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를 리뷰해주세요.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 - 일상을 전복하는 33개의 철학 퍼즐
피터 케이브 지음, 김한영 옮김 / 마젤란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철학과 쉽게 친숙해지기! 

위와 같은 모토를 가진 책들이 꾸준히 나온다. 이런 책들은 대개 철학자나 어려운 철학용어들을 간략하고 알기 쉽게 풀어내는 식이다. 철학이 무엇인가?라는 핵을 빼놓고, 철학의 생산물, 표면에 굴러다니는 표식들에 집중한다면, 결국 지식으로서 철학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것들은 남들에게 제법 아는 척 하기에 좋지만, 거기에만 머문다면, 철학의 진정한 힘을 모르고 지나가는 일이 되버릴 것이다. 

야구의 규칙과 역사에 해박한 사람이 실제로도 야구를 잘하는지는 알 수 없다. 직접 자신에게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정확하게 방망이로 때리는 것은 하나의 능력이다. 이렇게 야구를 단순히 아는 것과 야구를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철학도 마찬가지다. 철학책을 보는 사람은 많지만, 철학을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렇듯, '철학함'은 외부 지식에만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사고의 힘으로 스스로 생각을 펼치는 것을 말할 것이다. 따라서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고, 그 틈을 부수고 들어갈 수도 있어야 한다. 철학에는 이러한 다양한 사고의 실험들, 시행착오를 통한 생각의 지도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지도를 인지하고, 그 밖에 우발적으로 주어지는 것들을 자생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은 매우 귀중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특히 두 가지 기류에 휩쌓여서 극과 극을 오가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이러한 힘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이 심사숙고하기도 전에, 외부의 강한 흐름에 순식간에 전이되는 듯한 모습들을 보이곤 한다. 이렇게 조작된, 의도를 품은 가짜 흐름에 휩쌓이지 않으려면, 단순한 사고의 패턴을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 이것이 결국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를 좀더 진지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지 않겠는가? 

서론이 길었는데, 이 책, <사람을 먹으면 왜 안 되는가?>는 철학의 지식이 아니라, 철학함에 가까운 책으로 보인다. 친숙하거나 그렇지 않은 주제를 퍼즐식으로 접근하는데, 그렇다고 명확한 해답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늘 어떤 퍼즐에는 명쾌한 답이 있으리란 생각을 습관적으로 해 온 사람들에게는 자극적으로 시작해서 애매하게 끝나는 이 방식이 마음에 안 들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의도를 고려해 본다면, 이러한 방식에 순기능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퍼즐식 접근이지만, 그렇다고 답을 제공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여기는 것들을 다르게, 삐딱하게, 혹은 뒤집어 보는 경쾌함이 있는데, 그것을 다시 깔끔하게 정돈을 해주진 않는다. 왜일까? 그것마저 편안히 앉아서 구경하려는 습관에 대한 불친절이 아닐까? 그 불친절은 오히려 독보다는 약이 될 수도 있다.   

먼지떨이가 집 안에 가득 먼지를 일으키는데, 그것을 먼지떨이 자체가 흡수를 하거나 치우진 못한다. 이 책도 그런 것 같다. 우리 머릿속에 숨겨진 사고의 먼지들을 부양시킨다. 거기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것들도 수두룩하다. 정리와 새로운 배치는 이젠 우리의 몫이다. 오늘 결정이 내일과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를 배웠다. 지금 여기에 놓인 그것이 절대적이고 확실한 자리는 아닐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그런 가능성을 볼 수 있다면, 일단 '철학함'의 시작 단추는 조심스레 눌러졌을 것이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부분은 다음과 같다. 8 하나가 둘이 될 때, 12 여자와 남자는 과연 평등할까?, 18 뇌는 경험을 할 수 있는가?, 21 새니티 클로스는 없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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