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65
이제, 웃기는 짓을 하는 가게 손님 이야기를 누구에게 한단 말인가? 장례식장에 있는 그 누구보다 의젓하게 목발을 짚고 서서 어른들과 악수를 나누는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누구에게 이야기한단 말인가? 조문객들이 검은 정장을 입은 작은 소년을 보고 울음을 터뜨릴 때 그 어린 소년은 오히려 "울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조문객들을 위로했다. 솔로몬은 "엄마는 캘리포니아에 계세요"라고 말하며 조문객들을 진정시켰다. 조문객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솔로몬도 모자수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 P165
~p.128
모자수는 파친코의 부산한 분위기가 좋았다. 그는 소란스럽고 큰 파친코 사업의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장로교회 목사였던 아버지는 하나님의 의도를 믿었지만, 모자수는 인생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기대하는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희망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게임에 손님들이 빠지는 이유를 모자수는 이해할 수 있었다. - P95
"함께할 수 없으니까."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았다. 노아는 아키코에게 자신이 몸소 습득한 불공평한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키코는 자신이 그녀의 부모님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테니까. 노아를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그냥 조선인으로 보는 것이 나쁜 조선인으로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모를테니까. 아키코는 노아의 인간성을 볼 수 없었다. 노아는 그것이 바로 자신이 가장 원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조선인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 되고 싶었다. - P118
~p.71
도토야마는 두 사람이 떠날 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두 사람이 모퉁이를 돌아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문간에서 있었다. 그러고는 문을 꼭 닫고 잠갔다. 이번달 방세와 식비를 대기에 충분한 돈이 수중에 들어왔다. 도토야마는 문앞에 주저앉아서 안도감에 울음을 터트렸다. - P45
- 해방 이후 재일동포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 위안부, 일본식 이름, 부라쿠민- 부라쿠민이라며 다른 학생들에게 소외받는 학생 두 명이 친구가 되는 게 왜 이리 뭉클한지.
모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아이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친구가 된 이 순간을 절대 잊지 않았다. - P22
-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꽉 찬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서사가 주는 힘이 이런 건가보다. -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라고 하길래 역사 교과서같을 거라 생각했다. 30년대에는 수탈에 힘들어하고 원자폭탄으로 전쟁이 끝나면 해방의 기쁨을 누리는 이야기가 나올 거라 예상한 건 참 짧은 생각이었다. - 2권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