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생각했는데도 나는 아빠 편지 때문에 슬퍼졌다. 아빠는 "이 세상에서 과연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구나."라고 했다.
세상에!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디 있지? 하긴 뭘 해? 그냥 걸어 다니고, 놀고, 공부하고, 웃고 그러면 되지. 진짜 문제는 이 세상에서 뭘 할지가 아니라,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다. 예를 들어 상아 때문에 코끼리를 죽이는 짓은 하면 안 된다. 날이 밝은데 불을 켜 놓는 짓도 하면 안 되고, 다른 사람을 슬프게 하는 편지를 쓰는 일 역시 하면 안 되지. 그래, 이 세상에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정말 많다.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역시 해야 할 일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이 세상에서 뭘 해야 할까?" 하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몇 가지만 빼놓고 다."-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