가 쓴 책이다. 계·정·혜(戒·定·慧) 3학(學)에 의한 청정한 열반의 길을 강조하는 책이다. 남방불교에서 '아비담마', '위빠사나'와 서로 긴밀한 관련을 맺는다. <마음은 이렇게...> 이 책에도 <청정도론>이 자주 언급된다.

<마음은 이렇게 움직인다>의 원제는 'Abhidhamma in Daily Life'인데, 여기서 그래서 남방불교와 관련되어 '아비담마'로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위에 말한데로 북방쪽이므로 '아비담마'가 아닌 '아비달마'의 영향권이 강한데, 이것이 유식학이라는 심화된 불교 이론이 나오는 전단계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마음은 이렇게...>는 번역에 대해 좋지 못한 평이 있지만, 흔한 종류의 책이 아닌 만큼 일단 감안해야 할 거 같다.

<원효결서>는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정말 원효대사가 남긴 책인지 그 진의가 확실한건 아니지만, 호기심에 구하고 말았다.  예언서라 볼 수 있는데, 이 '원효결서'의 발견부터가 신화적인 색채가 있어 의구심이 들지만, 다 보고 나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마음은 이렇게 움직인다>의 '아비담마'라는 말을 가지고 잠깐 살펴보려 한 것이, 생각보다 불교의 세세한 곳을 건드린 거 같다. 이런 것을 수월하게 다룰 지식이 부족하지만, 나 또한 공부도 할겸 '지식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글(페이퍼)의 전체분위기와 사뭇 다른 가지를 뻗고야 말았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불교 텍스트에 대해 차근 차근 알아가며 살펴봐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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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고, 빨간색 다음날(1월 2일)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집에 와 보니 엊그제 주문한 책이 빨리도 와 있다. 출판사 '생각의 나무' 특별 기획이 눈에 띄어 봤더니, 꽤 괜찮은 책이 몇권 보이길래 냅다 산 것이다.  그리고 이왕 내친김에 오늘도 여러 권을 골랐다.

그리고 그 외 다른 곳에서 산 책들까지 합치면 벌써 십여권이 넘어선다. 이젠 좀 쉬엄 쉬엄 읽을 일만 남았다.

 

 

 

 

 

<마술의 그림들>은 책을 펼치자, 마치 식물-곤충 도감 같은 분위기 나는 그림들이 눈에 띈다. 소개글에는 미술 작품의 오브제에 담긴 상징성과 우의성 대한 글을 자주 쓰는 작가의 책임을 알려준다.  쪽수에 비해서는 약간 얇아 보인다(종이질이 고급이다). 흥미로운 그림들이 섞여 있어 보기에 지루하지 않을 거 같다.  <향료전쟁>이란 책 제목에서 뭔가 감이 오는게 있는데, 그 역사의 내막엔 무지함이 크기 때문에 일단 호기심이 생기는 수준에 그친다. 유럽이 귀한 것을 얻기 위해 다른 땅,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뻗치는 무역의 손길과 그 안에 담긴 작은 역사를 담은게 느껴진다. 저자가 자기나라(영국)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시선만 포기했다면, 더 좋은 칭찬을 받았을 책인듯 싶다. 그리고 기독교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책이라해서 고른 책이 <신약성서 이야기>다. 구약에 관한 책은 아쉽게도 품절이다. 보쉬의 그림부터 책 제목하고 잘 어울리는 <악마의 정원에서>는 인간의 욕구, 특히 식욕 그리고 음식들과 금기를 위험스럽게 잘 버무린 책이다. 이런 책을 통해 평소 둔감했던 영역에 대해 한꺼번에 많은 것들을 구경할 수 있을 거 같아 기대가 크다.

 

 

 

 

 

<뉴미디어의 언어>는 본문 편집이 특이하다. 보통 책 외곽에 두는 참고 그림들이 가운데로 몰렸다. 이 책은 미디어의 현재에 담겨 있는 미래의 비전을 담은 책으로 보인다. 지레 겁을 먹을 수 있는 주제와 다양한 것들을 다루고 있지만, 잠깐 본 바로는 서술 방식이 그렇게 어렵진 않아 보인다. 첫부분에 베르토프의 몽타주, 그리고 영화 사진들이 묘한 흥미를 돋군다. 뭐에 이끌렸는지, 아까 책 주문할때, 이 책을 또 구매했다. 나중에 친구한테 선물이라도 하려고...  

<영화 서사학>은 우리나라 사람의 책이다. 이런 전문서를 번역이 아니라 직접 풀어 쓴다는 게 쉽진 않았을 것이다. 근데 책 표지가 눈에 확 들어오는 맛은 없다. 잠깐 펼쳐봤는데, 181쪽에 '5시부터 7시까지의 끌레오' 스틸 사진이 반갑다. 이 영화를 끈기있게 본 기억과 맛물리면서.. 그런데 도대체 줄거리가 기억이 안 난다. 물론 이 영화는 시간의 흐름을 곧이 곧대로 쫓아가는 그 기발함이 매력이다. 그리고 의외의 소득은 50쪽에서 영화 '욕망의 모호한 대상'의 오리지널 포스터를 본 순간이다. 여태 알던 포스터와 딴판인데, 거의 하나의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보인다.

 

 

 

 

 

들뢰즈의 <니체의 철학>을 읽고 있는데, 곧바로 볼 생각으로 <스피노자의 철학>을 골랐다. 더불어 지젝의 <혁명이 다가온다><이라크-빌려온 항아리>도 같이 구매했다. 지젝의 책은 꾸준히 보는데, 그에 대한 애정이 생기진 않는다.  나의 니체에 대한 편애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들뢰즈를 볼때도 더운 바람이 나는데, 라캉은 좀 냉냉해지는 것도 그 탓일까? 마투라나의 <인식의 나무>는 헌책방을 뒤져도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대신 <있음에서 함으로>를 골랐다. '인식의 나무' 원서를 교보를 통해 주문할까 생각중이다. 3만원 정도면 해외 배달 시간을 열흘 정도 예상하면 받아 볼 거 같다. 그런데 정작 받아서 보기나 할까?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앤서니 기든스의 책을 주문했다. 지금 할일도 많은데, 새로운 사람과 책을 조우한다는게 마냥 즐겁진 않다.

 

 

 

 

 

뇌과학의 성과와 기존에 알던 우리의 상식을 점검할 기회가 왔다. 나도 그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 <굿바이 프로이트>와 표지부터 마음에 드는 <마인드 해킹>을 골랐다. <굿바이 프로이트>라는 책 제목처럼 프로이트에 대한 반대의 차원에서 서술된 책은 아니다. 물론 내용 중에서 최근 뇌과학의 성과에 비추어 프로이트 이론에 대해 조심스럽게 다른 제안을 내 놓는 경우는 있다(가령 정신적 외상). 국내 독자들에게 좀 더 자극을 주어 눈에 띄게 만들 의도가 있어 보인다. 원제는 'Midn Wide Open'인데, 마치 큐브릭 감독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을 연상케 하는 제목이다. 표지 디자인이나(흰 바탕에 노란색이 겨울이라 그런지 춥고 허전해 보인다) 전체적으로 본문 편집이 책 내용에 비해 좀 밋밋하고 미지근해 보인다. 책 제목에만 아이디어를 쏟았을까? 옮긴이(이한음)는 신춘문예에 당선된 적이 있다고 나오는데, 그래서 그런지 과학서적임에도 우리말다운 표현과 더불어 매끄럽게 느껴진다(우리말답지 않은 표현과 딱딱한 번역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우리나라의 슬픈 번역 현실). <마인드 해킹>은 이에 비해 표지나 편집 등이 세련되고 활기차다. 다소 두툼하지만 눈과 손을 끄는 맛이 있다. 또한 책 뒷표지에 바로 10초 정도면 우리 눈의 '맹점'에 대해 테스트 할 수 있도록 꾸며, 성질 급한 사람들에게 작은 재미를 줄거 같다. 품절이 되어 전설?이 되어 버린, 위에서도 잠깐 언급한 마투라나의 책 <인식의 나무>를 번역한 최호영씨가 번역에 참여 했다. 두 권을 구입했더니,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책 한권이 또 눈에 띤다. 뇌 분야에 일가견이 있다는 라마찬드란의 <두뇌 실험실>이란 책이다(책 소개글에는 뇌과학계의 설록 홈즈라는 별명이 있다고 한다). 원제는 <Phantoms In The Brain : Probing the Mysteries of the Human Mind>로 원제가 더 멋지긴 한데, 국내에선 아마 사람들에게 더 쉽고 분명하게 알릴 만한 제목으로 붙인 거 같다. 단지 (물질로서의) 뇌에 대한 연구 성과가 아니라, 신경병 환자들의 다양한 사례와 해결 과정에서 얻은 결과들을 활용해서 자아라는 철학적 문제까지 탐색하는 흥미와 무게까지 갖춘 책으로 보인다.

우주론에 대해 관심이 뜸해지는데, 그 나태함을 겁주기 위해 <우주의 구조>도 감당하기로 했다. <평행 우주>도 좋아보이는데, 우선 이 책을 음미해야 할 거 같다. 그런데 책이 두꺼워서 다 볼때쯤이면, 평행우주는 기억에서 작은 점으로 사라지지나 않을까? 책 뒤표지에 브라이언 그린이 바다를 등지고 웃고 있는데, 언뜻 엑스 파일의 남자 주인공 같단 생각이 들었다.

 

 

 

 

 

라캉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람들을 찾아서 보곤 하느데, <여성의 에로틱한...> 이 책도 거기에 속한다. 로제 카이유의 책들도 곧 찾아서 볼 생각이다. <내 영혼의 빛>은 책 제목이 뭔가 정체성이 흐릿한데, 카발라에 대해 잘 다뤘다는 평을 보고 고른 책이다.

올해도 다양한 빛깔의 책들과의 조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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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의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이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아마 호기심이 많은 독서가들은 젊었을 때, 이 책의 이름을 귀로 몇번은 받아 먹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도 여러 붐을 조성했는데, 긴 과학 전통이 약한 상황에서 서양에 대해 자존심 구기며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사람들에게는 고마운 하나의 메시지였다. 물론 이 책의 효과는 신과학에 대한 관심(국내학자들의 반응이 담긴 연구서 성격의 <신과학운동>에서 물리학자 김두철을 비롯 김용옥, 김용준 형제 등 여러 학자들의 글과 토론을 살펴 볼 수 있다)을 불러일으킨것과 더불어 나중에는 신흥 종교 들의 교리에 이상하게 들어가 양념으로도 종종 쓰였다. 자생적인 이론과 전통이 부족한 그 결핍의 구멍에 최신 과학 이론이라며-우리들과 닮은 것이라며 집어 넣기에 수월했음인지도 모른다. 겉으로만 해석하자면 대개는 비슷해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덩달아 초라하고 사이비냄새나는 자신들의 모습을 잠시라도 숨길 수 있었을테니까.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그러한 부정적인 기류가 있었음을 미리 밝히는 것이 오히려 나을 듯 하다. 왜냐하면 나로서는 그러한 신과학이 뿜어댄 지적 흐름이 단순한 이벤트로 끝났다고 종언하기엔 이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신과학의 몸통이 계속 불어나길 기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신과학'이 어느 순간 우리에게 날아와 움푹 팬 그 흔적이, 그 몸통은 검게 탄 불능의 고체가 되었다 하더라도, 흔적에서 새롭게 불붙는 또 다른 차원의 확장과 승화는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범양사 출판사에서는 '신과학 총서'라며 관련 도서들을 꾸준하게 번역 소개했다. 신과학 총서로 수십권이 나왔는데,  꼭 신과학 범주에만 속하는 것들이 아니라서 여러 장르의 과학책을 구경하는 재미가 컸다. 그리고 '과학사상'이라는 계간지를 통해서 철학과 과학이 버무러진 새로운 사상들을 전달했다(나도 몇년 정기구독을 했는데, 받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기억이 난다). 요새는 그러한 활동이 주춤하는 거 같아 아쉽다.

 

 

     혼돈의 과학               

 

                                                            

현대물리학의 위대한 발견들

하느님은 주사위놀이를 하는가?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발견들>은 뉴턴에서부터 물리학의 6가지 커다란 발견들 즉, 파동, 장 이론, 상대성 이론, 양자 이론 등을 시간 순으로 다룬 책이다. 수학을 몰라도 읽을 수 있게 꾸며졌는데(수식은 거의 드물게 나옴), 이 한권으로 현대물리학에 이르는 어떤 하나의 맥을 짚을 수 있다. <혼돈의 과학>은 책 자체가 매우 독특하다. 책의 앞과 뒤가 '우로보로스의 뱀'처럼 순환하듯 맞물린 구성을 가진다. 장자나 일본 화가 호쿠사이의 파도 그림 등 동양의 것들이 현대 과학의 비유적인 미소로 쓰인다. 특히 앞 부분에 엘리스가 거울을 바라보는데 그 거울에 용이 꿈틀데고 있는 장면이 재미있다. 켄 윌버의 <감각과 영혼의 만남>은 신과학 총서로 나오긴 했지만, 신과학에 어울리는 책은 아닌듯 싶다. 이 책에서 윌버는 합리적인 태도로 현대 사회에 만연한 주류 사상들을 비판한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내가 알기로는 윌버는 신과학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지 않은 거로 알고 있다.

그 외에도 지구를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으로 한때 풍미했던 러브록의 <가이아>, 프리고진의 탁월한 이론(가령 <혼돈으로부터의 질서>)에 영감을 받아 쓴 에리히 얀치의 장대한 과학 서사시  <자기 조직하는 우주>,  아서 케슬러의 <야누스> 등이 유명하다.  이밖에도 <유전자의 지혜 >, <희망,웃음과 치료 >, <물리학의 근본 문제들 > 그리고 신과학에 직접 속하지는 않지만, 연관지어 볼 수 있는 이언 스튜어트의 <하느님은 주사위놀이를 하는가?>  등 관련 책들이 다른 분야 못지 않게 많이 선보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최근에 이런 책들이 절판이나 품절 상태라 구하기 어렵다. 얀치와 케슬러의 책은 개인의 독창적인 과학에 대한 야심이 느껴지는데, 한번쯤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분야를 좀 더 흥미롭게 맛볼 수 있게 정리된 책으로 <신과학 산책>이 있는데, 대표적인 외국 학자들의 글을 편집-수록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카프라, 하이젠베르크, 데이비드 보옴, 프리고진, 셀드레이크, 그로프, 바렐라 등 여러 과학자들의 글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창조적인 맴돌이' 제목을 가진 바렐라의 글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런데 이책도 역시 절판이라 요새는 구하기 어려울듯 하다.

 

 

 

 

 

 놀라운 대칭성     새로운 생물학

자연 현상에서 '대칭성'에 주목, 자연 설계에서 어떤 청사진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를 탐색하는 <놀라운 대칭성>과  이와 어느 정도 맥락을 같이 하는, 우주의 보편적인 법칙에 관한 <밝혀지는 자연의 신비> 그리고 양자론 등 새로운 과학을 통해 다윈 생물학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새로운 생물학>이 있다. <카오스에서 인공생명으로>는 이번에 새롭게 나왔다. 내가 가진 구판에 비해 거의 100쪽이 늘어났는데, 차례를 보면 6장하고 8장 소제목이 바뀐 듯 하다. 산타페 연구소 과학자들의 '복잡성'에 관한 발견 과정을 이야기식으로 풀어 낸 책이다. 바로 어떤 이론이나 개념에 대한 설명이 궁금한 사람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구성이다. 그러한 것들이 이야기 전체에 녹아 있기 때문에, 특정 부분을 찾아 보기가 까다롭다. 진득하니 처음부터 끝까지 봐야 효과를 볼 거 같다. 책 표지도 이번에 새롭게 바꼈는데, 훨씬 세련되고 나아 보인다.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도 그렇고 표지에 푸른빛깔이 강조되는 것이 유행인가보다. 폴 데이비스의 <슈퍼스트링>도 엄밀히 말하면 신과학에 딸려 나올 책은 아닌데 신과학 총서 꼬리표를 달았다. '끈 이론'에 대한 대담 형식의 책인데,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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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에서 태어난 엘리아데(Mircea Eliade)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어떤 계기로 인도로 가 켈커타 대학에서 다스굽타(Dasgupta)에게 인도철학을 배운다. 또한 히말라야 리쉬케쉬(Rishikesh)에서 직접 요가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이 <요가>라는 책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인도 사상, 요가, 탄트라, 연금술 등 고금을 넘나드는 방대한 자료들이 그의 멋진 초점 역할을 통해 훌륭하게 한 권의 책에 투사되고 있다. 이 책은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고려원(다르마 총서6)을 통해 잘 번역되어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절판 상태이다.      

 

 <요가(Yoga : Immortality and Freedom)>, 이 책과 중복되는 내용이 프랑스 세이유 출판사에서 나온 [성자  시리즈]  <파탄잘리(Patanjali)>에 일부분 담겨 있다. 이 책도 예전에 대원사에서 나왔는데, 역시 아쉽게도 지금은 구하기 어렵다.

언뜻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요가-불멸성과 자유-> 이 책이 내년에 재출간 된다는 얘기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다행히 나는 '요가'와 '파탄잘리' 두 권을 다 가지고 있다)

엘리아데의 책들 중에서 유명한 것은 <요가>는 물론 <성과 속>, <영원회귀의 신화>, <샤마니즘>, <이미지와 상징> 그리고 마지막 저작에 속하는 <세계종교사상>'까지 굵직한 것들이 많다.

 

 

 

 

 

                                                    종교형태론                                                성과 속:종교의 본질

 <성과 속(thr Sacred and the Profane)>에서 성(聖)과 속(俗)은 궁극적으로 이원적인 차원은 아니라고 엘리아데는 본다. 특히 과거 동양 종교나 원시 문화에서 일상의 생활과 성스러운 것이 일치됨에서 그 본보기를 들고 있다. 이것은 바로 탈신성화된 현대사회에 대한 우려가 깃든 시각일 수 있겠다. 또한 이 책에서는 신성한 것의 드러남이라는 '히에로파니(聖顯, Hierophany)'로 새롭게 역사를 읽으려는 모습도 볼 수  있다(이 책은 두 출판사 한길사, 학민사에서 번역되어 나와 있다). <영원회귀의 신화>'낙원에의 향수(The Nostalgia for Paradise)'라는 '회귀와 반복'의 힘이 맥박처럼 담긴 책이다. 부제로 '"역사철학 입문"을 넣고 싶었다고 엘리아데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데,  기존 역사철학에서의 직선적 시간관과는 다른 것을 시도하고자  했음이다. 그러나 책은 너무도 얇고, 치밀하고 논리적인 근거로 무거운 이탈을 하기보다는, 하나의 은유를 담듯이 부드럽게 나아갈 뿐이다. 엘리아데의 문학적 스타일은 그래서 때에 따라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괴테의 형태학(형태학의 원리는 연금술과 유사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엘리아데는 괴테에게도 좋은 자극을 받은 거 같다)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종교형태론>이란 책이 있다. <샤마니즘>은 <요가>와 더불어 하나의 주제를 가진, 거기다가 꽤 두터운 책에 속한다. 전에 이 책을 사자마자, 샤마니즘에 관한 책이니 우리나라 부분도 있겠지 싶어 찾아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딱 두 군데 총 몇줄로만 다뤄져서 괜히 서운했다. 잘 모르는 멀고 생소한 장소들의 이야기들이 많아 지루하지만, 엘리아데의 역량이 보이는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엘리아데의 아버지에 대한 헌사로 시작하는(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해인 1952녀에 나온 책이다.) <이미지와 상징>은 그의 장기인 '상징'을 적당한 두께에 담아 놓은 책이다. 뒤메질의 서문에 이어지는 상징들은 요약하면 '중심', '시간과 영원(인도와 관련)', '매듭(결박)', '조개(그리고 진주)'이다. 내 느낌엔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서인지, 엘리아데 특유의 부드러움은 없고 좀 딱딱하게 읽었던 거 같다.

<세계종교사상사>는 정말 탐나는 책이다. 3권에 걸쳐 다루는 내용이 입을 벌어지게 만든다. 정말 있어야 할 책인데, 당장 사기엔 부담이 가는 가격이다. 더 관심이 가는 권부터 차근 차근 모아야 할 거 같다. <세계종교사상사 1 >는 '석기시대에서부터 엘레우시스의 비의까지' 부제가 달렸는데, 메소포타미아와 히타이트 그리고 차라투스트라 부분에 관심이 간다. <세계종교사상사 2>는 '고타마 붓다에서부터 기독교의승리까지'로 도교와 연금술,  켈트족 그리고 피타고라스와 오르페우스가 개인적으로 흥미를 돋군다. '무함마드에서부터 종교개혁의 시대까지'라는 부제의  <세계종교사상사 3>은 유목민의 종교, 성상 파괴 운동, 헤르메스의 전통 그리고 티베트 부분이 관심을 끈다. 그러고 보니 어느 권 하나도 떨치기 힘든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두꺼운 책들은 인터넷 주문보다는 직접 가서 사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가끔 받아 본 책들 중에 제본이 잘못 됐는지, 펼치면 중간 어딘가 쫙 갈라져서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제목도 범상치 않으면서, 나의 호기심을 독려하는 책들도 있는데, <대장장이와 연금술사>, <메피스토펠레스와 양성인>이 그것이다.  뭔가 노골적으로 양성의 겹침과 융해, 그리고 신비주의 지식을 드러내는 제목이다. <대장장이와 연금술사>는 책표지도 그렇고, 처음엔 엘리아데의 소설책인줄 알았다.  이 책은 분량은 적지만, 다른 책들에 분산되어 있는 엘리아데의 원초적인 관심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연금술'만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야금술에서부터 바빌로니아, 중국, 인도 등 연금술의 궤적을 그려내고 있다. 정말 흥미로운 주제의 책이 아닐 수 없다.   



<메피스토펠레스와 양성인>
은 책표지부터 범상치 않다.  메피스토펠레스를 대극의 합일을 염두해 두고, '음'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살피는 그의 입장은 융의 심리학과 닮아 보인다(윗글에서 엘리아데가 괴테에서 받은 영향을 말했었는데, 융하고도 다정히 찍은 사진도 있는 것으로 봐선 꽤 교류가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괴테의 파우스트의 모습과 다른 메피스토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고 싶은 음지의 욕구를 자극한다. 엘리아데, 융 그리고 '양성인(androgyny)'에 대한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존 카메론 미첼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영화 [헤드윅(Hedwig)]에서는 원초적 형태의 양성의 행복한 결합체를 바라는 심정을 애니메이션 장면으로 매우 잘 묘사한다.

 

<융 심리학과 동양종교>는 '티벳 사자의 서', '요가' '易經' 등 융의 눈으로 동양 종교의 핵이 들춰진다. 융은 동양에 접근하는 수준 높은 노하우가 있지만, 엘리아데와는 달리 비판적인 거리를 두고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엘리아데는 단일한 주제를 가지고 책 한권을 쓰기도 하지만, 여러 곳에 낸 짧은 글들이나, 혹은 시기적으로 분산된 글들을 한데 모아서 출간하기도 한다. <메피스토펠레스와 양성인>도 그런 성격의 글로 보이고, <상징 신성 예술>, <신화 꿈 신비> 등도 그러하다.

 

  <신화. 꿈. 신비>이 책의 표지가 심상치 않다. 서양과 동양 신비주의의 '심  볼'들이 층을 쌓아 거대한 축을 짓고 있다. '샤머니즘'이라는 책과 '영원회귀의 신화'와 비슷한 괘를 이루는 모음집으로 보인다.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가 누구지? 왠 일본인.. <상징, 신성, 예술> 이 책의 헌사 "시간을 초월하는 예술 세계를 지닌 이사무 노구치에게"를 보고 떠오른 생각이었다. 찾아보니 일본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조각가라 한다. 여기까지는 아 그렇구나! 정도였는데, 브랑쿠시(Constatin Brancusi)의 제자였음을 알고는 약간 놀랐다.  이 책은 다른 책들과 좀 다른 맛을 내는데, 예술(회화, 조각, 사원, 문학 등)에 관한 엘리아데의 미학관을 살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표지가 너무 단순하고 밋밋한게 아쉽다.

 

 

 

 

 

우리나라 학자의 책 중에서 엘리아데에게 빌려 온 시선이 느껴지는 책 두 권이 눈에 띈다. <엘리아데.신화.종교>는 독문학 교수의 책으로 앞부분은 신화의 일반성을 살핀다면, 뒤로 갈수록 엘리아데의 사상을 비평적으로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 < M.엘리아데 - 종교와 신화 >는 엘리아데의 <우주의 역사 : 영원회귀의 신화>라는 책을 전에 번역하기도 했던 정진홍 교수의 책이다. 종교학자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분인데, 이 책은 엘리아데의 주요 개념을 간략하게 집어내고 있다. 독자적인 저술 활동도 활발한데, '종교문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 사회 현실과도 연관짓는 실천적인 태도도 엿볼 수 있다.

내 책장엔 엘리아데의 책이 제법 많이 꽂혀 있다. 첵에 주술을 부렸는지 당장 읽을 것도 아닌데, 그의 이름만 보고 산 책도 여러 권이다. 그 남자의 글에선 왠지 여성적인 아우라마저 느껴질 때가 있다. 글의 굴곡이 크지 않은 편이라 그 단조로움이 여러 심도 깊은 빛깔을 얌전하게 품고 있으면서도, 살며시 앉아 있는 듯이 보이기에 지루함마저 주기도 한다. 하지만 별거 아닌 내용이나 소재를 가지고 문체의 화려함으로 독자를 희롱하는 글보다 차분하게 곱씹으면서 그 단조로움 안에 깃든 빛나는 것들을 끄집어내길 기다리는 책들도 있을 것이다. 엘리아데의 책을 담금질 하듯 읽다보면 그런 연성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엘리아데는 소설도 꽤 많이 썼다고 한다. 우리나라엔 아마 <만툴리사 거리>, <벵갈의 밤> 정도가 소개된 거 같다. 그런데 이마저도 절판, 품절이라 구하기 어렵다(만툴리사 거리>는 대형 인터넷 서점에 아예 정보조차 뜨질 않는다). 그의 소설들도 번역되거나 재출간되어서 어떤 문학의 맛을 가졌는지 알려주길 바래 본다.   

 며칠 전에 엘리아데의 나라인 루마니아 영화를 봤다. 루시안 핀틸리에(Lucian Pintilie) 감독의 '떡갈나무(Balanta'1992)'라는 영환데, 우리한테 익숙한 유럽 영화하고도 뭔가 좀 느낌이 달랐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슬픔은 우연한 사건들(편집이 강약 조절 하듯 불규칙한 맛도 나는데, 그것이 이 영화에 생기를 주는 효과도 있다)에 의해 오히려 해학적으로 분산되면서도 결국은 어떤 하나의 과정(아버지를 위한 딸의 여정)은 끝마친다. 약간 에밀 쿠스트리차(Emir Kusturica) 감독 영화와 비슷한 느낌도 나는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엉뚱한 것들이 끼어들어 영화의 흐름을 산만하게 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묘하게 하나의 활력에 이끌리듯 고비를 넘긴다. 대사 중에 흥미로웠던 건, 시골 마을에서 저녁에 주민들이 TV에서 해주는 한국 영화를 보러 온다는 부분이다. 엘리아데의 루마니아 그리고 한국이 겨우 겨우 하나의 점으로 만난 사소하지만 신선한 장면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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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5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5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yoonta 2007-03-0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글 잘봤습니다..퍼갈께요..^^
종교사상사는 사놓고도 아직 못읽고 있네요..

TexTan 2007-03-05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책을 갖고 계시는군요.

TexTan 2007-03-18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근데, 가끔 쓴 글 중에, 본문에서 단어나 구절이 그냥 사라져 버리기도 하는군요.
영어 원서 제목을 올릴 경우 자주 그러는 거 같고, 여기 이 글에서도 뭔가 사라졌는데, 원래 무엇을 썼는지 기억이 가물함. 이건 무슨 에러인가..

yoonta 2007-03-19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런 형태의 글을 올릴때 말씀하신 현상이 발생하는것 같더구뇨. 태그명령어로 인식하여 그러는 것 같은데 그럴경우에는 < , > 다음에 한칸 띄워 글을 써주면 해결되더군요..^^

TexTan 2007-03-19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혼잣말 비슷하게 한 소린데, 친절하게 답글까지 달아주셨군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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