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류 소이치(34) 화가. ‘나‘.
히류 고요 소이치의 아버지. 고인.
히류 미와코 소이치의 어머니. 고인.
이케오 사와코(54) 미와코의 여동생. 소이치를 길러준 어머니.
쓰지이 유키히토(28) ㅡ 녹영장影 거주자. 소이치의 육촌 형제.
구라타니 마코토(26) ㅡ 녹영장 거주자. 대학원생.
기즈가와 신조(52) ㅡ 녹영장 거주자. 마사지사.
미즈지리 도키치(68) 녹영장 관리인.
미즈지리 기네(61) 도키치의 아내.
가케바 히사시게(34) 소이치의 죽마고우.
미치자와 기사코(21) ㅡ 대학생.
시마다 기요시(38) 소이치의 친구.
* 괄호 안숫자는 1987년 7월 시점의 만 나이.

평생 젊을 줄 알았는데 올해 5월로 나도 벌써 서른여덟이더라고. 스물두 살 때부터 너랑 알고 지냈으니 이럭저럭 16년. 진부한 표현이지만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는구나. 아직 결혼할 예정은 없고, 일정한 직업도 없다. 언젠가 본가의 절을 이어받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아버지는 아직 기운이 펄펄 넘쳐서 은퇴할 눈치도 안 보이네. 난감하다고 하면 벌 받으려나.

나카무라 세이지中村靑司라는 별난 건축가. 그가 각지에 지은 색다른 건물. 그리고 그 ‘관들에서 일어난 몇 가지 사건.......

4월에도 어쩌다 보니 또 터무니없는 사건에 휘말려들었지 뭐야. 단고 반도의 한 촌락 T** 변두리에 위치한 ‘미로관‘이라는 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야. 매스컴에서도 제법 떠들어댄 모양이니 어쩌면 너도 들어봤을지 모르겠네.

어쩐지 사신死神에라도 씐 것 같은...... 아니, 그게 아니지. 사신에 들린 건 내가 아니라 그 건축가가 지은 ‘관’들이야. 반은 진심으로 그렇게 여기고 싶기도 하다니까.

히류 소이치에게(전략)무사히 퇴원했다면서? 일전에 어머님께 편지 받았어. 별 탈 없어서 참 다행이야. 쾌차를 축하하러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이런저런 볼일이 많아서 당장은 어렵겠다. 일단은 서면으로, 실례.

미술에는 거의 까막눈이지만 네 그림에는 분명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예를 들면 그래, 수차관에서 본 후지누마 잇세이 화백의 환상화와 비견할 만한, 어쩐지요사스러운 매력이.

어머니는 "사람 애먹게"라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이 빗소리가 고마웠다.
옛 도읍, 옛 도읍.
아버지가 태어나고 죽은 곳.......

내가 교토를 찾은 것은 7월 3일 금요일 오후였다.
6월도 지났는데 장마가 걷힐 낌새는 보이지 않고 무겁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에서 미지근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건강 문제로 작년 여름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기나긴 입원생활을 했다. 그 때문이기도 하리라. 퇴원한 후로 어머니는 내 몸 상태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교토에는 오래전에 한 번 와봤을 것이다.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먼 옛날...... 어느 계절이었는지도 잊어버렸지만 분명 그때도 이 도시에는 비가 내려 오늘과 똑같은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대학 시절 몇 년쯤 머물렀던 도쿄와 일찍이 방문해본 도시 몇 군데는 물론이고 고향 시즈오카에도 여태껏 애착이라는 것을 느껴보지 못했다.

"택시를 잡자. 기분은 괜찮니, 소이치?"
나는 탈것에, 특히 열차에 약하다. 시즈오카에서 탄 신칸센이 나고야를 지났을 무렵부터 속이 꽤 거북했다.
"괜찮아요."
작게 대답하고 짐을 고쳐 들었다. 하지만 바삐 계단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흐름에 휩쓸리는 통에 다리가 몹시 후들거렸다.

도시는 도시일 뿐, 어느 곳이나 낯선 사람들이 무리 지어 모이는 비슷한 공간이다. 그리고 내게 도시는 마음의 평안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으니까. 언제나, 언제든지.

도시는 자연 풍경과는 반대다. 비를 오래 맞으면 점점 생기를 잃는다.
나는 계절과 날씨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옛 도읍의 첫인상으로 삼았다.

여기에, 이 어두운 집에서 아버지는 내내 혼자 산 걸까.
들고 있던 여행가방을 그 방에 던져 넣은 나는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아버지의 존재할 리 없는 시선에서 도망치듯이. 그때.
나도 모르게 다리가 얼어붙었다.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얼굴 그리고 목소리조차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
먼 옛날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은 다만, 그 남자가 늘 자기 아들에게 던지던 차가운 불길 같은 눈빛뿐이다.

둘러보니 한적한 고급 주택가라는 느낌이었다.
살짝 가파른 도로를 사이에 두고 흙담과 산울타리가 길게 뻗어 있다. 어느 집 할 것 없이 부지가 상당히 넓다. 큰길의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비 때문인지 길에서 노는 아이들도 없다.

그것은 여자, 아마도 젊은 여자였다.
‘젊다‘는 것은 몸의 모양새로 보아 그렇다는 것이다. 늘씬하니 키가 크고 균형 잡힌 몸매다. 풍만하게 부풀어오른 가슴, 잘록한 허리...... 다만.

그것은 여자, 아마도 젊은 여자였다.
‘젊다‘는 것은 몸의 모양새로 보아 그렇다는 것이다. 늘씬하니 키가 크고 균형 잡힌 몸매다. 풍만하게 부풀어오른 가슴, 잘록한 허리...... 다만.
그녀에게는 ‘얼굴‘이 없었다.

머리는 있지만 머리카락은 물론 눈, 코, 입도 없다. 비스듬히 이쪽을 향한 하얀 얼굴은 기복 없이 번번했다.
게다가.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그녀의 몸에는 팔 하나가 없었다. 오른쪽 어깨 부분에서 부자연스럽게 뚝 끊어진 선.......
"......마네킹?"

2026.08.13 오후 21시 3분13%아버지가 태어난 곳.
아버지가 죽은 곳.
아버지 히류 고요는 작년 말에 이 세상을 떠났다. 예순두 살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만난 건 언제였더라. 25년 전...... 아니, 더 전이던가.

어쩌면 조각가 히류 고요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한 탓에 이러한 의문이 드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내가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은 정말로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특히 내가 아버지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이해한 이후, 요 십수 년간 나는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썼으니까.
아들로서.
또한 붓을 든 또 하나의 예술가 나부랭이로서도.

조각 분야에서는 정통적인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아주 추상적이고 난해한 작품을 제작했다. 한편 치밀한 필치로 사실적인 정물화도 그렸다. 사람과 어울리기를 극도로 싫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괴짜 취급을 받았지만, 고베 시에 사는 저명한 환상화가 후지누마 잇세이와는 예외적으로 친밀하게 교류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다시 한 번 나를 가리키더니 이번에는 노부부를 내게 소개했다.
"미즈지리 씨 부부셔. 도키치 씨랑 기네 씨."

기운이 넘치는 부인과 달리 불려 나온 남편은 허리가 굽은, 척 보기에도 늙수그레한 남자였다. 키는 제법 큰 편이지만 자세 때문에 아주 작아 보였다.

1949년, 25세가 되는 해에 결혼. 이때 부모 곁을 떠나 시즈오카 시로 거처를 옮기지만, 다케나가가 죽은 후 다시 돌아와 교토를 창작활동의 터전으로 삼는다.

애기동백 산울타리는 그 구획의 모퉁이까지 똑바로 이어졌고, 모퉁이를 돌자 앞쪽에 아까와 똑같이 생긴 돌문이 보였다. 저것이 ‘연립주택‘ 입구인 모양이다.
낡은 나무 문패에 적힌 이름, 녹영장綠影莊.

아버지 히류 고요는 한때 제법 이름을 날린 조각가이자 화가였다. 보통의 ‘아버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예술가‘ 히류 고요에 대해서는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1924년, 교토 출생. 실업가인 아버지 히류 다케나가飛龍武永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술에 뜻을 둔다.

이 집은 원래 할아버지 히류 다케나가의 소유물이었다. 그것을 아버지 고요가 상속해 자신의 작업장 겸 집으로 삼았는데, 그가 실제로 사용한 곳은 안채뿐이었다. 이쪽 별채는 대대적으로 개축하여 임대 연립주택이라기보다는 주로 학생용 하숙집으로 개방했다고 한다. 그러니 녹영장이라는 이름도 고요가 붙였으리라.

할아버지 대부터 히류 가를 모셨다는 부부다. 아버지가 집안을 잇고 나서는 녹영장 관리인으로 일했다. 이번에 여기로 이사 오기에 앞서 우리는 연립주택을 계속 운영하기로 하고 관리를 계속해서 두 사람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야, 정말로 많이 크셨어. 요전에 오셨을 때는 아직 어린애였는데."
"요전이요?"
노인이 뱉어내는 미적지근한 입김에서 얼굴을 돌리며 나는 물었다.
"그건 언제?"
"기억이 안 나십니까?"

그럼, 하고 눈짓을 한 후 어머니는 현관으로 향했다. 여전히 생기가 넘치는, 풍성한 머리를 틀어올린 어머니의 뒷모습...... 어째선지 그때 하얀 목덜미의 색깔이 방금전 안채 현관에서 마주친 마네킹의 색깔과 겹쳤다.

"그게 몇 년 전이더라. 다케나가 님 장례식 때였던가."
할아버지 장례식 때라면 분명 내가 초등학교에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즉 거의 30년 전이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지만 부부의 인품이 아주 성실하게 느껴져서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몇 가지만 더, 특히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했지만 어머니와 나 둘 다 매우 지친 상태였다.

"돌아가신 미와코 사모님의 손을 잡고 스님의 독경 소리가 무섭다며 우셨죠."
"이야, 그건 그렇고 참 닮으셨어."
도키치 노인이 말했다.
"닮아요? 아버지를요?"
"그야 물론 고요 님도 닮으셨지만, 다케나가 님의 젊은 시절을 쏙 빼닮으셨습니다. 그렇지, 여보?"
"그러게요."

갑작스러운 충동에 사로잡혀 나는 어머니를 돌아보았다.
"잠깐 위에 올라가 봐도 될까요?"
"어머, 같이 갈까?"
"아니요, 어머니는 먼저 돌아가세요. 저 혼자 보고 올게요."

"상냥한 사람들 같은데요."
"소이치는 ‘도련님‘인걸. 그래. 좋은 사람들이야. 게다가 도키치 씨는 몰라도 기네 씨는 아직 또렷또렷하니까 연립주택 일은 맡겨둬도 문제없을 테지."

나, 히류 소이치는 1953년 2월 5일, 아버지 고요와 어머니 미와코 사이에서 태어났다. 고향은 시즈오카 시. 그때 이미 장래의 꿈을 놓고 할아버지와 대립하던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달아나 둘만의 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미와코는 당시 교토의 요정에서 일하던 아가씨로, 할아버지는 당연히 두 사람의 결혼을 몹시 반대했다.

시야 한쪽에 갑자기 검은 사람의 형체가.......

나는 어린 마음에도 나를 두고 간 아버지의 심중을 헤아려 보았다. 나를 향한 아버지의 차가운 감정을 깨닫고 나서는 이케오 이모부와 이모를 ‘아빠‘와 ‘엄마‘라고 부르게 되었다. 자식이 없던 이모 부부는 말 그대로 친아들처럼 나를 사랑으로 키워주었다.

군!
하지만 그 사람은 잠시 후 천천히 몸을 돌려 비 내리는 길을 걸어 조용히 사라졌다.

투명한 비닐우산을 쓰고 가만히 서서 이 집을 보고 있다. 검은 셔츠에 검은 바지. 복장으로 보아 남자인 듯하다.

부부는 가까운 시일 안에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한 시즈오카에서 다시 교토로 집을 옮기기로 한 모양인데.......
그때였다. 어머니 미와코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은.
그리고.
아버지는 혼자 교토로 돌아갔다.

이윽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막대한 유산을 모조리 상속했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분명 28년 전, 그렇다, 내가 여섯 살 때였다고 한다.

지금 내가 ‘어머니‘라고 부르는 여자는 내 친어머니가 아니다. 친어머니 미와코보다 다섯 살 어린 여동생, 사와코 이모다. 나를 길러준 아버지 이케오 이모부는 10년전에 세상을 떴다.

아버지는 자살했다. 작년 말 눈이 내리던 밤, 이 집 안뜰에서 벚나무에 목을 매었다고 한다.

도대체 여기에는 이런 인형이 몇 개나 있는 걸까. 인형들이 지금도 이렇게 집 안 여기저기에 놓여 있는 건 혹시 아버지의 유지일까.

나중에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예전부터 소설가를 꿈꾸었던 쓰지이(본명은 모리타 유키오森田行雄라고 한다)는 두 해 전쯤 어느 문학지 신인상에 입선을 했다. 이후 단편을 몇 편 발표하기는 했지만 크게 호평받은 작품은 하나도 없고, 아직 단행본도 나오지 않았다.

하반신은 분명히 존재한다. 팔도 두 개다. 다만 몸체의 윗부분, 배에서 가슴을 지나 어깨에 이르는 부분이 없다. 대신에 뼈대처럼 십자 형태로 얽은 새카만 막대에 허리와 머리, 두 팔이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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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ㅣ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타샤의 정원』, 그 이후
― 타샤가 떠난 뒤, 가족이 지키고 자연이 되찾아가는 코기 코티지

※ 이 글에서 다룬 타샤 튜더 사후의 코기 코티지 관리·공개 현황과 버몬트의 진흙철 관련 내용은 2026년 8월 현재 타샤 튜더 가족 공식 홈페이지 ‘Tasha Tudor and Family’, 비영리단체 ‘Tasha Tudor Society’, ‘Green Mountain Club’과 버몬트주 말버러 마을 공식 홈페이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하였다.

참고 자료

1. Tasha Tudor and Family-Tasha’s Corgi Cottage
https://tashatudorandfamily.com/pages/tashas-corgi-cottage

2. Tasha Tudor Society-FAQs
https://tashatudorsociety.org/faq/

3. Green Mountain Club-Mud Season & Hiking in Vermont
https://www.greenmountainclub.org/hiking/mud-season/

4. Town of Marlboro-How Do I?
https://marlborovt.us/how-do-i/

사진 속 전원생활은 참으로 낭만적이다. 꽃이 흐드러진 정원과 오래된 집,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해지고 금세라도 도시를 떠나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1970년대 초반 시골에서 태어나 1980년대를 거쳐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낭만일 수는 있어도, 그 안에서 살아갈 때는 결코 낭만만 있는 생활이 아니었다.

여름에는 덥고 모기가 들끓었으며, 겨울에는 매섭게 추웠다. 모기를 쫓으려고 쑥부쟁이를 태워 모깃불을 피웠고, 마당에는 두엄 냄새가 퍼졌다. 밥상에는 파리가 한두 마리 날아드는 정도가 아니라 더글더글 달라붙었다. 한 손으로 파리를 휘휘 쫓아가며 다른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이 예사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까지도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말 그대로 아사리판이었다.

우리 집은 마을 한가운데 다른 집들과 옹기종기 붙어 있지도 않았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고, 집 오른쪽에는 뒷간이 있었다. 뒷간 뒤로는 곧바로 야산이 이어졌으며 그 산에는 묘지가 몇 기 있었다. 집 왼쪽 가까이에는 이른바 ‘오씨네 공동묘지’까지 있었다. 어린 나에게는 밤이 되면 집 둘레가 온통 무덤으로 에워싸인 듯했다.

그런 곳에서 밤중에 똥이 마려우면 뒷간까지 나가는 일이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컴컴한 뒷간에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똥통 속에서 손이 불쑥 올라와 “파란 손으로 닦아줄까, 빨간 손으로 닦아줄까?” 하고 물을 것만 같았다. 바람에 나뭇가지만 흔들려도 간이 콩알만 해졌다.

밤중에 똥을 누고 돌아와 소에게 절을 하면 다시는 밤에 똥이 마렵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다. 나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고 소에게 절까지 했다. 그러나 어떻게 되었겠는가. 아무 효과도 없었다. 다음에도 밤이 되면 어김없이 똥이 마려웠다.

이런 생활을 직접 겪어본 까닭에 『타샤의 정원』 속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도 그 정원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많은 노동과 비용이 필요했을지를 함께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다. 타샤 튜더가 세상을 떠난 뒤, 그 넓은 정원과 외딴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1. 타샤가 떠난 뒤에도 열렸던 정원

타샤 튜더의 가족은 그가 살아 있던 2005년부터 소규모로 정원 관람을 허용했다. 책과 사진을 통해서만 코기 코티지를 보았던 독자들에게 실제 정원을 둘러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타샤는 2008년 6월 18일, 아흔세 번째 생일을 맞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가족은 곧바로 정원의 문을 닫지 않았다. 정원 공개를 이어갔고, 뒤에는 타샤가 생활하던 코기 코티지 내부까지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개 범위를 넓혔다.

그곳은 처음부터 박물관으로 지어진 시설이 아니었다. 타샤가 실제로 살면서 그림을 그리고 음식을 만들고 정원을 가꾸던 개인 주택이었다. 가족이 관람을 허용했다는 것은 집과 정원을 보여주는 일뿐 아니라 방문객을 맞이하고 건물과 정원을 관리하는 책임까지 맡았다는 뜻이었다.

2. 2019년 이후 닫힌 코기 코티지

코기 코티지의 정원 관람은 2019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중단된 뒤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코기 코티지 투어가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안내되어 있다.

코기 코티지는 지금도 가족이 소유한 개인 주택이자 사유지이다. 관광지나 공공 정원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의 형편과 사생활, 건물의 안전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방문객을 받을 수는 없다. 가족은 집과 부속 건물에 보수가 필요하고, 가족의 건강과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현재 코기 코티지는 아무 때나 찾아가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정원 관람이 다시 시작된다는 공식 발표도 아직 없다. 홈페이지는 계속 운영되고 있지만, 홈페이지가 운영된다는 사실과 정원이 일반에 개방되어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3. 정원을 돌보는 가족들

현재 코기 코티지와 정원을 관리하는 주체는 박물관이나 공공기관이 아니라 타샤 튜더의 가족이다. 다만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한 사람이 정원 전체를 전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족 여러 명이 집과 정원, 타샤의 작품과 관련 사업을 나누어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공개적으로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은 손자 윈즐로 튜더(Winslow Tudor)와 그의 아내 에이미 튜더(Amy Tudor)이다. 원예를 공부한 에이미는 1998년부터 타샤의 정원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1999년부터 가족 사업에 참여했다.

가족은 잔디를 깎고 잡초와 침입식물을 제거하며 타샤가 심은 식물을 돌본다. 정원에서 씨앗을 받아 보존하고, 일부 씨앗은 가족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한다. 타샤의 책과 카드, 그림을 비롯한 관련 상품을 소개하는 ‘Tasha Tudor and Family’ 홈페이지도 현재 계속 운영되고 있다.

타샤 튜더 소사이어티(Tasha Tudor Society)는 코기 코티지를 직접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단체가 아니라, 타샤의 삶과 작품을 알리고 보존하는 별도의 비영리단체이다. 기존 박물관은 2017년 소사이어티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현재 상설 전시관 대신 온라인 자료와 회원 소식지, 행사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4. 자연이 되찾아가는 ‘비밀의 정원’

현재의 정원이 『타샤의 정원』에 실린 사진 속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타샤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정원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뜻을 가족에게 전했다고 한다.

가족은 타샤가 남긴 정원을 보존하면서도 자연의 변화를 완전히 막으려 하지는 않는다. 다화장미와 마늘냉이 같은 침입식물이 화단 전체를 뒤덮지 못하도록 제거하고, 타샤가 심은 작약과 붓꽃, 양귀비를 돌본다. 접시꽃 어린 모종에는 철망을 씌워 야생동물이 뜯어 먹지 못하도록 보호한다.

그 사이 정원은 새와 야생동물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여우는 헛간 아래에서 새끼를 낳고, 호저와 밍크·피셔·너구리를 비롯한 여러 동물이 숲과 정원을 오간다. 수많은 새가 나무와 덤불 속에 둥지를 튼다.

가족은 지금의 코기 코티지가 예전보다 더욱 ‘비밀의 정원’에 가까워졌다고 표현한다. 타샤가 심은 꽃과 가족이 돌보는 화단, 스스로 자리를 넓혀가는 풀과 나무가 한 공간에서 섞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원은 타샤가 완성해 놓은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정원이라기보다, 가족의 관리와 자연의 변화가 함께 진행되는 정원이다.

5. 지금도 계속되는 버몬트의 진흙철

『타샤의 정원』에는 4월과 5월에 눈이 녹으면 코기 코티지로 이어지는 길이 진흙탕이 되어 배달 차량조차 들어오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지금은 도로가 좋아져 그런 불편이 사라졌을까.

버몬트에는 지금도 ‘머드 시즌(Mud Season)’, 곧 진흙철이 있다. 대체로 3월 말이나 4월 초부터 5월 말까지 이어진다. 봄이 되어 지표면은 녹지만 땅속은 여전히 얼어 있어 눈 녹은 물과 빗물이 지하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 상태에서 차량이 다니면 비포장도로에 깊은 바퀴 자국이 생기고 길 전체가 진흙탕으로 변한다.

코기 코티지가 있는 말버러에서는 지금도 진흙철의 도로 문제가 반복된다. 말버러 마을 공식 홈페이지는 네 명의 도로관리 인력이 약 65마일의 도로를 맡고 있으며, 진흙철에는 가장 심한 진창 구간이 어디인지 대체로 파악하고 현재 도로 상태에 관한 주민들의 제보를 받는다고 안내한다.

따라서 타샤가 살던 시절 책에 묘사된 진흙철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코기 코티지로 들어가는 사유지 진입로가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지금도 4월과 5월에 배달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지는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확인된 사실처럼 단정할 수 없다.

사진에서는 숲속으로 이어지는 흙길도 낭만적인 풍경이 된다. 그러나 그 길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식료품과 우편물, 난방 재료와 수리 장비가 오가는 생활도로이다. 길이 진흙탕이 되면 불편한 정도를 넘어 일상생활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6. 아름다움을 보존하는 데 필요한 것

타샤의 전원생활은 누구나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소박한 시골살이와는 거리가 있었다. 넓은 토지와 작가로서 거둔 성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삶이었다. 그러나 그런 바탕이 있었다고 해도 그 정원과 집을 다음 세대가 계속 보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원에서는 해마다 풀이 자라고 나무가 늙는다. 침입식물이 번지기도 하고, 야생동물이 어린 모종을 먹기도 한다. 집과 온실, 헛간 같은 건물은 비와 눈을 맞으며 낡아간다. 가족은 코기 코티지의 삼나무 지붕널 대부분을 새로 갈았지만, 아직도 손볼 곳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정원을 일반에 개방하려면 꽃과 나무만 돌보면 되는 것도 아니다. 건물의 안전을 점검하고 방문객의 동선을 관리해야 하며, 가족의 생활과 사생활도 보호해야 한다. 집과 정원뿐 아니라 진입로와 부속 건물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우리가 책과 사진에서 보는 아름다운 정원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꽃 뒤에는 흙을 갈고 풀을 뽑는 손이 있으며, 오래된 집 뒤에는 지붕과 벽을 고치는 노동과 비용이 있다. 타샤의 정원을 보존하는 가족들도 바로 그 현실을 감당하고 있다.

7. 두 번째 계절을 지나가는 정원

한 장의 사진은 정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골라 보여준다. 꽃이 흐드러진 화단과 초록빛 풀밭, 고풍스러운 집과 코기들이 어우러진 장면을 보고 있으면 그곳의 추위와 진흙, 벌레와 수리비까지 떠올리기는 어렵다.

내가 살았던 시골집도 지금 사진으로 보면 그리운 풍경이다. 흙담 밑에 핀 꽃과 우물, 눈 덮인 지붕과 오래된 느티나무가 먼저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서 살던 때에는 무더위와 추위, 모기와 파리, 두엄 냄새가 함께 있었다. 한밤중에 묘지 옆 뒷간까지 나가야 했던 무서움도 시골생활의 일부였다.

그렇다고 전원생활의 아름다움이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아름다움만 보고 실제 생활의 수고와 불편을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고된 생활은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공간 안에 함께 존재한다.

지금의 코기 코티지는 타샤가 살던 시절의 모습으로 멈춰 있지 않다. 일반 관람은 중단되었지만 가족은 집과 정원을 관리하고 있으며, 그 사이 숲과 야생동물도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그곳은 타샤를 기념하기 위해 고정된 전시물이 아니라, 여전히 가족의 손길과 자연의 변화 속에 놓인 사적인 집이자 정원이다.

타샤가 떠났다고 해서 정원의 시간이 끝난 것은 아니다. 『타샤의 정원』 이후에는 가족의 손과 자연의 시간이 함께 써 내려가는 두 번째 계절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 조사·정리: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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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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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편견 형성과 해소 과정
― 오만과 편견을 넘어 이해와 사랑으로


1.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관계를 움직이는 두 개의 시선

가. 오만과 편견의 출발
ㅇ(다아시의 오만) 다아시는 높은 사회적 지위와 재산, 가문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사람을 판단하며, 처음 만난 엘리자베스와 베넷 집안을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로 바라봄
ㅇ(엘리자베스의 편견)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냉담하고 거만한 첫인상에 반감을 품고, 이후 위컴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면서 다아시에 대한 부정적 판단을 확신으로 굳혀감
ㅇ(상호 오해의 형성) 다아시는 계급과 가문이라는 기준으로 엘리자베스를 판단하고, 엘리자베스는 첫인상과 자신의 판단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다아시를 판단하면서 서로를 제대로 보지 못함
ㅇ(작품의 핵심 구조) 두 사람의 사랑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지닌 오만과 편견을 스스로 깨닫고 수정해 가는 과정 속에서 성립함


2. 엘리자베스의 편견 ― 첫인상에서 확신으로

가. 다아시에 대한 부정적 첫인상
ㅇ(거만한 태도에 대한 반감) 엘리자베스는 처음부터 다아시의 무뚝뚝하고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태도에 불쾌감을 느낌
ㅇ(자존심의 상처) 자신을 충분히 매력적인 여성으로 평가하지 않는 다아시의 태도는 엘리자베스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이후 그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됨
ㅇ(선입견의 형성) 한 번 만들어진 부정적인 첫인상은 이후 다아시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선입견으로 발전함

나. 위컴을 통한 편견의 강화
ㅇ(호감과 판단의 결합) 엘리자베스는 자신에게 친절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위컴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그의 이야기를 쉽게 신뢰함
ㅇ(다아시에 대한 확신) 위컴이 전하는 다아시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는 이미 형성되어 있던 엘리자베스의 판단과 일치하면서 편견을 더욱 강화함
ㅇ(판단력에 대한 자부심) 사람을 잘 판단한다고 믿었던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면서 스스로의 편견을 알아차리지 못함


3. 다아시의 오만과 계급적 편견

가. 사회적 지위에 따른 판단
ㅇ(가문에 대한 자부심) 다아시는 자신의 신분과 재산, 가문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관계에서도 이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음
ㅇ(베넷 집안에 대한 거리감) 엘리자베스에게 끌리면서도 그녀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의 행동, 가족의 사회적 지위를 문제로 인식함
ㅇ(사랑과 계급의 충돌) 엘리자베스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집안과 자신의 사회적 위치 차이를 의식함으로써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함

나. 오만 속에서 시작된 사랑
ㅇ(감정의 인정) 다아시는 자신의 계급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점차 엘리자베스에게 강하게 끌림
ㅇ(우월의식의 잔존) 그러나 초기에는 사랑 자체보다 자신이 계급적 차이를 감수하고 있다는 의식이 남아 있어 엘리자베스에게 상처를 줌
ㅇ(거절의 의미) 엘리자베스의 첫 번째 청혼 거절은 다아시에게 자신의 태도와 가치관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함


4. 엘리자베스의 첫 번째 전환 ― 자신의 편견을 깨닫다

가. 다아시의 편지를 읽은 뒤의 자기반성
ㅇ(판단의 붕괴) 다아시의 설명을 다시 검토하면서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믿어왔던 위컴과 다아시에 대한 판단이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함
ㅇ(자기기만의 발견) 위컴은 자신에게 호의를 보였다는 이유로 좋게 평가하고, 다아시는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나쁘게 평가했음을 인정함
ㅇ(허영심의 자각) 자신이 사랑 때문에 눈이 멀었던 것이 아니라 허영심과 자존심 때문에 판단을 그르쳤다는 사실을 깨달음

나. 결정적인 자기고백
ㅇ(편견의 인정)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엘리자베스가 기존 판단이 객관적 진실이 아니라 선입견과 감정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인정하는 장면임
ㅇ(자기인식의 전환) 자신을 영리하고 사람을 잘 판단한다고 믿어왔던 엘리자베스가 처음으로 자신의 판단력 자체를 의심함
ㅇ(성장의 출발점) 다아시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오류를 스스로 인정하고 생각을 수정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임


5. 다아시에 대한 새로운 증거와 편견의 흔들림

가. 하녀장 레이놀즈 부인의 증언
ㅇ(오랜 관찰에 기초한 평가) 다아시가 네 살 무렵부터 그를 지켜본 펨벌리 저택의 하녀장 레이놀즈 부인은 다아시를 마음씨가 좋고 너그러우며 훌륭한 주인으로 평가함
ㅇ(기존 판단과의 충돌) 다아시를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의 긍정적인 평가는 위컴의 이야기에 크게 의존했던 엘리자베스의 기존 판단과 정면으로 충돌함
ㅇ(평판의 재검토) 레이놀즈 부인의 증언을 통해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다아시의 모습이 그의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함

나. 펨벌리에서 직접 확인한 다른 모습
ㅇ(좋은 주인의 모습) 펨벌리에서 확인되는 주변 사람들의 신뢰와 존경을 통해 다아시가 책임감 있고 배려심 있는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됨
ㅇ(행동을 통한 확인)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자신과 가드너 부부를 대하는 태도에서 과거의 거만한 모습과 다른 친절과 배려를 직접 확인함
ㅇ(편견의 균열) 타인의 증언뿐 아니라 다아시 자신의 행동까지 기존 판단과 달라지면서 엘리자베스의 편견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감


6. 다아시의 변화 ― 오만에서 겸손으로

가. 엘리자베스의 거절이 가져온 자기성찰
ㅇ(자기인식의 시작) 엘리자베스의 거절을 통해 다아시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됨
ㅇ(가치관의 재검토) 자신의 가문과 사회적 지위에 대한 자부심을 지나치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음을 깨닫기 시작함
ㅇ(사랑을 통한 변화) 엘리자베스에 대한 사랑은 단순히 그녀를 얻으려는 감정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고 변화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함

나.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변화
ㅇ(리디아 사건의 해결)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가족이 심각한 곤경에 처했을 때 자신의 공로를 드러내지 않은 채 위컴과 리디아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섬
ㅇ(보답을 바라지 않은 행동) 자신의 행동을 이용하여 엘리자베스에게 인정받으려 하기보다 그녀와 가족의 어려움을 실제로 해결하는 데 집중함
ㅇ(오만의 극복) 자신의 체면과 계급적 자존심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그 가족의 어려움을 우선하면서 초기의 자기중심적 오만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줌


7. 엘리자베스의 편견 해소 ― 다아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다

가. 다아시에 대한 판단의 재구성
ㅇ(첫인상의 수정) 처음의 냉담하고 거만한 모습만으로 형성했던 다아시에 대한 판단이 그의 행동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점차 수정됨
ㅇ(위컴의 실체 확인) 위컴의 실제 모습을 확인하면서 자신이 호감과 선입견에 의해 사람을 잘못 판단했음을 더욱 분명하게 깨달음
ㅇ(다아시의 본모습 발견) 다아시의 책임감·진실성·배려를 직접 확인하면서 그를 더 이상 과거의 편견을 통해 바라보지 않게 됨

나. 반감에서 사랑으로
ㅇ(감정의 변화) 다아시에 대한 반감이 이해와 존중으로 바뀌고, 그 존중이 점차 애정으로 발전함
ㅇ(편견의 해소) 다아시의 행동을 자신의 선입견에 끼워 맞추는 대신 실제 모습과 행동을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편견에서 벗어남
ㅇ(사랑의 성립 조건) 두 사람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적 끌림이 아니라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된 뒤에야 비로소 가능해짐


8. 두 번째 청혼과 오만과 편견의 최종 해소

가. 다아시의 변화된 사랑
ㅇ(상대의 의사 존중)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마음이 이전과 같다면 자신의 감정을 다시 꺼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그녀의 의사를 우선함
ㅇ(소유에서 존중으로) 첫 번째 청혼에서 드러났던 계급적 우월감과 자기중심적 태도가 사라지고 엘리자베스의 선택을 존중하는 모습으로 변화함
ㅇ(진정한 사랑의 표현) 사랑을 자신의 권리처럼 주장하지 않고 상대방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기는 태도를 보임

나. 엘리자베스의 변화된 응답
ㅇ(감정의 인정) 엘리자베스는 첫 번째 청혼 이후 자신의 감정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인정함
ㅇ(다아시의 진심 수용) 다아시의 행동과 변화를 충분히 확인한 뒤 그의 사랑을 감사와 기쁨으로 받아들임
ㅇ(편견을 넘어선 사랑) 최초의 반감과 오해가 사라지고 서로의 인격과 진심을 인정하는 관계로 발전함


9. ‘오만’과 ‘편견’의 상호 해소

가. 엘리자베스의 변화
ㅇ(편견의 극복) 첫인상과 호감에 의존해 사람을 판단했던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사실과 행동을 통해 상대를 다시 바라보게 됨
ㅇ(자기성찰) 자신의 총명함과 판단력을 지나치게 믿었던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판단 역시 틀릴 수 있음을 받아들임
ㅇ(성숙한 사랑) 다아시를 자신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의 인간으로 이해하고 존중한 뒤 사랑하게 됨

나. 다아시의 변화
ㅇ(오만의 극복) 계급과 가문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상대의 인격과 감정을 존중하게 됨
ㅇ(겸손의 습득) 자신의 사랑이 상대방에게 당연히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엘리자베스의 선택을 존중함
ㅇ(사랑을 통한 성장) 엘리자베스를 사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고 실제 행동을 통해 변화함


10. 엘리자베스의 선택을 존중하는 베넷 씨의 아버지상

가. 딸의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
ㅇ(강요하지 않는 결혼관) 베넷 씨는 콜린스와의 결혼을 원하지 않는 엘리자베스의 의사를 확인한 뒤 아내의 요구와 달리 딸에게 결혼을 강요하지 않음
ㅇ(딸의 행복 우선) 안정된 생활이나 경제적 조건만을 이유로 원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시키기보다 딸 자신의 감정과 행복을 중요하게 여김
ㅇ(자율적 선택 존중) 딸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부모가 대신 내려주기보다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선택하도록 지지함

나. 베넷 부인과의 대비
ㅇ(결혼관의 차이) 베넷 부인은 재산과 생활의 안정을 이유로 콜린스와의 결혼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반면, 베넷 씨는 엘리자베스의 감정과 의사를 우선함
ㅇ(부모 역할의 대비) 어머니가 결혼을 경제적·현실적 조건의 문제로 바라보는 데 비해 아버지는 적어도 이 장면에서는 딸의 자존감과 선택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함
ㅇ(훌륭한 아버지상) 원하지 않는 결혼을 억지로 받아들이게 하지 않고 딸의 판단과 선택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줌

다. 엘리자베스의 자율적 결혼관과의 연결
ㅇ(세속적 조건의 거부) 엘리자베스는 안정된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콜린스의 청혼이라 하더라도 사랑과 존중이 없는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음
ㅇ(자율적 결혼관의 뒷받침) 이러한 엘리자베스의 선택을 베넷 씨가 존중하는 장면은 재산이나 사회적 조건보다 자신의 감정과 판단에 따라 배우자를 선택하려는 그녀의 결혼관을 뒷받침함
ㅇ(다아시와의 결합과 연결) 이후 다아시와의 결혼 역시 경제적 조건이나 주변의 요구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오해와 편견을 극복한 뒤 자신의 판단과 감정에 따라 이루어진 자율적 선택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음


11. 종합

ㅇ(제목의 의미) 『오만과 편견』의 ‘오만’과 ‘편견’은 단순히 다아시의 오만과 엘리자베스의 편견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상대와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내면의 장애를 상징함
ㅇ(엘리자베스의 성장)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허영심과 판단의 오류까지 인정하고 한층 성숙한 인물로 변화함
ㅇ(다아시의 성장)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거절을 계기로 자신의 계급적 오만과 자기중심적 태도를 반성하고 상대의 감정과 선택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변화함
ㅇ(편견 해소의 과정) 다아시의 편지, 레이놀즈 부인의 증언, 펨벌리에서 직접 확인한 그의 평판과 행동, 리디아 사건 해결 등이 차례로 축적되면서 엘리자베스의 기존 판단이 무너지고 새로운 이해가 형성됨
ㅇ(사랑의 완성) 두 사람의 결합은 어느 한쪽이 상대에게 맞추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오만과 편견을 인정하고 변화한 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게 됨으로써 완성됨
ㅇ(결혼과 자유) 엘리자베스가 콜린스의 청혼을 거절하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정은 작품에서 결혼이 단순한 경제적 계약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행복의 문제임을 보여줌
ㅇ(아버지의 역할) 베넷 씨가 콜린스와의 결혼을 강요하지 않고 딸의 선택을 존중한 장면은 엘리자베스의 자율적인 결혼관을 지지하는 인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줌
ㅇ(작품의 핵심) 『오만과 편견』은 첫인상과 사회적 지위에 따른 판단을 넘어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는 자기성찰,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자유로운 선택이 성숙한 사랑의 중요한 전제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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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 속 인물 탐구 | 四人四色 시리즈]

― 『설국』, 『오만과 편견』, 『채털리 부인의 연인』 열두 인물의 서로 다른 빛깔


소설을 읽다 보면 줄거리보다 한 인물이 더 선명하게 기억될 때가 있다.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도 누군가는 한 발 물러서 바라보고, 누군가는 온몸으로 뛰어들며, 또 누군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조금씩 달라진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D. H. 로런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읽으며 각 작품에서 네 사람씩을 골라 그들의 삶과 성격을 하나의 상징과 색깔로 표현해 보았다.

이름하여 四人四色.


『설국』 四人四色
― 고단한 현실, 서늘한 관조, 뜨거운 열정, 처연한 실존

1️⃣ 🛤️🚉👴🏻 신호소 역장 | 선로와 노동 (고단한 현실) | 🩶 얼어붙은 선로의 철회색 (Iron Gray)
① 인물 규정: 차창 너머 처녀의 목소리를 가슴에 품고, 눈과 선로를 지키며 살아가던 고단한 현실
② 상징 의미: 낭만적인 풍경에 취할 틈 없이, 눈사태와 막힌 철길을 걱정하며 살아가야 했던 혹한의 노동과 생활
③ 독백 제목: 『눈에 묻히는 밤, 차창 너머의 메아리』

2️⃣ 🌌🧔🏻 시마무라 | 은하수 (서늘한 관조) | 🩵 서늘한 은하수의 은청색 (Silver Blue)
① 인물 규정: 타인의 삶과 비극마저 은하수와 함께 바라본 서늘한 관조
② 상징 의미: 타인의 비극에 고통을 느끼면서도 끝내 그 현실을 은하수와 함께 하나의 아름다운 광경으로 받아들이던 탐미와 거리 두기
③ 독백 제목: 『나는 사랑하지 않았고, 다만 바라보았을 뿐이다』

3️⃣ 🔥👩🏻👘 고마코 | 불꽃 (뜨거운 열정) | ❤️ 타오르는 불꽃의 진홍색 (Crimson Red)
① 인물 규정: 헛수고라 불릴지언정 사랑과 상처를 온몸으로 끌어안은 뜨거운 열정
② 상징 의미: 헛수고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계산 없이 온몸을 던져 사랑하고, 쓰러진 이를 가슴에 품어 안았던 뜨거운 실존
③ 독백 제목: 『나는 그가 떠날 사람인 줄 알면서도 사랑했다』

4️⃣ ❄️👱🏻‍♀️ 요코 | 눈 결정 (처연한 실존) | 🧊 시리도록 투명한 빙청색 (Ice Blue)
① 인물 규정: 차창의 잔상으로 머물지 않고, 고통 속에서도 타인을 지키려 했던 처연한 실존
② 상징 의미: 차창의 덧없는 잔상이기를 거부하고, 시리도록 투명하지만 살아서 지독하게 아프게 부서져 내린 생명
③ 독백 제목: 『나는 차창의 잔상이 아니라, 살아서 아팠던 사람이다』


『오만과 편견』 四人四色
― 성찰하는 오만, 깨어지는 편견, 위선적 매혹, 다정한 냉소

1️⃣ 🏰✉️ 피츠윌리엄 다아시 | 펨벌리와 편지 (성찰하는 오만) | 💙 성찰하는 품격의 감청색 (Royal Navy)
① 인물 규정: 고귀한 신분과 부에 대한 자부심에 갇혀 있었으나, 엘리자베스의 거절을 통해 자신의 오만과 결함을 깨닫고 변화해 가는 성찰적 귀족
② 상징 의미: 계급적 우월감이 빚어낸 냉담한 태도를 벗어던지고, 진실한 편지와 묵묵한 행동을 통해 사랑하는 이의 자유와 인격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가는 변화
③ 독백 제목: 『나는 계급의 자부심을 지키려 했으나, 그녀 앞에서 비로소 나를 보았다』

2️⃣ 🌿👗👩🏻 엘리자베스 베넷 | 진흙 묻은 치맛자락과 당찬 걸음 (깨어지는 편견) | 💚 맑고 총명한 에메랄드색 (Emerald Green)
① 인물 규정: 관습과 세속적 조건에 굴복하지 않는 독립적 주체이지만, 자신의 분별력에 대한 과신과 자존심의 상처 때문에 상대를 잘못 판단했던 지성
② 상징 의미: 진흙이 치맛자락에 묻는 것도 개의치 않고 제인을 찾아갈 만큼 자기 판단과 행동에 당당했지만, 바로 그 강한 자기 확신 때문에 위컴의 말을 쉽게 믿고 다아시를 잘못 판단했으며, 이후 자신의 오류를 깨닫고 편견에서 벗어나가는 내면적 성장
③ 독백 제목: 『나는 사람을 꿰뚫어 본다 믿었으나, 내 허영심에 눈이 멀어 있었다』

3️⃣ 🍷🎖️ 조지 위컴 | 붉은 군복과 감미로운 혀 (위선적 매혹) | 🍷 취하게 만드는 유혹의 포도주색 (Wine Red)
① 인물 규정: 세련된 매너와 다정한 언변으로 타인의 호감을 사며, 피해자의 가면 뒤에 무책임과 방탕함을 숨긴 세속적 기회주의자
② 상징 의미: 화려한 외모와 달콤한 언어로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도피와 금전적 욕망을 좇는 얄팍한 위선의 초상
③ 독백 제목: 『나는 친절을 연기했으나, 내 욕망의 빚은 감추지 못했다』

4️⃣ 📚🛋️ 베넷 씨 | 서재와 냉소 (다정한 냉소) | 🤎 바랜 서재의 세피아색 (Antique Sepia)
① 인물 규정: 가족의 어리석음과 소란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가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면이 있었지만, 콜린스와의 결혼을 강요받는 순간에는 분명히 엘리자베스 편에 서서 딸의 선택을 지켜준 아버지
② 상징 의미: 오래된 서재 뒤로 물러나 세상을 냉소적으로 조롱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경제적 조건이나 아내의 압박보다 엘리자베스의 존엄과 자유를 지켜낸 냉소 속의 다정함
③ 독백 제목: 『나는 세상을 비웃으며 물러섰으나, 너의 자유만은 지켜주고 싶었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 四人四色
― 메마른 지성, 각성된 생명, 원초적 온기, 세속적 현실

1️⃣ 🦽🏭 클리퍼드 채털리 | 휠체어와 광산 (메마른 지성) | 🖤 메마른 탄광의 석탄흑색 (Coal Black)
① 인물 규정: 전쟁 이후 육체적 제약 속에서 지성과 언어, 계급과 산업의 권력에 더욱 의지하며 살아가는 메마른 지성
② 상징 의미: 인간의 몸과 감정보다 관념과 효율, 탄광의 기계화를 앞세우며 가장 가까운 사람의 외로움조차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근대 문명의 한 얼굴
③ 독백 제목: 『나는 자본을 지배했으나, 그녀의 마음은 지배하지 못했다』

2️⃣ 🧖‍♀️🌿🌸 코니(콘스턴스) | 꽃과 흙, 깨어난 여자의 몸 (각성된 생명) | 💚 움트는 새싹의 연두색 (Sprout Green)
① 인물 규정: 래그비 저택의 무기력한 삶 속에서 억압되었던 여자의 몸과 감각을 되찾고, 사랑과 자유를 새롭게 발견해 가는 각성된 생명
② 상징 의미: 계급과 관념에 갇혀 죽어 있던 육체를 벗어나, 비와 흙, 살결의 전율을 통해 스스로 살아 있는 여자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생명의 회복
③ 독백 제목: 『나는 자유를 지키려 했고, 그에게서 사랑을 배웠다』

3️⃣ 🧖‍♂️🌲🏹 올리버 멜러스 | 숲과 야성, 살아 있는 남자의 몸 (원초적 온기) | 🌲 깊은 야성의 삼림녹색 (Forest Green)
① 인물 규정: 계급사회와 인간관계에 상처 입고 숲으로 물러났으나, 코니와의 만남을 통해 정직한 남자의 몸과 다정함을 온전히 내어주는 고독한 사냥터지기
② 상징 의미: 인간을 부품처럼 만드는 기계 문명에 맞서, 거짓 없는 벌거벗은 남자의 육체와 부끄러움 없는 다정함(Tenderness)으로 인간다운 생명력을 되살려내는 존재
③ 독백 제목: 『나는 사랑을 믿지 않았지만, 그녀의 몸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4️⃣ 🧽🪨 볼턴 부인 | 석탄재와 스펀지 (세속적 현실) | 🟤 억척스러운 대지의 황토색 (Ocher Brown)
① 인물 규정: 광산에서 남편을 잃은 노동계급 여성으로서 귀족에 대한 반감과 현실적 순응을 함께 품은 채, 클리퍼드를 돌보며 묘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속적 현실
② 상징 의미: 남편을 앗아간 비극의 그늘 속에서도 클리퍼드를 돌보며, 주인과 사용인의 관계 안에서 계급의 경계를 미묘하게 뒤흔드는 질긴 생활의 힘
③ 독백 제목: 『나는 그를 돌보았고, 그는 점점 내게 의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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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바라보는 세 가지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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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작품은 각기 다른 시공간과 서사를 품고 있지만, 四人四色이라는 틀로 바라볼 때 인간의 삶이 서로 다른 결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공통점을 지닌다. 『설국』의 관조와 열정, 『오만과 편견』의 오만과 성찰, 『채털리 부인의 연인』의 지성과 생명은 결국 인간이 삶을 마주하고 살아가는 서로 다른 단면들이다.

동시에 세 작품은 각자가 놓인 시대와 공간에 따라 인간의 얼굴을 서로 다른 렌즈로 비춘다.

『설국』은 혹한의 설국이라는 고립된 공간 속에서 관조와 실존이 부딪치는 미학적 긴장을 통해 인간의 서늘하고도 뜨거운 본질을 파고든다.

『오만과 편견』은 계급과 결혼이라는 완고한 사회적 관습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상대를 온전히 존중해 가는 지성과 자유의 성숙을 보여준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전쟁의 상흔과 기계 문명이라는 거대한 억압 속에서 메마른 지성을 넘어 원초적 온기와 각성된 생명이 되살아나는 과정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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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맺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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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四人四色이라는 틀로 세 작품을 나란히 놓아보면, 고전 문학은 단순히 흘러간 시대의 박제된 기록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인간의 보편적인 얼굴을 비추는 거울임을 알 수 있다.

차가운 철회색과 뜨거운 진홍색, 중후한 감청색과 맑은 에메랄드색, 깊은 석탄흑색과 움트는 연두색에 이르기까지 열두 인물이 지닌 색채는 결코 낯선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만과 성찰, 열정과 관조, 지성과 생명, 현실과 실존.

그 서로 다른 빛깔들은 결국 우리 안에도 함께 존재하며, 각자의 삶을 저마다 다른 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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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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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四人四色 ― 성찰하는 오만, 깨어지는 편견, 위선적 매혹, 다정한 냉소

1️⃣ 🏰✉️ 피츠윌리엄 다아시 | 펨벌리와 편지 (성찰하는 오만) | 💙 성찰하는 품격의 감청색 (Royal Navy)
① 인물 규정: 고귀한 신분과 부에 대한 자부심에 갇혀 있었으나, 엘리자베스의 거절을 통해 자신의 오만과 결함을 깨닫고 변화해 가는 성찰적 귀족
② 상징 의미: 계급적 우월감이 빚어낸 냉담한 태도를 벗어던지고, 진실한 편지와 묵묵한 행동을 통해 사랑하는 이의 자유와 인격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가는 변화
③ 독백 제목: 『나는 계급의 자부심을 지키려 했으나, 그녀 앞에서 비로소 나를 보았다』

2️⃣ 🌿👗👩🏻 엘리자베스 베넷 | 진흙 묻은 치맛자락과 당찬 걸음 (깨어지는 편견) | 💚 맑고 총명한 에메랄드색 (Emerald Green)
① 인물 규정: 관습과 세속적 조건에 굴복하지 않는 독립적 주체이지만, 자신의 분별력에 대한 과신과 자존심의 상처 때문에 상대를 잘못 판단했던 지성
② 상징 의미: 진흙이 치맛자락에 묻는 것도 개의치 않고 제인을 찾아갈 만큼 자기 판단과 행동에 당당했지만, 바로 그 강한 자기 확신 때문에 위컴의 말을 쉽게 믿고 다아시를 잘못 판단했으며, 이후 자신의 오류를 깨닫고 편견에서 벗어나가는 내면적 성장
③ 독백 제목: 『나는 사람을 꿰뚫어 본다 믿었으나, 내 허영심에 눈이 멀어 있었다』

3️⃣ 🍷🎖️ 조지 위컴 | 붉은 군복과 감미로운 혀 (위선적 매혹) | 🍷 취하게 만드는 유혹의 포도주색 (Wine Red)
① 인물 규정: 세련된 매너와 다정한 언변으로 타인의 호감을 사며, 피해자의 가면 뒤에 무책임과 방탕함을 숨긴 세속적 기회주의자
② 상징 의미: 화려한 외모와 달콤한 언어로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도피와 금전적 욕망을 좇는 얄팍한 위선의 초상
③ 독백 제목: 『나는 친절을 연기했으나, 내 욕망의 빚은 감추지 못했다』

4️⃣ 📚🛋️ 베넷 씨 | 서재와 냉소 (다정한 냉소) | 🤎 바랜 서재의 세피아색 (Antique Sepia)
① 인물 규정: 가족의 어리석음과 소란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가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면이 있었지만, 콜린스와의 결혼을 강요받는 순간에는 분명히 엘리자베스 편에 서서 딸의 선택을 지켜준 아버지
② 상징 의미: 오래된 서재 뒤로 물러나 세상을 냉소적으로 조롱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경제적 조건이나 아내의 압박보다 엘리자베스의 존엄과 자유를 지켜낸 냉소 속의 다정함
③ 독백 제목: 『나는 세상을 비웃으며 물러섰으나, 너의 자유만은 지켜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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