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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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6월은 물과 불의 기운이 겹치는 묘한 긴장감이 있다. 한낮에 길을 걷다가 셔츠 윗단추를 풀고 손바람이 나도록 손을 움직여 보기도 한다. 그 쨍한 무더위가 지나고 며칠 후엔 비가 하루 종일 내리기도 한다. 그때, 벽지 어딘가가 살짝 부푸는 모습도 보게 되는데, 습기가 집 안에 점점 스며드는 징조다.
이렇듯 6월은 날씨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시기다. 그래서 그런가? 6월은 즐거움을 기념하는 날보다 왠지 고개가 무거워지는 날들이 많다. 아스팔트 지열 위로 민주를 외치며 달리던 젊은 심장도 이 달 안에서 뛰고 있다. 그 승리의 기념일!
나도 어렴픗이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서울 도심 사이에 자발적으로 행진하는 시민들의 그 느린 움직임을 과연 어떤 권력의 힘이 막을 수 있었겠는가? 그 후끈한 발걸음에는 많은 이들의 희생을 간직한 무게 또한 실려 있었을 것이다. 이 슬픔의 기억들이 6월을 습한 흑백의 날로 만들기도 한다.
이 만화책의 흑백 그림처럼 말이다. 아마 125쪽의 그림에 나온 얼굴이 이 책의 표정을 가장 잘 말해주는 것 같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내가 지금 중고생이 아니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내용이 너무 단순해 보인다. 선과 악의 이분법에 지나치게 기대었고, 일차원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어떤 과잉들이 남는다.
이런 방법들이 필요할 때도 있다. 과거 시절, 출판의 자유가 제한 받던 시절이라면, 이런 단순하고 분명한 알림조차 급했을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래도 여유가 있지 않은가? 책을 손에 쥐고 예상했던 그 감정의 높이와 속도들이 재현되는 것 같아서 조금 섭섭했다. 특히 영호의 엄마가 변화하는 계기와 모습들은 형식적으로 보일 정도다.
내가 순박하지 못해 이런 거리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많은 가능성은 열어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일단 내 독서의 느낌을 적는 곳이니까, 남들과 덩달아 비장미를 꺼내놓고 뭔가 덜어 낸 기분으로 슬픈 정의의 무리에 섞이고 쉽진 않다.
2009년이라면 급하게 흑과 백(선과 악)의 일차원적인 감정을 건드려 습한 샘을 자극하는 단순한 궤도를 벗어나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다행히 책의 부록에서 그러한 사후 정리가 뒤따른다. 일반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에서 더 들어가려는 문제의식도 보이곤 한다. 그러나 역시 어쩔 수 없는 딜레마는 남는다.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문구를 우리쪽으로 끌어온다고 해도, 반대의 경우에는 우리가 불리해지는 상황이 생긴다. 결국은, 그냥 차라리 우리가 정의니까,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우겨야 될 것만 같다.
원래 중고교에 배포될 목적으로 쓴 책이므로, 위에서 말한 아쉬움은 어쩌면 큰 욕심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대상이 10대이니까, 감정의 동요가 아닌 세련된 방법으로 스스로 충분히 점화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