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희망이다>를 리뷰해주세요
거꾸로, 희망이다 - 혼돈의 시대, 한국의 지성 12인에게 길을 묻다
김수행 외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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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권 1년이 지난 지금, 여러 곳에서 한숨들이 나온다. 가장 큰 선거공약은 반대 여론에 부딪혀 결국 스스로 포기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분위기는 마치 그 전 정권(수도 이전)과 흡사해 보일 정도다. 그러나 무작정 비난만 하면서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일이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진 세(勢)가 바뀌면,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른 배치 작업들이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혼돈은 예상할 수 있다.   

노무현 정권 시기에 보수세력들이 그랬던 것처럼, MB 정권에 무조건 반대를 하고 싶은 세력들이 있고, 마침 충분한 빌미를 계속 제공하는 흐름도 있었다. 이러한 일방적인 반대급부의 행태와 달리, 기대를 걸었다가 아니면 미지근한 심정으로 바라보다가 실망으로 바뀐 경우들도 있다. 어쨌든, 지금 정부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이러한 것이 바뀔 여지는 아직 보이질 않는다. 

그러니 위에만 쳐다볼 순 없지 않은가? 가만히 앉아서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서, 쓴소리를 하는 재미에 빠져서 원한을 키우고, 혹 다음 선거에서 자신이 찍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 그 한을 시원하게 풀어주길 기대한들, 그 희망이 다시 도루묵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것도 어찌보면, 정치변화의 주체를 막연히 한 명의 개인에게 몰아주고, 알아서 잘해주길 바라는 너무나 만연되어 있는 의타적인 심리일 것이다.  

이젠 이러힌 습성에서 나와,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너무 거대하고 거창한 것들이 아니라, 작지만 소중하고 필요한 것들을 말이다. 이 책, <거꾸로, 희망이다>라는 책에도 이러한 위가 아닌, 우리 민중들이 직접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자극들이 심어져 있다.  

책 맨 앞에 '책을 내며'라는 부분은 편집인의 글인데, 우선 지금 정권에 대한 푸념을 전하느라 바쁘다. 살 맛이 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묻고 싶다. 정말 살 맛이 나던 시기는 언제였는지(여태 태평성대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다는 듯이)? 국민들이 살 맛이 나지 않는다고 외칠 때, 한 때는 그냥 조용히 있다가, 이제는는 큰일이라도 났다는 듯이 나와서 흥분을 하는 사람들(지식인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성향에 따라 민중의 흐름을 외면하다가, 이용하거나 과장하는 자들을 좋게 보진 않는다. 하여튼 '책을 내며'라는 부분은 이 책에 실린 여러 필자들의 글보다 더 극단적이고 흥분된 모습을 보여서, 좋은 길잡이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 책에서 '생태적 상상력'과 관련한 김종철의 강의는 약간 이상적인 어조가 있지만, 귀담아 들을 곳도 있었다. 특히 민주주의를 국가 단위가 아닌, 소규모로 무수히 만들자는 발상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예전에 도올 김용옥이 노자의 '소국과민(小國寡民)'을 통해서 강조했던 것과도 흡사했다. 민주주의의 미래가 건전하게 나아간다면, 이러한 모습이 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김수행의 강의는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위기를 마르크스 시각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겉그림 하나를 선사한다. 특히 과거 IMF와 관련한 얘기들에서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부분을 짚어준다. 박원순의 강의는 이 책에서 가장 집중해서 본 곳이다.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한 현장의 경험이 강의를 통해서 명쾌하게 잘 전달이 된 거 같다. 특히 대기업 몇 개 위주로 돌아가는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대안을 찾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박원순은 구체적으로 좋은 본보기들를 찾아서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여러나라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많은 사례들은 훌륭한 예가 될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너무 일률적으로 대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눈을 돌려서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잠재적인 성공의 터전들을 찾아나가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한 아래서부터의 다양화가 결국 우리나라 전체를 튼실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줄테고, 그러한 실천들 속에서 희망은 싹을 튀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싹은 정권이 바껴도, 윗물이 가끔 흐려져도 우리에게 실망을 가져다 주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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