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사진수업 - 사진가 주기중이 알려주는 좋은 사진 찍는 법
주기중 지음 / 소울메이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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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눈과 카메라 렌즈의 차이를 비교해불까요. 먼저 눈의 구조를 생각해봅시다. 눈은 2개입니다. 이는 대상을 입체(3D)로 본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카메라 렌즈는 한 개입니다. 즉 렌즈는 평면(2D)을 묘사할 뿐입니다. 시각의 폭인 화각도 사람의 눈이 훨씬 더 넓습니다. 렌즈의 경우, 시각보다 훨씬 더 넓은 180도를 볼 수 있는 초광각렌즈도 나와 있지만 사물의 형상이 왜곡되어 보이는 단점이 있습니다.(24p.)

눈은 카레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성능이 좋은 자동초점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자동노출 기능도 뛰어납니다. 밝은 곳에서는 동공이 축소되고, 어두운 곳에서는 확대됩니다. 사람이나 사물을 보는 물리적인 인지과정 또한 매우 빠르게 진행됩니다. 게다가 사람의 눈은 ‘동영상’입니다. 움직임을 연속해서 볼 수 있습니다. 흘러가는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봅니다.(24p.)

사람의 눈에는 보조기능까지 있습니다. 냄새(후각)ㆍ소리(청각)ㆍ맛(미각)까지 거들며 시각정보의 감각적인 완성도를 높입니다. 꽃을 예로 들어볼까요. 꽃은 눈으로만 봐도 예쁘지만, 향기를 맡으면 꽃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꽃밭에서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꿀벌의 날갯소리도 운치를 더합니다. 꽃을 보는 사람의 심리 상태에 다라 느껴지는 감흥도 더해집니다. 카메라가 어찌 이를 따라갈 수 있을까요.(24-25p.)

이럿듯 눈과 카메라는 기능면에서 차이가 매우 큽니다. 카메라가 사람의 눈과 ‘맞짱’을 뜨자고 덤비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도 사진가는 카메라를 들고 끊임없이 눈에게 한판 붙자고 대듭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요. 놀랍게도 막상막하입니다. 미학적인 완성도로 보면 사진이 더 앞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그럴까요?(25p.)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카메라는 눈과 전면전을 벌이면 백전백패입니다. 게릴라전을 펼쳐야 승산이 있습니다. 눈의 태생적인 약점을 끊임없이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눈ㅇ로 보는 것과 똑같이 찍으려고 한다면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없습니다. 이는 사진을 시작하는 초보자가 명심해야 할 대목입니다.(25p.)

렌즈가 사람의 눈과 싸워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렌즈의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하는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렌즈는 사람의 눈보다 화각이 좁습니다. 하지만 특정한 대상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한쪽 눈을 감는 이유도 피사체에 좀더 몰입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사진에서는 부분으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상징성을 부각시켜야 합니다. 나무를 보여주고 숲을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것이 사진입니다. 그래서 사진을 ‘뺄셈의 미학’이라고 합니다.(26p.)

눈은 진행형, 즉 동영상으로 대상을 보지만 순간을 포착하는 기능은 카메라가 훨씬 더 뛰어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눈이 감지할 수 없는 수천 분의 1초, 수만 분의 1초까지 잡아냅니다. 이 뛰어난 순간포착 기능으로 흘러가는 동영상 속에 묻신 순간의 직관을 잡아채야 합니다. 이것이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입니다.(27p.)

사진은 무질서한 상태 속에서 널려 있는 무수한 이미지 가운데 의미 있는 한 장면을 포착해 미적으로, 의미론적으로 가공한 것입니다. 사진의 좋고 나쁨은 카메라의 성능이 아닌, 작가로서의 상상력과 통찰력, 미적 감각에 달려 있습니다. 눈에 대한 카메라의 경쟁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진을 실제와 비교하는 것은 참 부질없는 짓입니다. 흔히 사진이 잘 나왔네, 못 나왔네 하는 말은 사진을 현실과 비교해서 사는 말입닏. 사진이 못 나왔다며 울상을 짓는 사람에게 흔히들 원판 불변의 법칙을 운운하며 농담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원판 불변의 법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원판’은 사진을 찍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기술적인 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가의 표현형식에 따라 사진은 얼마든지 원판을 바꿔놓을 수 있습닏. 어찌 보면 사진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매체입니다.(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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