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었다.
대학 수업에서 독일 분단 시절 동독에 살았던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존 넨 알레’를 읽은 적이 있다. 통일 관련 수업이었는데 그러한 독서활동의 의도는 분단의 문제를 좀 더 사람의 이야기로 느끼게끔 하는 것이었다. 물론 수업이었기에 어느 정도 한계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전에 들었던 수업과는 다르게 분단이라는 단어 속에 내포된 여러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이 책도 같은 이유에서 특별하다. 언청이로 태어난 훈이, 그의 아내 양진, 그들의 딸 선자, 그녀가 사랑한 한수, 그녀를 구원한 이삭, 그의 형 요셉과 요셉의 아내 경희, 선자의 아들인 노아와 모자수, 모자수와 유미의 아들인 솔로몬에 이르기까지 일제강점기 전후 시대를 살아간 가족의 일대기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은 ‘재일교포들의 힘겨운 삶’이라는 너무나 익숙해서 건조해져버린 말을 깊숙이 파헤쳐 보게 한다. 그렇다고 너무 한 쪽에 치우쳐 있지도 역사서처럼 기록만을 나열하지도 않는다. 진실하게 사람들의 삶을 보여줄 뿐이다.
어떤 선택이 옳고 어떤 선택이 그르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저 좀 더 그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간 것만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선자는 감히 한번 꼭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