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회적 상승을 어떻게 말로 포장하는가
- 시장 메커니즘과 함께 능력주의는 잔재해있던 신분, 인종, 경제적 차이, 성별 등으로 인한 계급을 타파하고 능력이 있는 누구나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생산성이라는 원칙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진보주의자들은 ˝제3의 담론도 내놓았다. ..즉 사람들이 오직 노력과 재능으로만 시장에 성과를 내밀 수 있다면 그것은 능력에 따른 자연스러운 서열화를 이루리라는 것이었다.˝
이에 드러난 부정적 성격은 다음과 같다.
1.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복지국가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관련 리스크 부담을 정부와 기업에서 개인으로 옮기려는 태도
2. 사회적 상승에 대한 언어적 포장: 열심히 일하고 규칙대로 행동하면 누구나 자기 재능과 희망이 허용하는 한 사회적 상승을 할 수 있으리라는 약속
=> 이것이 능력주의에 대한 포퓰리즘의 반격을 초래하였다.
˝대통령 가운데 ˝그 자신의 실수가 아닌 일로˝라는 표현을 처음 쓴 사람은 캘빈 쿨리지, 그리고 허버트후버였다. 이는 철저히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내용이었다. 누군가가가난하거나 병 들었다면 그것은 그들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며, 정부 도움을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주장 도중에 사용된 표현이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이 표현을 가끔 썼다. 하지만 그의 경우 대공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게 ‘스스로의 잘못으로 그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 도중에 언급된 것이었다.˝
정부의 역할을 줄이려고 했던 로널드 레이건은 이 문구를 그의 어떤선임 대통령들보다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그 후임인 두 사람의 민주당대통령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는 레이건보다 두 배나 많이 사용했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레이건처럼 은연중에 도움 받을 자격이 있는 가난한 사람과 그런 자격이 없는 가난한 사람을 구분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맞서 싸우는 사람은 정부 보조를 받을 만했다. 다만 불우해서 가난해진 사람은 자격이 없었다.˝
- 정부 보조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개인의 노력, 의욕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다만 여기서 지적하는 것은 그것들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그 외의 요소들을 전부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해버렸다는 것일 테다. 정치인들은 그것이 하나의 정치적 전략이었겠지만 이것은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보니 ‘아무 이유 없이‘ 지원하는 것은 세금 낭비라는 말이 쉽게 나온다. 정부 지원 결정 과정에 포함되어야 할 ‘이유‘에는 개인의 능력 요소만이 들어간다. 능력이라는 건 매우 우연적인 요소들의 결합 결과이고, 하물며 능력을 얻기 위해 노력할 힘마저 그 주변 환경이나 천부적 재능과 같은 요소들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간과한 채 말이다. 참 어려운 것 같다. 그 중심을 잡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고등교육에 관한 오바마의 말
˝가장 중요한 점은 명석하고 동기부여가 잘 된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재능이 그리고 그들의 직업윤리와 꿈이 허용하는 한도까지 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 요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서 써 보기
- 마땅히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
: ˝레이건 이후 ˝자격이 있다˝는 말은 당파를 불문하고 대통령들의 상투적 문구가 되었다. 클린턴은 이 말은 레이건보다 두배 더 썼다. 오바마는 세배였다. 그 맥락은 일상적인 언급에서부터 의미심장한 발언까지 두루 걸쳐 있었다. 클린턴은 국방부 산하 센터를 유치해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한 도시에서 연설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을 받았습니다.˝ 오바마는 도매 상점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땀흘려 일한 이상 그의 마땅한 급료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오하이오에 개방 대학에서 연설할때 오바마는 중산층에 대한 감세를 옹호하면서 말했다. ˝여러분은 세금우대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도움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죠.˝
˝영국에서는 1990년대 토니 블레어의 의해 제창된 능력주의 신념이 계속 영국 정치를 휘어 잡았다. 심지어 브렉시트 국민투표 뒤에도 말이다. 2010년 수상에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테레사 메이는 ‘영국을 진정으로 능력주의화하는 비전‘을 내세우면서 ‘보통 사람들, 노동계급‘이 그 주인공이라 했다. 그녀는 그들은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그녀가 제시한 더 나은 조건이란 바로 능력주의 원칙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었다.˝
-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독일, 스페인,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스웨덴, 캐나다,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보다 미국에서 부나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더 자주 일어난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부모의 부가 자녀에게 고스란히 이어지는 일이 거의 절반에 이른다. (이중 덴마크가 이동성이 가장 크다.)
- 힐러리와 트럼프의 대결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이유
˝힐러리 클린턴의 불운이랄까. 사회적 상승에 관한 담론은 2016년 그 추진력을 잃어버렸다. 그녀를 누른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사회적 상승에 대한 이야기나,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재능과 노력이 허용하는 한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내가 아는 한 트럼프는 유세 기간 중 이 구호를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또한 그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이런 이야기를 일절 안 했다. 대신 그는 승자와 패자에 대한 거친 발언을 내놓으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노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위대함의 비전은, 지난 40년간 미국에서 활발한 공적 담론을 일으켰던 능력주의적 기획과 아무 상관이 없다.
사실 능력주의 엘리트에 대한 포퓰리즘적 반감이 트럼프 당선과 그해 초 영국에서 예상을 깨고 이루어진 브렉시트 표결에 일정한 역할을했다고 믿을 이유가 있다. 선거는 복합적 이벤트이므로 어떤 일이 투표자의 표를 이끌어냈는지 확실히 알기 어렵다. 그러나 트럼프와 브렉시트 그리고 다른 나라들의 포퓰리스트 정당들에 표를 던진 많은 노동계급 사람들은 사회적 상승에 대한 약속보다는 국민 주권 원칙의 재확인, 국가 정체성과 국가적 자존심 등의 강조에 동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주도적 세계화를 환영하면서 그 이익 대부분을 챙기고 노동자들을 외국 노동자들과의 경쟁에 내몬 장본인들, 동료 시민들보다는 세계 각지의 엘리트들과 더 가까워 보이는 능력주의 엘리트, 전문가, 전문직업인 계층에 대해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기존 질서에 대한 포퓰리즘적 증오가 꼭 능력주의적 오만에만 맞춰진 것은 아니었다. 외국인혐오증, 인종주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적대감 등도 한몫했다. 그러나 포퓰리즘의 반격에 있어 적어도 일부는 능력주의 위계질서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는 자들이 그들보다 덜 성공한 자들을 깔보고 있다는 인식에서 촉발되었다. 이런 포퓰리스트들의 불만은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 능력주의 엘리트들은 ‘규칙을 지키며 열심히 일하는 자는 누구나 자기 재능이 허용하는 한도까지 성공할수 있으리라‘고 주문을 외워댔다. 그들은 바닥에 묶여 있는 사람들 또는 물 밑으로 가라앉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사정을 챙기지못했다. 사회적 상승의 담론은 그런 이들에게 있어 약속이라기보다는조롱이었다.(p.123-124)˝
-우리나라가 많이 생각난다. 이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먼저 나는 이 현상이 학생들의 성장 연령대가 로널드 레이건 시대이고 따라서 당시 유행한 개인주의 철학에 물 들었기 때문 아닐까 하고생각했다. 그러나 그 학생들 대부분은 정치적으로 보수주의적이지 않았다. 능력주의적 직관은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런 직관이란 대학 입학에서의 소수집단우대정책과 관련된 토론에서 특히 강하게 불거졌다. 소수집단우대정책에 찬성하는 학생이든 반대하는 학생이든 ‘나는 죽어라 노력해서 하버드에 왔으며 따라서 나의지위는 능력으로 정당화된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들이 운이나 기타의통제 불가능 요인으로 입학한 게 아니냐는 말에는 거센 반발이 일었다. - P107
내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능력주의 정서를 느낀 것은 미국에서만이아니다. 2012년 나는 중국의 남동쪽 해안 지역에 있는 샤먼대에서 강연을 했다. 강연 주제는 ‘시장경제에 대한 도덕적 제한‘이었다. 최근의신문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느라 자기 신장을 판 중국 10대 학생기사‘를 읽었던 나는 학생들에게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뒤이은 토론에서 많은 학생들은 자유지상주의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 10대 학생이 강압이나 협박에 의하지 않고 자유의사에 따라 자기신장을 팔기로 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입장에 반대한일부 학생들은 가난한 사람의 신장을 사서 부자가 생명을 연장하는 일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강연이 끝난 뒤 한 학생은 내게 비공식적으로 답을 주었다. 부를 이룩한 사람은 그만한 능력을 입증한 것이며, 따라서 생명을 연장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후안무치한 능력주의 사고의 응용에 깜짝 놀랐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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