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만큼 ‘간편한’ 요리는 없다. 기름을 냄비에 붓고 가열한 뒤 적당히 썰어놓은 채소와 생선, 고기에 옷을 입혀 기름에 넣는다. 몇 분 후 냄비에서 꺼내면 금방 따끈따끈한 튀김이 완성된다. 기름에 넣고 2~3분 만에 먹을 수 있으니 컵라면만큼이나 빠른 요리인 셈이다.
"그러니 오늘 저녁도 간단하게 튀김요리 어때?"라고 말하면 요리하는 사람의 화를 부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조리란, 싱싱한 음식 재료를 인간이 소화하기 쉬운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조리의 대부분은 재료에 열을 가해 남은 수분을 빼내고 단백질과 전분을 소화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꾼다. -11쪽
재료에 열을 가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튀김은 독특한 진화를 이루어 낸 가열 조리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료를 직접 불에 굽는 직화구이는 불길에 노출되는 표면만 먼저 구워져 속까지 알맞게 가열시키기는 어렵다. 삶은 음식은 물로 재료를 가열하지만, 물의 끓는점은 100℃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조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한편, 튀김은 물이 아닌 대량의 기름을 이용해 만드는 음식이다. 기름은 물보다 끓는점이 높다. 재료를 200℃에 가까운 고온에 넣기 때문에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가열된다. 재료의 준비와 기름 처리에 드는 수고를 제외하면 조리시간은 눈 깜짝할 새일 정도로 짧다. 그렇다면 단 몇 분 사이, 끓는 기름 안에서는 어떤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12쪽
200℃ 정도의 기름에 튀김옷을 입힌 재료를 넣는다. 물은 100℃면 수증기로 바뀌기 때문에 전분과 물을 섞어 만든 튀김옷에서 순식간에 물이 증발되기 시작한다. 튀김요리 주변에 거품이 일어나는 것은 튀김옷에서 수증기가 활발하게 증발하고 있다는 증거다.
걸쭉했던 튀김옷은 순식간에 수분이 빠져나가 바삭하게 튀겨진다. 수분이 빠진 틈으로 뜨거운 기름이 들어온다. 물과 기름의 위치가 전환되는 상황이다.
튀김옷에서 생긴 뜨거운 증기의 일부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와 튀김옷 속에 있는 차가운 재료를 가열한다. 뜨거워진 튀김 속에서도 증기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이미 기름이 밴 튀김옷이 하나의 막을 형성해 내부의 수분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준다. -12쪽
튀김 속은 튀김옷이 막을 싸고 있어 고온의 기름에는 직접 닿지 않고 100℃의 증기에서 야들야들하게 익은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바로 튀김의 실체이다. 바삭바삭 담백하고 고소한 튀김옷이 촉촉하게 맛이 밴 튀김 속을 따끈따끈하게 감싸고 있다.
튀김 속에는 마지막까지 수분이 남아 있어 튀김옷의 기름이 스며들지 않는다. 따라서 튀김이 완성되면 튀김옷은 20% 가까운 기름을 흡수하지만 튀김 속은 겨우 몇 %정도만 기름을 흡수하는 것이다. 요리사의 수고를 헛되이 한다는 점에서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기는 하나 튀김옷을 벗겨내고 먹으면 다이어트가 된다는 말은 사실이다.-13쪽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재료를 그대로 튀기는 경우는 음식 재료의 표면에서 물과 기름이 교체된다. 잘 만들어진 감자튀김과 가지튀김은 겉면이 바삭하면서 고소하고 안쪽은 부드러워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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