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공자처럼 친절을 베푸는 법
여러 철학들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책이다.
공자 부분을 먼저 읽었는데 지루하게만 생각하던 공자의 사상을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 싶었다. 공자 사상을 가르칠 때 책 속 표현들을 요긴하게 사용할 것 같다.
“가족은 우리가 인을 계발하는 헬스장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사랑하는 법과 사랑받는 법을 배운다. 서로간의 거리는 중요한 요소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에서 시작하라.”
또 하나 인상깊었던 건 친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베풀어야 할지 우리가 잘 모른다는 점이었다. 생각해보면 진짜 그렇다. 우리는 흔히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친절을 어떻게 베풀어야 할지 모르고 있기도 하다. 돕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어딘가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서 이상하게 도와줄 바에야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내가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을 만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어디서부터 도와주어야 하나? 친절은 힘든 것이다. 친절에는 감정 이입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결국 계속 부딪히는 수밖에 없다. 실수하고 후회하면서 친절을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똑똑한 사람이다. 나는 아직 멀었다. 어쩌겠나 계속 만나보고 부딪혀보면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
근데 왜 친절을 베풀어야 할까?
나름대로 친절을 계속 베풀다보면 이런 질문에 봉착하기도 한다. 그때는 좀 쉬어야 한다. 그런 질문이 떠오른다면 아마 자기 자신에 대한 친절이 부족한 상황일 것이기 때문이다. 남에게 친절한 만큼 나에게도 친절해지는 게 필요하다.

공자는 변함없는 헌신을 요구하지만 생각 없는 헌신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연로한 부모가 도를 벗어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모를 되돌려놓아야 하지만 그럴 때에는 사려 깊고 공손해야 한다. 효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우리가 헬스장에 가는 것이 땀을 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인 것처럼, 효를 실천하는 것은 오직) 효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친절이라는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다. 연로한 부모를 돌보는 것은힘든 일이다. 공자는 진심에서 나온 미소를 지으며 기꺼이 효도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그 무게에 몇백 그램을 더 얹는다. - P314
무정함은 잔인한 의도가 아닌 상상력 부족의 결과다. 불친절한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지 못하며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못한다. - P315
여자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서 휘청거린다. 돈도, 그 어떤 종류의 친절함도 구하지 않는다. 그 부분이 가장 최악이다. 이 애매모호함. 나는 깜짝 놀라고 측은한 마음을 느끼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친절은 힘든 것이다. 우리는 돕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고, 우리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다른 승객들도 뉴욕만의 미묘한 방식으로 불편해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여자가 지나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선다. 어떤 사람은 더욱더 빤히 앞을 쳐다본다. 나는 공자의 책에 얼굴을 파묻는다. 여자가 열차 맨 끝으로 간다. 더 이상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들린다. "옛날에는 내 얼굴도 앳되었어요." 그러다 여자가 사라진다. 모두가 참고 있던 숨을 내쉰다. 또는, 내가 그렇게 상상한다. 고개를 들고 방금 일어난 일을 생각해본다. 이런 고통을 만나면 무엇을 해야 하나? 물론 나는 여자를 도와줄 수 있었다. 하지만 말했듯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열차 안의 그 누구도 몰랐다. 그럴 때 친절은 어떻게 전염될 수 있는가? 누군가는 시작을 해야 한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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