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15내일이면 완독할 것 같다. 소설이 담는 시공간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어서 놀랐다. 어떻게 마무리될까 궁금하다.
~p.195
노아는 리사에게 관심을 갖기 전에 그녀의 아름다운 글씨체에 먼저 관심을 보였다. 숫자 2를 그렇게 쓰는 여자와는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리사의 손끝에서 나란히 나오는 선들은 기호의 획들을 담아놓은 보이지 않는 상자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리사가 명세서에 평범한 글을 써놓아도 노아는 멈춰 서서 그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처럼 우아하게 글자를 쓰는 손끝에 담긴 춤추는 영혼을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189
~p.165
이제, 웃기는 짓을 하는 가게 손님 이야기를 누구에게 한단 말인가? 장례식장에 있는 그 누구보다 의젓하게 목발을 짚고 서서 어른들과 악수를 나누는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누구에게 이야기한단 말인가? 조문객들이 검은 정장을 입은 작은 소년을 보고 울음을 터뜨릴 때 그 어린 소년은 오히려 "울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조문객들을 위로했다. 솔로몬은 "엄마는 캘리포니아에 계세요"라고 말하며 조문객들을 진정시켰다. 조문객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솔로몬도 모자수도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 P165
~p.128
모자수는 파친코의 부산한 분위기가 좋았다. 그는 소란스럽고 큰 파친코 사업의 움직이는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장로교회 목사였던 아버지는 하나님의 의도를 믿었지만, 모자수는 인생이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기대하는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희망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게임에 손님들이 빠지는 이유를 모자수는 이해할 수 있었다. - P95
"함께할 수 없으니까."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았다. 노아는 아키코에게 자신이 몸소 습득한 불공평한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키코는 자신이 그녀의 부모님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테니까. 노아를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그냥 조선인으로 보는 것이 나쁜 조선인으로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모를테니까. 아키코는 노아의 인간성을 볼 수 없었다. 노아는 그것이 바로 자신이 가장 원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조선인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 되고 싶었다. - P118
~p.71
도토야마는 두 사람이 떠날 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두 사람이 모퉁이를 돌아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문간에서 있었다. 그러고는 문을 꼭 닫고 잠갔다. 이번달 방세와 식비를 대기에 충분한 돈이 수중에 들어왔다. 도토야마는 문앞에 주저앉아서 안도감에 울음을 터트렸다. - 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