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즐거움>을 리뷰해주세요
노년의 즐거움 - 은퇴 후 30년… 그 가슴 뛰는 삶의 시작!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펼치자 마자, 아래와 같은 글이 마중 나온다.  

   
  드맑은 가을날, 서산마루가 저무는 그 한때! 

그렇게 황홀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황혼은 황홀이다. 너무다 아름답다. 마음에 사무치게 곱고 야무지다. 우리 인생의 황혼도 황홀할 수 있다. 그래야 한다.
 
   

"황혼은 황홀이다" 여기 누런 황금빛, 그 저무는 힘에서 어떤 운치와 가락을 힘겹게 끌어내는 시선이 있다. '늙음의 미학'이랄까? 존재의 끝자락(죽음)에 가까워졌으니, 그 마지막 떨림은 정말 황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황홀과 다를 수 있겠지만. 

하여튼, 그냥 힘을 다 쓰고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그 쇠락의 기운에 맡길 순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늙음에서도 하나의 가치를 발견해야 하고, 그것을 긍정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냥 "그래야 한다." 

날마다 새로운 책들이 쏟아지는데, 누가 굳이 이런 노인들 얼굴을 들이미는 책을 집겠는가. 그래도 책표지와 편집은 외외로 세련된 맛이 난다.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내용은 어떤가? 이 책의 저자도 여든이 가까우신데, 글은 늘어지지 않고 간결하며, 구수한 맛이 난다. 노인이 가뿐하게 산을 타는 모습이랄까? 그래서 처음과 달리 약간 기대를 갖고 보다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자화상>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 김열규는 다 빈치의 자화상에 어지럽게 그려진 머리카락과 턱수염에서 이 화가의 다른 작품, <대홍수>의 역동적이고 복잡한 물결을 떠올린다. 그리고 여기에 '노년의 생명력, '노년의 역학力學'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다. 

이어 황공망의 <구봉설제도>, 곽희의 <조춘도>, 미불의 <춘산서송도>를 시조와 같이 감상하면서 신선놀음까지 즐겼다. 하지만, 이 책이 산으로 치자면, 그리 크지 않은 것이었던가? 올라가는 재미도 잠시, 갑자기 일상의 풍경으로 내려가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뭐 뒤로 갈수록 일상의 소박함을 다룬다고 볼 수도 있지만, 처음에 보여준 맛하고는 다른 미지근한 맛이 된 거 같다. 

황혼과 황홀은 책의 앞에서 잠시 기웃거리다 사라지고, 책을 덮을때쯤, 황망하게 자리를 뜨게 만드니, 늙음의 미학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앞에 잠시나마 보여 준 감흥이 이 책을 괜히 읽었다는 생각을 접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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