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자연재배 - 비료도 농약도 퇴비도 쓰지 않는 먹거리 혁명
송광일 지음 / 청림Life / 2013년 7월
품절


유기농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 중 한 가지는 지렁이가 많은 땅이 좋은 땅이라는 인식이다. 지렁이가 있으면 토양이 비옥하다는 생각 때문인데, 사실은 그와 다르다. 지렁이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퇴비장, 음식물 쓰레기가 많은 시궁창이나 풀 더미 등이다. 그럼 지렁이가 무얼 먹고 사는가 생각해보자. 저분자 유기화합물이다. 녹말이나 전분, 부드러운 셀룰로오스 등이다. 이런 먹이들은 음식물 쓰레기나 동물의 분변 또는 두엄자리에 많다.

우리가 흔히 보는 지렁이는 거친 섬유소가 많은 고분자 화합물에서는 살 수가 없다. 즉, 토양이 자연에서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진화하여 깨끗한 숲이 되는데, 그런 통장에는 절대 지렁이가 서식하기 않는다. 설령 있더라도 우리가 아는 그런 지렁이와는 다른, 커다란 지렁이만 약간 서식할 뿐이다.-96쪽

토양이 막 생성된 절개지나 원시토양에 풀이 나고 그곳에 초식동물이 번성하면 토양 진화 초기에 나타나는 것 중에 하나가 지렁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위적으로 가축 변이 듬뿍 든 퇴비를 토양에 잔뜩 넣고 갈아엎는 농사를 짓는다. 토양은 더 이상 윗단계로 진화하지 못한다. 항상 잡초가 잘 자라고 병해충이 만연한다. 지렁이가 많은 토양은 언뜻 보면 비옥해서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분을 가지고 있어 농작물을 지나치게 성장시켜 나약하게 만듦으로써 병해충의 온상이 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토양 중에는 뿌리에 기생하여 작물에 해를 가하는 각종 선충이 산다.-96-97쪽

뿌리혹선충은 지렁이와 비슷하나 크기가 작다. 아주 무서운 해충이다. 농작물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그런데 그 무서운 해충이 지렁이와 똑같은 환경을 좋아한다. 지렁이가 많은 토양은 100% 토양 뿌리혹선충에 감염되어 있다. 당연히 지렁이가 없으면 선충에 감염될 확률이 거의 없다.

뿌리혹선충은 작물 재배에 아주 치명적이다. 농민들은 이 선충을 방제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래서 선충에 감염 내성이 있는 작목을 선택하거나 전적으로 농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토양에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는 재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97쪽

그럼, 왜 지렁이가 많은 토양이 깨끗하고 친환경적이며 좋은 토양이라는 인식이 퍼졌을까. 그동안 각종 화학비료와 고독성 농약으로 지렁이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서 처음 친환경 농법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것들을 배제하고 가축분이 든 퇴비를 듬뿍 주니 지렁이가 즉시 생겨난 것이다. 이것이 생태계 복원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생각된다.

분명한 것은 지렁이는 먹을 게 있어야 산다. 퇴비도 완전 부식시키면 지렁이가 먹을 만한 것이 남지 않는다. 그런데 퇴비마저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완숙 퇴비가 아니라 부식이 덜 된 미숙 퇴비를 사용하여 구조적 악순환에 접어든 것이다.-97-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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