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오바마, 백악관으로 가는 길>을 리뷰해주세요.
대통령 오바마, 백악관으로 가는 길
TIME 편집부 지음, 정상준 옮김 / 조선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이렇게 가뿐하게 한 권의 책을 금방 해치우는 것도 오랜만이다. 그런데 이 책이 주는 건 그것 뿐이다. 그래서 실망했냐고? 그렇진 않다. 이 책을 쥘 때부터 어느정도 예감한 일이니까. 그리고 이런 책을 원하는 혹은 필요한 독자도 있을테니, 함부로 '나오지 말아야 할 책'이라는 악담 같은 건 하고 싶지 않다.  

너무 뻔한 의도를 가진 책이라도, 약간 높이 조절을 해가면서 보면 의외로 재미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선 사진이 그러한데, 아주 가벼운 기호학적 감각을 되살린다면 초보적인 실습 대상으로 잠시 살펴볼 수 있다. 

가장 재미있는 사진은 81~82쪽에 있다. 어떤 설명이 없어도 세 사람의 얼굴 표정만 보더라도 최소한 쓴웃음 정도는 선사한다. 추기경의 얼굴에서 누구나 살면서 마주칠 수 있는 갈등의 순간과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대처하려는 태도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어색하게 말이다(어서 벗어나고싶어). 

18~19쪽에는 거의 모델 수준의 포즈를 취한 오바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이 찍힌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을까? 어쨌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사진 두 장을 보도록 하자. 이 사진들은 책을 펼칠 필요도 없이 앞표지, 뒤표지를 장악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상반대 효과를 노리고 말이다.  

앞표지의 오바마의 사진은 우러러볼 만한 지도자의 이미지다. 저 팔짱은 자신감과 여유, 멀리 내다보는 두 눈의 시선은 우리에게 '비전'을 약속한다. 인물이 마치 날씬한 산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럼 마저 뒤표지를 보자. 카메라 초점은 얼굴이 아니라 구두 바닥에 있다. 그리고 그 뒤로 희미하게 잡힌 오바마의 얼굴이 보인다. 그는 무엇을 하고 있나? 손에는 서류, 귀와 어깨 사이엔 전화기가 있다. 무지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다. 이 사진의 포인트는 무엇인가? 바로 헤진 구두 바닥이겠지.. 

여기서 발바닥이 불이 나도록 뛰어다녔을 오바마와 더불어 서민적인 이미지를 주입한다. 이러한 사진은 보는 사람들을 슬그머니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자 한다. 그것이 연출되었다 하더라도, 인간적인 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언론도 마찬가지로 거기서 멈춘다(그 이상의 분석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운이 좋으면 수많은 대중의 심장을 떨리게 만들고, 살짝 눈물이 고이게 만드는 일이 그리 어렵진 않다.  

그런데 저 바닥의 헤진 모양이 마치 미대륙을 닮지 않았는가?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금방 읽을 수 있다. 사진이 큼지막하다. 건담 화보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오바마를 좋아하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학교를 마친 아이들을 데리고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통령 후보가 역사를 만드는 장면을 목격하러가면서 부모들이 말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였지만, 그날의 선거는 마치 신생 민주주의 국가에서 치러지는 첫 선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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