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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미쳤다 - 성격장애와 매력에 대한 정신분석 리포트
보르빈 반델로 지음, 엄양선 옮김 / 지안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27살에 요절한 3명의 록 스타를 알 것이다. 지미 헨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은 60년대 미국, 흔히 말하는 저항의 시기에 젊은이들(특히 히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절정의 아이콘들이었다.  우드스탁에서 지미 헨드릭스가  전기 기타로 미국 국가 'The Star Spangled Banner'를 (불경스럽게도) 온 몸을 비비꼬며 연주하는 장면을 누가 잊으랴. 

케네디라는 꿈이 사라진 후, 그 공허 안으로 다시 야욕의 혀를 넘실거리는 권력에 대한 이들의 거친 몸짓은 저항이면서 축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의 불꽃은 점점 사그라들어 마침내 젊은 재로 식어버린다. 무언가에 저항하면서도 약물이 그네들의 몸과 정신을 포획하는 것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나보다.  

일반인을 능가하는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그 내면에는 자신을 좀먹는 진득한 그림자를 달고 살 수 밖에 없는 그들. 자신이 가진 카오스를 결국 밖으로 폭주하듯이 단기간에 써버리고 결국 소멸을 택하는 자들. 어째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런 과도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스타가 되기가 쉬운 것인지, 아니면 그러한 자리에 오르면, 그 숨도 편히 쉬기 힘든 환경이 사람을 그렇게 몰고 가는 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불안증 분야의 전문가라는 저자 보르빈 반데로는 이 책에서, 스타들이 미친짓?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진행 과정으로 보는 듯 하다. 즉 어려서부터 생겨 난 그 씨앗들의 힘, 그리고 방향이 그들에게 과속페달을 밟게 한다고.. 

이 책에 실린 스타들을 보면, 태어나는 환경 자체에 이미 불운의 기운이 감지된다. 정상적이고 화목한 가정은 스타들을 자라게 하는 데에는 좋지 못한 환경이라는, 희한한 등식까지 떠올리게 만들 정도다. 그러니 영화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의 유년기는 정말 혹독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엄청난 상황들의 연속이고, 여기에서 성질 사나운 괴물이 나오리라는 건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킨스키는 그것을 고스란히 실현한 배우이기도 하다.  

흔히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이런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영화에서는 만들어졌는데, 바로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피츠카랄도>에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이 킨스키라니! 우리는 그냥 다 만들어진 영화를 보지만,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도 마치 진저리나는 시간과의 싸움과 서로에 대한 적대시가 팽배했었나보다. 킨스키가 하마터면 같이 출연한, 극도의 불만을 품은 원주민들에 의해 큰해를 입을 뻔 햇다고 하니 말이다. 나도 오래 전에 봤지만, 기억에 남는 영화라서 이런 상황이 글쓴이의 괜한 허풍은 아니리라 짐작이 간다.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빌리 홀리데이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는 이 여자가 이렇게 곱고 이쁜줄은 몰랐다. 그런데 빌리 홀리데이의 인생은 어쩌면 이리도 기구한지.. 뭐 그러한 사람들이 이 책에선 줄줄이 나온다. 가령  가장 짧은 별(단신)? 에디트 피아프도 빼 놓을 수 없다. 어쨌든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노래 중에 '이상한 과일(Strange Fruit)'이란 묘한 제목을 가진 곡이 있다. 이것은 흑인들의 아픔을 노래한 것인데, 여기서 이상한 과일은 큰 나무에 매달린 흑인노예의 시체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상한 과일'이 왠지 야릇한 미적 은유를 풍길것도 같은데, 전혀 다른 비극을 가리킨다니 놀랍다. 그리고 빌리 홀리데이 뿐만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스타들에게도 그러한 이상한 과일의 빛깔과 향이 베어들것만 같아 두렵다. 

이 책에는 록스타가 많이 나오고, 그들의 세세한 이야기들도 다른 지면과 달리 꼼꼼한 면이 있다. 흔히 떠도는 풍문을 바로잡는 부분 역시도 그러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자가 한때는 기타리스트였다고 한다. 그러한 관심도가 단순히 한 인물에 대한 자료를 간략하게 정리하는 수준은 넘은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러한 과도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차라리 스타의 길로 들어서서 짧게나마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별빛을 비춰주고 사라지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식으로. 즉 어차피 이런 기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쪽으로 가더라도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는 힘들거라는 예감인지도 모른다. 어떤 스타는 말하지 않던가? 자기가 이런 스타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살인자가 되었거나 도둑질을 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빛나는 것이 다 별은 아니지만, 빛나는 별들 중에는 무척 흔들리는 것이 있고,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과 안타까움이 함께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며 이 책을 덮는다. 그런데 이 도시 밤하늘엔 흔들리는 별조차 보기가 어렵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비운의 스타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단순한 우연이나 사건이라기 보다, 어려서부터 가지게 된 어떤 요인이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정신의학적 지식도 따로 장을 마련해서 설영해준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지만, 일반 심리학책은 지루해서 싫은 사람들. 이런 책을 통해서 우선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경계성 성격장애 환자의 심리치료 이론을 다룬 논문을 소개한 기사들을 다 이어 붙이면 지구를 한 바퀴 둘러쌀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정신분석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학문적으로 증명된 것은 핸드볼을 두르기에도 충분치 않다" p.123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불충분한 증명에 대해 약간 의심쩍은 듯한 저자의 비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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