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들>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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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 - 유가에서 실학, 사회주의까지 지식의 거장들은 세계를 어떻게 설계했을까?
황광우 지음 / 비아북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요새는 간략하고 알기 쉽게 어렵고 복잡한 것들을 풀어주는 책들이 많이 나온다. 거의 단순한 요약형부터 어떤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여러 내용들을 꿰어, 보기 좋게 매만진 것들까지 다양하다. 요약형은 어찌보면 사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겠고, 저자의 주관이 어느 정도 지배하는 책은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것을 은근슬쩍 한 쪽으로 몰아갈 위험도 있다. 그러나 이왕이면 후자의 책이 영양가가 있겠고, 비판의 끈을 살짝 조이고 읽는다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가려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위대한 생각들>도 글쓴이의 주관이 살짝 묻어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그것을 강요하진 않는다. 최소한 지나친 밀착에서 숨 돌릴 틈 정도는 제공하는데, 거기서 독자는 거리두기, 혹은 비판적 읽기를 통해서 더욱 풍부한 독서과정을 즐기면 좋을 것이다.
프롤로그에선, 약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구절이 몇 개 보인다. 가령, 남녀평등권의 실현과 관련하여 오늘날의 여성들은 레닌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거나, 지금의 '대한국민'의 국민이 누리는 것들이 결국은 나폴레옹의 덕이라식의 말들. 그것이 허황된 소리가 아니지만, 여성이 당연히 받아야 할 것들을 긴 (인류의) 어리석음의 끝에 결국 조금씩 도달하는 것인데, 이제서야 그것이 실현함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
역사에서 "무엇은 누구 (때문)덕이다!" 라는 표현은 어쩌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길고 긴 근원을 더듬는 일이 되고 만다. 나폴레옹의 혁명도 누구의 영향이 있었을테고, 또한 '대한국민'의 지위에 영향을 주는 힘은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바로 밑에 헤겔은 "저기 시대정신이 말을 타고 온다"며 나폴레옹을 보고 감격했다고 하는데, 결국 일관성을 고려한다면, 나폴레옹이라는 한 개인의 힘이 아니라 시대정신에서 돌출된 하나의 결과인 것이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을 동양과 서양으로 공평하게 나누어 열을 꼽는다. 동양을 보자면, 중국에 셋, 우리나라에 둘이 들어갔는데,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하나씩 줄이고, 인도나 일본의 사상을 첨가했으면 더욱 균형이 맞았을 것 같다. 그리고 파시즘은 하나의 큰 사건이긴 히지만, 위대한 생각들이라는 책의 제목과는 맞지 않는다. 다른 사상과 결부하여 보충적으로 다뤄도 괜찮겠다.
책의 내용을 보자면, 자유주의를 다룬 1장부터 5장(파시즘)까지는 서양의 정치사상의 역동적인 변화를 그려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구분은 알기쉽게 정리를 했고, 혁명에 있어서 실천의 문제를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실천에 있어, 그 사회의 물질적 조건을 중시하는데, 이는 건너뛰기라는 비약이 불가능함을 말한다. 그러나 무언가가 무르익을 때를 기다리는 것도 어쩌면 유토피아의 도래를 기다리는 심리적인 지연에 빠질 위험도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때가 되면 실천을 한다는 그런 선후 관계보다는 실천과 동시에 그러한 조건이 열리는 동시적인 것을 중시하는 사상도 있음을, 아울러 전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어 중국의 사상을 살피고, 우리나라로 와서 실학사상을 다루는데, 거의 정약용에 관한 것이므로, 내용과 좀더 일치하는 제목을 적어주는 것이 고맙겠다. 마지막 동학 사상 부분은 그 험난한 시대상황과 농민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어 좋았지만, 동학 사상의 흐름과 전봉준의 농민전쟁이 서로 뒤섞여서 명료한 두 갈래의 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어느 쪽에 더 명암을 주고나서 그 사상적인 영향하에 일어난 사건을 기술하는 식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은 짧은 시간에 동양과 서양 사상의 큰 줄기와 변화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저자의 주관도 깃들여 있어서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괜찮겠다. 가독성도 좋아서 읽는 속도도 빠른 편인데, 세밀한 부분에서는 책의 전체적인 균형을 흔들 만한 것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이 책 밖에서 독자들이 독서라는 실천을 통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것을 독려하는 자극을 이 책이 어느 정도는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