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러운 폴레케 이야기 2 - 그래도 인생은 즐겁다 일공일삼 70
휘스 카위어 지음, 김영진 옮김 / 비룡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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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의 편지를 세 번이나 읽은 뒤에야 다시 접었다. 나는 어느새 아빠를 늘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빠가 시인이 아니라면, 그럼 아빠는 뭐란 말인가? 재능 운운하는 것도 게으른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88쪽

그렇게 생각했는데도 나는 아빠 편지 때문에 슬퍼졌다. 아빠는 "이 세상에서 과연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구나."라고 했다.
세상에!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어디 있지? 하긴 뭘 해? 그냥 걸어 다니고, 놀고, 공부하고, 웃고 그러면 되지. 진짜 문제는 이 세상에서 뭘 할지가 아니라,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다. 예를 들어 상아 때문에 코끼리를 죽이는 짓은 하면 안 된다. 날이 밝은데 불을 켜 놓는 짓도 하면 안 되고, 다른 사람을 슬프게 하는 편지를 쓰는 일 역시 하면 안 되지. 그래, 이 세상에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정말 많다.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역시 해야 할 일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이 세상에서 뭘 해야 할까?" 하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몇 가지만 빼놓고 다."-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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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0-1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좋은 글감이 만들어지네요.
<내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란 제목으로 쭉 열거해 보는 거죠.
지금 생각난 것... 비 오는 날, 빗물이 튀기게 난폭 운전을 하면 안 된다...ㅋ
비 오는 날, 이런 운전자들 많아요.

잘잘라 2013-10-25 12:10   좋아요 0 | URL
<내가 해서는 안 되는 일>
이렇게 청명한 가을 날,
바람이 차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일
사람이 귀찮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일
다리가 아프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일
차비가 없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일

ㅎㅎㅎ(님 덕분에 저도 한 수 읊어보았습니다. 점심 밥이 맛있을것 같아요. 감사합니다^^)