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를 리뷰해주세요.
-
-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스스로 행복해지는 심리 치유 에세이
플로렌스 포크 지음, 최정인 옮김 / 푸른숲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에는 이런 유명한 말이 나온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 말은 수행의 차원에서 바라볼 만한 것이지만, 세속의 차원에서도 본뜻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겠지만, 닮은 말들이 존재한다.
혼자라는 거! 이것이 누구는 지독한 외로움과 우울함을 불러들이는 극단의 존재상황일 수 있고, 또한 어떤 이는 그것을(외로움) 고독으로 승화하여 즐기기도 한다. 이 차이는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혼자서 자기만의 공간을 남 의식 없이 충분히 만끽하는 사람은 주변을 둘러 보아도 분명 많지는 않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도 스스로 단단한 의식의 경계를 만들어서 힘들게 버티는 고된 연기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무대의 상영 시간은 결국 끝이 있고, 그 후, 무대에 내려가서 화장이 지워진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고, 순식간에 무너지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그러니 혼자가 되는 거, 그리고 이렇게 하면 충분히 혼자가 될 수 있다는 권유 역시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좀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나이에 따라 사회가 부여하는 수순(졸업하면 취직을 하고, 적당히 돈을 모아 결혼을 해야 하고.. 등등)에 따라야 한다는 강박이 없는 자유로운, 즉 원래 여유와 고독이 공존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책을 찾을리가 없다.
몇 번의 이혼을 경험하고, 자신의 문제와 시름하면서, 어느새 이쪽 전문가가 되어 버린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그리 전달하고 싶었을까? 아마 자신이 찾은 그 무언가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픈 의욕이 강한 듯 하다. 그리고 저자가 나름대로 이 분야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흔적이 책에 인용된 다양한 책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여러 사람들의 사례들을 열거하는, 그럴듯한 이야기로 채운 느낌이다. 그래서 세세한 주의나 엄격성은 떨어진다.
나는 한자로 인간이 '人間'으로 표기하는 것이 많은 걸 시사한다고 본다. 즉, 사람은 세상에 나와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 수 밖에 없다는 뜻이 있으리라. 그걸 저자가 모를 리 없고, 문제는 그러한 것이 어색하고, 힘들고,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데에 있다. 그럼, 그러한 이성간의, 흔히 말하는 정상적인 (연인 혹은 부부)관계가 힘든 사람에게는 고독이란 무기를 가지고 '혼자 되기'를 권하기보다, 그래도 어떻게 '둘이 되기'가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왜냐하면, 아무래도 전자보다 후자가 더 쉽기 때문이다.
이 책은, 1장에 전체적인 문제의식과 방향이 담겨 있고, 특히 26쪽에는 책의 탄생 배경이 나와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읽고, 마음에 끌린다면, 정독을 하면 좋겠다.
그런데, 왜 책 제목은 원서와 다르게, 마치 가볍게 읽을 만한 미술책으로 오해를 살 만하게 지었는지 모르겠다. 부제 '스스로 행복해지는 심리 치유 에세이'를 미처 보지 못하고 고른 사람은 흔히 말하는 '낚시'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자기 경험의 바탕에서 쌓아 올린 저자의 관점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자들에게, 운이 좋다면 하나의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박지영의 <혼자살기>. 고영주의 <혼자살기 가이드>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외로움을 무지 타는 혼자인 여자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하나가 되기를 열망하는 두 사람이 실상은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점이 온다. 이 깨달음은 변화의 기회다. 로맨스라는 흥분 상태에서 시작하여 서로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고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독립적인 두 사람으로, 사랑과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관계로 성숙해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