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만찬>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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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한 만찬 - 음식, 영양, 비만에 관한 과학적 진실
피에르 베일 지음, 양영란 옮김 / 궁리 / 2009년 1월
평점 :
우리를 단순하게 혹은 무모하게 만드는 것 중에 '이분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러한 사고가 먹을거리에도 강하게 쓰이는데, "육식은 몸에 해롭고, 채식은 몸에 이롭다"는 생각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되도록 육식은 피하고, '콜레스트롤'이라는 그 부정적인 단어에서 멀리 떨어지려는 시도는 건강을 위한 일상 안의 작은 모험으로 여겼다.
그러나 우리의 건강이란게, 육식과 채식의 그 표면에서만 그칠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고기의 대표주자인 소만 하더라도,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알던 그 단순한 소만이 아니라, 다양한 소들이 나와 되새김질을 한다. 아마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먹을거리라는 대상을 생각할 때, 과일, 곡류, 돼지고기, 쇠고기 등에서 딱 멈추지 않았을까? 물론 유기농인지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를 따지는 태도가 있겠지만은. 그럼 다시 소로 넘어가서, 그럼 대체 어떤 다양한 소들이 이 책에 나오는지 구경을 해보자.
전에 광우병 문제로 한우와 미국 수입산 쇠고기에 대한 강한 분리선이 우리 머릿속에 제대로 박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예민한 문제는 잠시 제쳐 두고, 이 책에 의지해서 딱 세 마리의 소를 떠올려보자.
(가) 콩과 옥수수 사료를 먹는 소
(나) 풀 혹은 아마인을 먹는 소(쇠죽을 먹는 소)
(다) (가끔) 육식을 하기도 하는 소(광우병이 의심 됨)
재수가 없으면 (다)라는 소를 먹을 수 있지만, 우리 전부 그럴 일이 없도록 기도하자. 그럼 (가)소와 (나)소가 남았는데, 아마 이 두 소를 가지고서, 이 책의 핵심을 어느 정도 건드릴 수도 있겠다. 우리가 먹는 소는 대부분 (가)일 확률이 높다. 콩과 옥수수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보관도 용이해서 가축 사료는 물론 양식어장에서도 널리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전문 용어가 나오는데, 콩과 옥수수엔 오메가6 함유가 높다.
(나)는 예전 우리 시골 어르신들이 풀을 끓여 쇠죽으로 먹인 소를 연상하면 쉽다. 이러한 방법은 손과 정성이 많이 가는데, 여기엔 오메가3가 높다고 한다. 오메가6과 오메가3는 최대한 간단하게 말한다면, 오메가6는 살을 찌우게 하고 오메가3는 비만을 억제하고 심장질환 등 여러 병에 이로운 효능을 갖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오메가3로만 구성된 식단이 좋은 것은 아니고, 이 둘의 균형이야말로 우리 건강에 좋다는 말이다.
그럼 결론은 나온다. 우리가 쇠고기를 먹더라도, 어떤 사료를 먹은 소인가에 따라서, 우리의 몸상태(비만)와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먹을거리를 선택할 때, 단순히 쇠고기다 야채다가 아니라, 더 나아가서 그 먹을거리의 섭생까지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비만의 문제만 하더라도, 콩과 옥수수를 많이 먹는 사람이 위의 (나)와 같은 (풀을 먹은) 소를 먹은 사람보다 살이 찔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더 무서운 건, 모유의 성분도 수 십년 동안 오메가6와 오메가3의 비율이 변화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점점 오메가6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전 세계의 비만 문제가 단순히 우리가 많이 먹어서 만이 아니라, 살이 찔 가능성이 높은 것들에 둘러 쌓인 환경도 고려해야 함을 말해준다.
우리가 어제 저녁에 무엇을 먹었는지도 중요하다. 여태 우리는 여기서 그쳤을 뿐이다. 더 나아가자! 어제 먹은 그것은 대체 무엇을 먹었던가?
• 서평 도서의 좋은 점 - 건강과 비만을 고려하는 섭생에 대한 합리적인 사고를 하게 해준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 <사람을 살리는 먹을 거리>, <세포부터 건강해지는 마흔의 밥상>,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건강한 섭생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영양학에서는 그 자체로 좋은 식품이거나 그 자체로 나쁜 식품이란 없다. '좋은' 분자나 '나쁜' 분자는 아주 드물다. 문제는 불균형이나 결핍 상태, 과잉 상태인데 이러한 상태야말로 우리 식생활에 혼란을 일으킨다." pp.159~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