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을 리뷰해주세요.
-
-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정신분석학, 특히 프로이트, 라캉을 통한 영화 읽기는 이젠 새로울 것도 없다. 심리학이 유독 영화를 쉬운 놀이마당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거야 영화야 말로 온갖 인간들의 모습들이 (대개 흥미로운) 이야기로 필름에 갈무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문학도 역시 그러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에는 사람의 표정, 즉 얼굴이 드러난다. 특히 어떤 심리상태의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을 때 그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또한 목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얼굴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목소리는 그 사람의 심리를 입체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이렇듯, 영화에는 우리의 (소박하거나 복잡한)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 있으며, 또한 그것을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하는 매체의 특성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심리학이 영화를 설명 도구로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도 그러한 목적을 가진 책에 속한다. 그러나 차별성도 갖는데, 트라우마에 주목해서 이와 관련된 영화들만을 모아 놓았다. 트라우마는 인간 심리에 상당한 힘을 미치는 지위를 갖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이지만 거기에 관련된 범위는 꽤 넓다. 이 책에선, 트라우마와 관련된 영화를 그냥 냐열식으로 진행하지 않고, 좀더 세련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다루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이 책은 먼저, 트라우마란 무엇인가로 시작한다. 트라우마를 (지독하게) 영상으로 그린 대표적인 영화 두 편(레인 오버 미, 밀양)을 소개한다. 그리고 원인, 증상, 치료 순서로 진행하면서 여기에 맞는 영화들을 배치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목차의 나뉨이 실제적으로 확연한 내용적인 차이를 주는가이다. 원인-증상-치료라는 형식적인 구별에 비해서 내용에서 뚜렷한 차이를 각인시키는데는 약간 역부족으로 보인다. 트라우마라는 큰 주제의 힘이 커서인지, 그 세부적인 변별력은 떨어진 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좋았다고 보여지며, 나중에라도 좀더 보완을 하면 좋겠다.
글 마디마디에는 본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심리학 정보를 제공한다. 꽤 유용한 것들이 많았는데, 뇌의 두 가지 기억 시스템인 내재적 기억과 외현적 기억은 물론, 안구운동과 관련된 EMDR은 흥미로웠다. 그러나 프로이트와 관련한 히스테리, 환상 등의 내용(p.308)에서는 어떤 떠도는 일화가 있겟지만, 그것을 마치 사실인양 전하는 것 같아, 좀더 엄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이 책은 트라우마에 대한 전문적인 책은 아니지만, 영화라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좀더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가독성도 좋고, 꽤 많은 영화들을 구경할 수 있다. 앞에도 말햇다시피, 약간의 미흡함도 보이지만, 저자가 여러 준비를 하면서 성실하게 책을 만들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